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감자 "대중성만 찾으면 그건 기술자죠"(인터뷰)

발행:
윤성열 기자
4년만에 정규앨범 5집 'Who doesn't like sweet things' 발매
뜨거운 감자 고범준(왼쪽)과 김C ⓒ사진=다음기획 제공
뜨거운 감자 고범준(왼쪽)과 김C ⓒ사진=다음기획 제공


연두색 바탕에 그려진 얼굴은 웃는 표정을 짓고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금세 인상을 찌푸리는 표정으로 탈바꿈한다.


방송인 김C가 메인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밴드 뜨거운 감자(김C, 고범준)가 4년 만에 들고 나온 정규앨범 5집 '누가 달콤한 걸 싫어해(Who doesn't like sweet things)' 표지에 그려진 독특한 그림 얘기다.


"달콤함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저흰 그런 상황에 길들여지고 싶지 않은 거죠. 그냥 보면 달콤한 것일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의외의 표정을 짓고 있을 수도 있어요. 늘 새로운 것을 다시 써내려가고 싶었지 답습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최근 서울 마포구 홍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음반에 대한 의도를 이 같이 말했다. 김C는 지난해 독일에서의 유랑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와 3개월 간 음반 제작에 몰두했다. 그 사이 객지 생활을 통해 영감을 얻은 자신의 첫 솔로음반 '프라이어리티(Priority)'를 발표하기도 했다.


뜨거운 감자는 "고민도 많았고,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앨범이다"며 "하고 싶은 말은 분명히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고민을 어느 때보다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저는 작가고, 창작자니깐요. 현재 시점에서 느끼고 보는 사회에 대해 어떤 상황을 설명하기 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작품 안에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해요. 제가 그 색을 정확히 무슨 색인지 못 정하다 보니 그것 때문에 많이 괴로웠죠."(김C)


"그동안 앨범들을 어떻게 만들었지 할 정도로 힘들었던 거 같아요. 정규로는 다섯 번째인데 이번엔 약간 더 깊게 파인 것 같아요. 여러 새로운 시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뭔가 새로운 시발점일 수도 있고, 좀 더 멀리 뛸 수 있는 받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고범준)


ⓒ정규앨범 5집 재킷 사진


뜨거운 감자는 그간 폭넓은 교류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던 밴드는 아니었다. 달콤해 보이는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선호한다.


지난 2010년 콘셉트 앨범 I.S.T(Image Sound Track) '시소'의 수록곡 '고백'의 히트로 대중적인 팀으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트렌드에만 쏠리는 현 대중 가요계의 흐름을 당당히 거부한다.


"대중은 사실 자신이 뭘 좋아하고 원하는지 몰라요. 단적인 예로 우리가 초를 쓰던 시절에 전구를 계속 기다렸는데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안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 전구가 나왔을 때 '이런 게 다 있었구나'라고 받아들인 거죠. 우리는 그렇게 대중에게 음악을 제시할 뿐이에요. 그것을 대중이 받아들이면 좋은 것이고, 아님 어쩔 수 없는 거죠. 대중이 계속 뭘 좋아하는지 생각하고 파헤치는 것은 기술자가 할 수 있는 거죠. 그건 우리한테 없는 부분이에요. 안하는 게 아니라 없는 거죠. '고백'도 처음엔 히트할거라고 아무도 생각 못했어요.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요."(김C)


솔직한 그들만의 표현이 담긴 이번 앨범에는 총 8곡이 수록됐다. 김C가 전곡을 작사하고, 김C와 고범준이 함께 작곡한 신곡 6곡과 이전 앨범에 담긴 두 곡을 리메이크해 실었다. 전반적으로 다소 냉소적이지만 지극히 뜨거웠던 본연의 시선이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뜨거운 감자 고범준(왼쪽)과 김C ⓒ사진=다음기획 제공


"장기판 보듯 제3자의 입장에서 본 것도 있고, 저 자신한테 말하는 것도 있어요. 요즘 전체적으로 통제와 감시가 많은 것 같아요. 컨트롤을 당하다 보니까 관심이 거기에만 쏠려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 애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레밍'이 그런 곡이에요. '자화상'은 스스로에 게 말하는 거죠. 독일이라는 낯선 곳에 있다 보니까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며 썼어요. 제가 볼 땐 감정 중에 제일 싸구려 감정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을 거야라는 내용을 적은 거죠."


타이틀곡으로는 부드러운 스트링 선율이 돋보이는 '팔베개'를 내세웠다. 하지만 활동을 앞두고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KBS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KBS 측이 뮤직비디오 속 김C의 연기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에서 김C가 무빙워크를 역주행하는 장면과 물건을 버리는 장면 등이 공공질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게 불가 판정의 이유다. 김C는 결과를 듣고 "화가 나기보다는 할 말을 잃었다"며 피식 웃었다.


"전체를 만족시킨다는 게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상상력을 가두는 행동이죠. 이 작품이 그렇게 공공질서에 해가 되는 거라면 뭐 우리의 잘못이죠. 우리가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했네요."(김C)


'팔베개' 뮤직비디오 영상 캡쳐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생각을 늘어놓은 김C는 국내 가요계의 불합리한 음원 시장구조를 꼬집기도 했다. "지금 음원시장이 많이 기형적이라 힘이 빠질 때가 많아요. 스트리밍을 듣는데 0.14원이라뇨. 결국 이건 돌고 돌아 듣는 사람들한테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에도 아직 변하지 않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앞으로 서로 합리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런 현실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뜨거운 감자는 지난 10일과 11일 양일간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5집 발매 기념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크고 작은 공연들로 대중들과 호흡할 계획이다. 현 가요계가 추구하는 트렌드와 이들의 음악적 철학이 늘 맞아 떨어질 순 없겠지만, 모를 일이다. '고백'이 히트를 쳤던 것처럼, 전 세계가 열광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이들은 대중에게 나지막하게 읊조리며 "이건 어때"라고 제시할 뿐이다.


"앞으로 크고 작은 무대에서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아요. 오랜 만에 앨범이 나왔으니까 팬들과 더 자주 만나고 음악을 들려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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