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이상하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윗집 사람들'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해 발칙하고 비현실적인 소재가 잘 녹아들고, 결국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이는 하정우를 비롯해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로 완성된다.
25일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윗집 사람들'(감독 하정우)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감독 겸 배우 하정우, 배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 윗집의 '섹(SEX)다른' 소음으로 고통받는 아랫집 부부. 하지만 단순한 불편함에서 출발한 이 만남은 단 한 끼의 저녁 식사를 통해 네 사람의 감춰졌던 욕망, 비밀, 진심을 들춰낸다.
하정우는 '윗집 사람들'로 4번째 연출작을 관객 앞에 내놓게 됐다. 그는 "연출자로서의 여정인 것 같다. 앞으로 얼마큼의 기회를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작품을 끝내고 관객들을 만나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저 역시도 그걸 통해서 깨닫고 배우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늘 진행형인 것 같다.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깨닫는 부분이 생겨나는 게 아닌가 싶다. 전작도, 지금도 최선을 다해서 스태프, 배우들과 협업했다"고 밝혔다.
'윗집 사람들'은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을 원작으로 한다. 하정우는 "문화, 환경, 지역이 달라도 똑같이 어렵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대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원작과 다른 점은 좀 더 영화적이다. 강조하는 포인트를 도드라지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분명히 재밌는 상황이고 대사인데 절제돼 있다고 느꼈다. 그런 걸 한 발짝 더 다가서게 하고, 캐릭터도 자기 속마음을 좀 더 드러내게끔 바꿨던 것 같다. 요가 하는 장면이나 요리하는 장면은 새롭게 넣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식 정서를 위한 대수술은 없었고, '어떻게 내 표현대로 대사를 바꿀까?' 정도였다. 전작도 마찬가지였지만, 전작보다 더 대본 리딩을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배우들이 어떤 대사 리듬을 가졌는지 기록하고 반영하려고 했다"며 "리딩 배우들도 따로 뽑아서 여러 번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공효진과 김동욱은 극 중 아랫집 부부인 정아와 현수로 분해 현실적인 갈등과 감정을 날것 그대로 구현해 냈다.
공효진은 "처음에 (김) 동욱 씨랑 만나서 어딘가에 살고 있을 부부 케미를 만들어 보자고 얘기했다"며 "저는 손님들을 잘 대접해서 보내고 싶고, (윗집 부부가) 아무리 황당한 이야기를 해도 공감하고, 긍정하는 인물이다. 부부 관계가 소원하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고, 남편은 이 자리를 불편해하면서 타협이 안 된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잘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정우) 감독님은 찍는 동안 우리에게 원하는 점이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이들이 비현실적인 부부라면, 우리는 초현실적인 부부로 보이는 게 중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욱은 "(공) 효진 누나가 말한 것처럼 권태로운 부부가 나오는 작품이 많다. 근데 어떻게 하면 전형적이고, 상투적이지 않게 보일지 고민했다. 진짜 부부가 권태로울 때 어떤 모습일지 디테일하게 얘기를 나눠보자고 했다. 그런 부분을 열심히 찾아보려고 했는데, 잘 녹아들었다면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공효진은 "근데 공교롭게도 저희가 둘 다 신혼이라서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결혼 생활이 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참고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정우와 이하늬는 윗집 부부로 등장해 이 모든 감정의 중심에 기묘하게 침투한다. 현실적이라 기보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이질적인 두 사람은 아랫집 부부의 관계에 개입하며 파장을 일으키는 인물들이다.
이하늬는 하정우와 부부 호흡에 대해 "작업을 한 건 처음인데 감독으로서 뵙는 것도 그렇고, 배우로서 함께할 때도 새로었다. 김 선생이 모자란 사람이라서 수경이 잘 매듭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치명적인 매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정우는 "저는 너무 좋고, 감사했다. 하늬 씨 뿐만 아니라 우리 네 사람이 케미가 서로 잘하고, 부족한 부분이 분명한데 서로 잘 메워주고 채워줬던 것 같다. 김 선생은 수경에게 컨트롤당하면서 사회성을 갖는 인물이다. 하늬 씨에게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지 않았는데 합이 잘 맞는 느낌이 들어서 감사하기도 했고, 연출까지 하는 현장인데 연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네 명의 배우 중 유일한 미혼인 하정우는 "맞다. 저 혼자 미혼이다. 이렇게 세 분이서 이야기 나누는 걸 지켜봤는데 각자만의 결혼 라이프가 있다. 제 주변에도 기혼자가 많다. 근데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 것 같다"면서 "전 아직 싱글이라서 편한 점도 있고,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가족이 생긴 건 부럽지만, 제 선택으로 이렇게 살고 있다. 물론 비혼주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윗집 사람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단 하룻밤의 이야기로, 네 명의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로 가득 채워진다. 하정우는 캐스팅에 대해 "시나리오 상황 자체가 판타지적인 측면도 있고, 문어체 대사가 많아서 어떻게 하면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공효진 배우였다. 연극적인 대사의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했을 때 공효진 배우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효진 씨한테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건넸고, 효진 씨와 상의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동욱 씨가 합류했고, 마지막 수경 캐릭터 캐스팅이 힘들었는데 콘셉트를 어떻게 갈지 답을 못 내린 상황이었다. 연령대에 대한 결정이 서지 않아서 머뭇거렸는데 하늬 씨한테 시나리오 제안을 했고, 하늬 씨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에 비슷한 연령대로 시나리오 작업했다"며 "하늬 씨와 처음 작업하는데 수경이라는 캐릭터가 뜬금없고 기상천외한 대사를 내뱉어야 한다. 그걸 우아하게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야 재미가 배가 될 것 같았다. 또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늬 씨가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효진 씨의 이야기를 듣고, 하늬 씨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하늬는 '윗집 사람들'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사실 대단한 CG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롯이 배우들이 갖고 있는 에너지, 대사, 행동, 디테일한 것들의 앙상블과 하모니가 너무 중요했던 작업이었기 때문에 배우들이 더 예민하고 기민하게 준비했던 것 같다"며 "영화적이면서도 연극적이고, 연극적이면서도 영화적인 영화다. 이 장르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오로지 배우들의 하모니가 돋보이는 영화여서 보는 분들도 반갑게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윗집 사람들'은 오는 12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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