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정말 더웠을 때도 대구에서 잘 살았지만 지금 여기 서울은 대구를 넘어섰네요.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예요 정말로."(신현희)
명랑 어쿠스틱 듀오 신현희와 김루트(신현희 김루트)는 1일 스타뉴스와 마주하며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순간 '서프리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어떻게 이 말을 모를 수가 있나요?"라며 해맑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신현희와 김루트는 무려 40도에 가까워진 무더위 속에서도 경쾌함과 발랄함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음악성을 가져가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기자가 마주한 이들의 모습은 음악성과는 별개로도, 유쾌하고 발랄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12년으로 흘러갔다.
경북 칠곡군 출신 김루트는 당시 베이스를 전공했고 재즈 장르에 관심이 컸던, 상경을 위한 자금을 모으며 음악에 대한 고민을 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또한 신현희는 대구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며 영국 유학까지 준비를 하던 차에 유튜브를 통해 나오는 기타 연주에 매료돼 한창 거리 공연을 열심히 뛰고 있었다. 이후 신현희가 밴드 세션 멤버들과 함께 대구 동성로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고 이를 우연히 본 김루트는 신현희의 매력적인 보컬 음색에 매료돼 말을 걸게 됐다.
김루트는 당시를 떠올리며 "현희의 목소리는 테크닉은 없었지만 목소리가 와일드했다. 사실 밴드 활동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현희랑은 함께 밴드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현희는 "거리 공연을 하면서 오빠 말고도 명함을 주면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은 많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의도가 다분히 달랐고 오빠를 처음 봤을 때도 크게 개의치는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루트가 서울로 먼저 향했고 신현희도 자신의 머릿속에 환상으로 가득 찼던 홍대로 향해 결국 다시 만나게 됐고, 이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대구에서의 인연, 그리고 홍대에서의 힘들었던 음악 생활에 대한 동질감 등으로 통하게 되면서 신현희와 김루트를 결성하게 됐다.
신현희와 김루트에게도 힘든 시절은 있었다. 둘 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버틸 수는 없었고 20대 초, 중반의 나이에 상경해서 이래저래 발로 뛰어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함께 병행해야만 했다. 신현희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로 올라왔던 터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눈물도 흘렸을 정도였다"면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내게 큰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김루트는 이에 더해 "사실 나는 원래 우울한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주변에 우울한 친구들이 많은데 내가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며 '감정 쓰레기통'과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점차 음악성을 알아준 팬들의 변함없는 응원과 함께 인디 신에서 자리를 잡아갔고 온라인 상에서도 보이지 않게 입소문도 간간이 이어졌다. 그러다 2017년, 신현희와 김루트는 '오빠야'라는 히트곡을 마주하면서 인지도 급상승과 경제적인 이득,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얻게 됐다.
20125년 2월 발매된 '오빠야'는 경쾌한 리듬과 솔직한 노랫말이 인상적인 곡. 좋아하는 이성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을 귀엽게 표현한 가사를 담았다.
"SNS 상에서 어떤 핫한 분들이 '오빠야'로 귀여운 콘셉트의 콘텐츠를 올려서 반응이 좋았었나봐요. 이후 이 곡의 원작자 라이브 영상도 덩달아 높은 반응이 올라오게 됐던 것이었죠. 좋아요 수도 정말 많았어요. 그러고 나서 심지어 제 얼굴 사진도 막 인터넷 상에서 떠돌아다니고 그랬어요."(신현희)
"차트인이 막 되는 걸 봤을 때가 어느 토요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서였던 걸로 기억나요. 정말 '이게 뭐지' 하면서 무서운 느낌도 들었죠."(김루트)
만약 '오빠야'가 이 정도만큼 잘 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제게 '오빠야'는 대중에게 정말 많이 알려져서 더 큰 선물과도 같아요. 페스티벌 무대에서 '오빠야'를 부르면 팬들이 떼창을 해주실 정도예요. 전 그때가 정말 행복했어요. 하지만 작년의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해도 저희는 충분히 우리의 생활에 만족하고 지냈을 거예요. 물론 음악을 계속 그만두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고요. 그래도 '오빠야'는 저희가 음악을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곡이죠."(신현희)
"저 역시 '오빠야'가 뜰거라 생각 못했어요. 그거와 별개로 저희는 꾸준히 음악을 만들고 있었거든요. '오빠야'로 저희가 인기 그룹으로 떠오른 건 사실인데요. 만약에 '오빠야'가 안 떴더라도, 그래도 평범하게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았을까요."(김루트)
두 사람은 이 '역주행 사태'를 겪으며 "올해는 정말 우리가 원래대로 해오던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신현희는 여기에 지난 7월 11일 발표한 2번째 미니앨범 '더 컬러 오브 신루트'(The Color of SEENROOT) 활동을 위해 마련했던 쇼케이스 자리도 떠올렸다.
"이렇게 쇼케이스를 하고 컴백이라는 단어도 직접 언급하는 게 뭔가 신기하기도 해요. 부모님께서도 저희가 TV에 나오니까 좋아하시죠. 제가 상경하고 나서 엄마랑 1년 동안 거의 연락을 안 하다시피 했을 정도로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셨는데 2013년 델리스파이스 선배님 공연 게스트로 나갔을 때 제 동생하고 엄마를 공연에 초대해서 공연을 보신 이후부터 마음을 좀 돌리셨어요. 엄마도 그때 많이 우셨어요. 그리고 나서 저희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왔을 때 이제 저희를 정말 응원해주시기 시작했고요."(신현희)
"현희 말에 정말 공감해요. 활동하면서 이번에 TV 출연 정말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저희가 TV에 많이 나오니까 심하게 용돈을 달라고 하실 정도죠. 그만큼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아요."
신현희와 김루트는 오는 4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단독 콘서트도 개최하며 이후 9월 경주에서도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 '더 컬러 오브 신루트' 활동에 계속 매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신현희는 팬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큐리프리리 팬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어요. 팬은 가수 따라간다고 저희 팬들도 정말 착하고 밝고 긍정적인 분들이 많으세요. 이번 앨범 많이 기다려줘서 감사하고 항상 해주시는 응원도 정말 감사하고요. 저희 활동 많이 지켜봐 주시고 감사의 글과 사진 올려주시는 것 보면서 힘 내고 있어요. 여러분들의 말 하나하나가 원동력이 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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