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힙합이 아파하고 사랑하고 분노한 것들

발행:
김관명 기자
왼쪽위부터 도끼, 리쌍, T윤미래, 다이나믹듀오
왼쪽위부터 도끼, 리쌍, T윤미래, 다이나믹듀오

힙합은 어떤 장르보다 '스토리텔링'에 방점을 찍는다. 자신의 이야기든, 삶에 대한 것이든, 우리나라 전반에 대한 것이든.


그 흔하디흔한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도 힙합퍼는 자신만의 생각과 어법을 감추지 않는다. 힙합퍼는 그래서 다른 가수들, 특히 외부 작사가가 전해준 가사를 그대로 전하는 가수들보다 '발언권'이 많다.


그러면 올해 힙합은 무엇에 아파하고 무엇을 사랑했으며 어떤 것에 분노하고 어떤 것을 조롱했나.


가장 먼저 언급돼야 할 것은 팻두의 '법을 바꾼 강아지'. 팻두는 지난 8월 광화문에서 공사장 인부들에 의해 "시끄럽다"는 이유로 40여분동안 돌팔매질 당한 강아지 '소망이'의 이야기를 절절하게 담았다. 왜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왜 우리는 분노를 해야 하는지, 팻두의 노랫말이 아프다.


'..그때 내 눈에 보였던 건 그 앞에 떨어진 칸쵸 몇개/ 배가 고팠어 달려갔어 살아야만 했지 그래 난 똥개/ 예상대로 너(소망이)는 날 향해서 바로 달려들었어 그래 난 여기서/ 물려 죽겠어 더이상 배고픈 건 싫어 과자를 마구 먹었어/ 그 순간 느껴지는 숨소리 뜨거운 귓볼의 촉감이/ 부드러운 털 엄마한테 느꼈던 포근한 품과 따뜻함..'


이런 '너'(소망이)가 이제 거의 죽게 생겼다. '..소망이는 커다란 돌을 맞고 있었어 인간들이 낄낄대면서 던졌어/ 목줄 때문에 피할 수도 없었지 소망이는 울었어/ 다리에 맞고 머리에 맞고 쓰러졌어/ 내 앞에서 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맞고 있어..'


팻두는 그리고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내뱉는다. 이 험한 사회, 이 못돼먹은 사회를 향해서다. '..우리도 너네랑 전혀 다르지 않아/ 걷고 소통하고 행복해하고 슬퍼하고/ 다르지 않아 근데 왜? 말을 못한다는 이유야?/ 아니면 작아서? 괴롭히고 싶어서?/ 도대체 왜..'


3인조 힙합그룹 메가디스는 지난 여름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이나 10cm의 '아메리카노' 등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무더기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비꼬는 '여가부 땡큐'를 발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가부가 밝힌 '19금' 사유는 이들 노래에 '담배'나 '술' 같은 유해약물을 권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 이에 대해 이들은 "Diss is my life"라며 흥겨운 레게 리듬에 여성가족부를 향한 직격탄을 실었다. 이런 식이다.


'비스트 비가 오는 날엔/ 19금 딱지가 붙었네/..(영화)써니는 고딩이 술먹고/ 1박2일은 막걸리 마시고/ (드라마)최고의 사랑 주제가는 아예 술얘기던데 바쁘신가요?..


'..실미도 성폭행 욕설이 난무/ 뉴스시간 살인장면 적날/ 메신저로 퍼지는 야동들/ 기왕 하시는 거 드라마 영화도/ 영상위(영등위)는 못믿겠어요/ 빼지말고 여가부가 해주세요/ 아 우린 여가부만 믿어요..'


사회가 아니라 힙합 내부를 비판한 경우도 있었다. 20년 경력의 고참 MC와 DJ가 현 힙합신을 대놓고 따금하게 쓴소리를 한 것. MC메타와 DJ렉스는 5월에 내놓은 '메타와 렉스 I Wanna Rock'에서 '서로 자기 것만 챙'기는 '이 판'에서 '힙합이 언제부터 이렇게 부끄러운 게 됐을까?'라고 자조한다. 이어 더욱 쓴소리의 강도를 높인다.


'..힙합 바닥 언더그라운드는 완전 B급/ 못나가는 애들 또는 올드보이 취급/ 자릴 빼봐도 땡전 한 푼 없어 니 권리금/ 힙합이 판치던 클럽과 DJ는 지금 어디서도 볼 수 없어/ 보이던 게 안 보이니 장님이 된 기분/.. /높이 날수록 추락시간이 더 걸릴 뿐 진짜들이 다 사라진 텅 빈 거리뿐..'


이에 비해 젊은 도끼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이 힙합퍼임을 선언했다. 거의 자기 확신에 가깝다. 더블K와 함께 한 '21세기형 나그네'서다. '내가 바로 이 시대 21세기형 나그네/ 힙합은 나의 길 내 발걸음은 라임질/ 비트는 나의 WIND 그걸 타고 달리지..내 나름대로의 철학 이 가슴으로 뱉어 난/ 진리를 찾아 또 길을 나서는 현대 시인/ 인생은 내 발자국이 쓰는 한편의 시/ 구름 흐르듯 흐르는 머나먼 여행길..'


그러면 메이저 음원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힙합퍼들은 어땠을까.


길과 개리의 리쌍은 올해 정규 7집 'AsuRa BalBalTa'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멤버들이 TV예능에 출연한 덕도 있지만 이들의 '스토리텔링'에 대중이 크게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너무나 솔직한 이성에 대한 욕구('TV를 껐네')라든가, 너 없으면 아예 미칠 것 같은 심정('나란 놈은 답은 너다')이라든가.


하지만 이들의 스토리텔링이 빛난 곡은 역시 백지영이 피처링한 '회상'이다. 멜론 기준 9월 월간차트 3위를 차지한 이 곡은 리쌍 멤버들의 솔직한 일대기다. '중학교 때 반장 때려서 얼굴에 구멍이' 나게 했으나 '스물여섯 늦은 나이에 맘을 잡'은 이들. 그리고는 '사랑 노래 리쌍부르스'(2집 '재,계 발')를 발표하고 '느지막이 시작한 방송생활'에서 '될 때까지 노력하는 유재석 그 성실함을 배'운 이들이 결국에는 '고통은 껌처럼 씹어' '다시 달리는 레이서'라는 선언!


최자와 개코의 다이나믹 듀오가 군 제대 후 내놓은 6집 수록곡 '불타는 금요일'에선 보다 속 깊고 뜨거운 현실과 자아 긍정의 태도가 느껴진다. '..다들 손 꼭 붙잡은 이 자리/ 평화의 시작은 여기부터/ 오늘은 판단을 말고/ 있는 그대로 서로를 안아줘/ 편견 선입견은 개집에 놔두고/ 우리라는 두 손으로 안아줘/ 우리는 중심주변도 아냐/ 즐거운 일부로 살자고/ 정상에는 없는 행복이 낮은 곳엔 많다고'


이러한 다듀의 세계관은 T윤미래의 'Get It In'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오늘 뉴스엔 또 슬픈 사진만 아무렇지 않은 듯 스쳐 지나가는 오늘밤은 잊어 다'라고 말했지만, '더 이상 외롭지 않은 곳에 못다 핀 꽃이 피는 곳에..난 그곳을 향해 I Go 오늘 밤'을 외치는 그녀. 그러한 결과는 바로 'And We Can Get It In In In In'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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