
배우 김고은이 '대도시의 사랑법'부터 '은중과 상연'까지. '우정'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연달아 선보이며 눈물을 흘린 이유를 밝혔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의 배우 김고은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은중과 상연'은 세 번의 헤어짐 끝에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시 만나게 된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10대부터 40대까지 오랜 시간 질투와 동경을 오갔던 시간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김고은은 넉넉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당당한 성격을 가진 '은중'을 맡았다. 그는 가장 가깝지만 때로는 멀게만 느껴지는 친구 '상연'(박지현 분)에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한 내면 연기로 그려낸다.
김고은은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게 된 것 같다"면서 "작품이 나오고 나서 유독 연락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동료 배우들이나 관계자분들이 연락을 많이 주셨다. 호흡이 길다 보니까 그 부분이 걱정이긴 했는데, '작품 보느라 밤을 새웠다. 내 수면 패턴 망가졌다'라는 말을 들은 게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르를 불문하고 쌓아 올린 김고은의 필모그래피는 독보적으로, 자타공인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김고은은 "제가 작품을 잘 고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회사에 대본 잘 보는 분들에게 읽어달라고 하고, 대표님한테도 물어본다. 함께 고민하고, 상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엄청나게 많은 걸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은중과 상연'에 출연하게 된 데 대해서는 "이번 작품은 '그냥 읽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1부부터 4부까지 읽었는데 바로 5부는 어디 있냐고 전화해서 물어봤다. 대본 언제 나오는지 체크하는 저를 보면서 '이건 내가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대도시의 사랑법'부터 '은중과 상연'까지 연달아 우정에 관련한 작품으로 대중과 만난 김고은이다. 특히 김고은은 '은중과 상연' 제작발표회에서 눈물을 쏟은 바 있다. 그는 "조심스러운 이야기"라면서 "2023년도에 짧은 시간에 가장 가까운 친구들을 잃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너무 신기하게 2023년도에 촬영한 작품이 '대도시의 사랑법', '은중과 상연'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20대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촬영하게 됐다"면서 "'은중과 상연'은 남겨진 은중이가 상연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상연이의 일기도 보고, 그 아이의 삶과 내 삶을 잘 전달해 주는 이야기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스위스를 따라가는 은중이의 마음은 '잘 보내주고 싶다'인 것 같다. 은중이에게도 기회이지 않나. 사랑하고, 소중했던 누군가를 잘 보내줄 기회가 어려운데 마지막 순간에 진심을 꺼낼 수 있고, '고생했다', '잘 견뎠다'라는 말도 해줄 수 있고, 그게 은중이한테는 좋은 기회였을 것 같다. 남겨진 사람이 물론 힘들겠지만, 마음의 짐을 좀 덜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걸 떠올리면서 감정이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은중과 상연'을 소설책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향해 가는 이야기인데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듯한 작품인 것 같다"며 "저는 상연이의 입장이 이해된다. 우리 모두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은중이일 때도, 상연이일 때도 있지 않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마음에 대한 이해되는 것 같다. 사람이 모나지기도 하고, 생각이나 시야가 좁아지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대사가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그렇게 된다'였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이 자리 잡으면 하나의 세상이 만들어지고, 그 세상에 들어가는 건 한순간이고 쉬운 거 같은데 나오기까지 어렵다고 생각했던 적 있다. (그 생각에서) 나오기 위해 발버둥 쳤던 시간도 떠오르면서 상연이는 너무 뒤늦게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사를 들었을 때 안타까워서 사무치더라"라고 전했다.
김고은은 상연 역의 박지현과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이후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는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몇 신 만났고, 정신없이 여러 신을 행하는 와중에 잠깐 만나서 호흡을 맞췄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면서도 "제가 워낙 박지현이라는 배우를 좋아했다. '유미와 세포들' 할 때도 감독님한테 연기 잘하는 배우인데 어떻게 캐스팅하셨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그는 "'은중과 상연'은 상연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연이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저는 이 작품을 처음 받았을 때 내 몫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이 작품의 중심을 잘 잡고, 묵묵하게 긴 호흡을 잘 끌어가주는 포지션이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에 상연이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고 깊은 서사가 있고, 20대에서 30대, 40대의 변화가 큰 인물"이라며 "근데 (박지현이) 너무 훌륭하게 소화해줬다. 사실 저는 현장에서 진짜 은중이처럼 지현이를 바라보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은중과 상연'에서 20대부터 30대, 40대까지 연기한 김고은은 "20대는 외적으로 볼살이 좀 통통했으면 해서 살을 찌우기도 하고, 새내기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6kg 정도 찌우고, 30대를 연기할 때 3kg, 40대를 연기할 때 3kg 뺐다"고 밝혔다.
이어 "30대를 연기할 때는 제가 경험해 본 나이이기 때문에 20대와 30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많이 돌이켜봤다. 30대에 20대와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하면 일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분위기나 에너지가 어떤 직종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걸음걸이나 인사, 제스처의 변화에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대 초반을 연기할 때는 제가 겪어보지 않아서 주변을 많이 봤다. 근데 30대와 큰 변화를 주는 게 오히려 과장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대와 30대, 40대를 순서대로 찍었고, 감정 몰입하기엔 더 편했다. 주변 인물, 환경 자체가 다 바뀌기 때문에 왔다 갔다 촬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줄곧 '은중과 상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한 김고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은 처음이라 순위나 이런 걸 어떻게 볼지 모른다. 회당 시청률처럼 명확하게 성적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더라. 근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완주해야 성적으로 쳐준다는 얘기는 들었다. 좋은 작품이기 때문에 조금씩, 느리더라도 차차 많은 분이 봐주실 것 같다. 제발 그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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