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7년간 작업한 '뽕' 매일 불안감 있었죠"[★FULL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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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기자
"프린스·故신해철 동경..마음껏 하고픈 음악 하고 싶다"
/사진제공=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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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는 분명 2022년 최고의 한해로 기억할 프로듀서 250(41, 이호형)을 서울 망원동 모 사무실에서 만났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다. 이렇게 노래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감탄을 뒤로 한채 250이 그간 살아온 뮤지션으로서의 길을 되짚어봤다.


250은 지난 5일 발표된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지난 2022년 3월 발매한 자신의 첫 정규앨범 '뽕'으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등 종합분야 2관왕을 포함해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상과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상까지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한국대중음악상 역사상 일렉트로닉 장르 최초의 올해의 음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뽕'은 2022년 국내외 평단과 음악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음반이자 250이 4년 이상의 기간 동안 준비한 끝에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처음으로 선보인 앨범이다.


일단 기록 상으로만 봐도 250의 이번 수상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5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4개 수상을 이뤄냈고 이는 한국대중음악상 사상 역대 최다 수상 타이 기록으로 앞서 2008년 이적과 2012년 장기하와 얼굴들이 나란히 4관왕을 차지했었다. 덧붙여 250은 장기하와 얼굴들 이후 10년 만에 올해의 음악인과 올해의 음반을 모두 가져간 아티스트로 기록됐다.


/사진=한국대중음악상

더욱이 250은 '뽕'으로 20년 한국대중음악상 역사상 일렉트로닉 장르로 달성한 첫 올해의 음반이 됐고, 여기에 자신이 앨범 작업에 참여한 뉴진스가 최우수 케이팝 노래상과 음반상도 거머쥐면서 250 개인으로는 사실상의 6관왕을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250을 올해의 음악인으로, '뽕'을 올해의 음반으로 꼽는 업계 분위기는 일찌감치 자자했다. 국내 주요 음악평론가들의 극찬 세례는 물론 영국 가디언지는 250을 "국제적 보물"(International treasure)이라고 수식하기도 했다. 특히 '뽕'은 일본 도쿄 유력 레코드샵 'LOS APSON?'이 꼽은 연간 베스트 음반 2위를 차지했다.


250은 먼저 250은 이번 한국대중음악상 4관왕에 대해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라고 덤덤하게 말하며 이번 '뽕'의 성과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사실 상 받고 나서 인터뷰가 다시 들어오면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앨범을 냈을 때는 제가 이 앨범을 못 낼 거라는 생각도 했기 때문에 무사히 냈다는 생각을 했고 발매 일주일 전에 앨범을 다시 들었을 때 마음에 들어서 그 순간에 '내가 하려고 했던 걸 해냈다'라고 생각했어요. 앨범이 발표되면 이제 제 손을 떠나게 되고 수정할 수 있을 때와는 다르잖아요. 그래서 제 손을 떠났을 때는 '이제 내가 이 앨범에 대해 할수 있는 게 없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이 앨범을 희망적으로, 높게 평가했을 때는 '사람들이 하나씩은 갖고 있을 만한 앨범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했어요."


250은 '뽕'에 대해 해외 유력 매체인 영국 가디언지에서 공개한 심도 있는 리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이렇게까지 깊게 앨범을 듣고 한국 음악의 역사와 맥락까지 짚으면서 일본 엔카까지 훑으면서 '뽕'을 리뷰하는 모습에서 그때서야 방구석에서 음악을 했는데 바다 건너에까지 들려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때가 2022년 4월에서 5월 쯤이었어요. 앨범이 나오고 나서 바로 들으려 하시는 분들에게는 1차적으로 피드백이 오고 있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고요. 안 좋은 피드백은 사실 없었고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나운도 선생님께 이 앨범을 들려드렸더니 '아무도 하지 않는 걸 하고 계시네요'라고 반응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이정식 선생님께서도 주변에 재즈 음악을 하시는 지인들께서 노래가 좋다고 하셨어요. 아까 말씀드린 가디언지에서도 리뷰를 하면서 한국 음악사 중에서도 트로트와 뽕짝의 역사의 전체 맥락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뽕'을 계기로 이 내용을 리뷰로 늘어놓고 싶다는 것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죠. '뽕'이 그러한 역사를 풀어놓는데 있어서 트리거 역할을 한 거였죠."


자신의 본명의 이름에서 따온 숫자로 정해진 250은 고등학교 때 힙합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음악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갈망이 컸었다. 그러다 고3때 그렇게도 멀게 느껴졌던 음악 작업이 어느 순간 자신의 눈앞에서 가능해지면서 내가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미 사운드 레코딩을 자세히 소개해온 잡지들을 통해 프로듀싱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접해왔던 250은 스스로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해갔고 결국 친형에게서 물려받은 컴퓨터로 그 상상을 현실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사운드포지와 냅스터가 활용됐다. 여기에 음악을 한다고 했을때 부모님도 "네가 좋아한다는데 뭐"라고 덤덤하게 반응하셨다고 250은 말했다.


이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음악 학원에서 미디를 가르치는 역할로 활동을 하던 250은 이태원을 기반으로 결성된 프로듀싱 크루 레이블 슈퍼 프릭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프로듀서들의 모임이었는데 프로듀서들끼리 모여서 할 수 있는 게 딱히 또 그냥 컴필레이션 앨범 내는 거 정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파티를 하게 된거죠. 이후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저희의 활동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어요."


250이 하고 싶었던 음악은, 250이 음악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음악을 하면서 동경했던 뮤지션들의 면면을 보니 더욱 이해가 갔다.


"진짜 순수하게 제일 존경했던 사람은 프린스였어요. 프린스는 정말 아이돌처럼 존경하는 한 사람이었고 그 다음에는 류이치 사카모토, 케미컬 브라더스, 그리고 한국에서는 신해철을 정말 좋아했었고요. 그러니까 장르에 있어서 크게 뭔가 국한돼 있지는 않은 그런 분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프린스가 노래를 만들거나 부르면 다 프린스 노래 같이 들리는데요. 정말 많은 음악을 시도를 하면서도 제 멋대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고 유이치 사카모토는 나이가 들면서는 솔로 프로젝트로는 진짜 어떤 장르인지를 얘기할 수 없는 무언가를 했고 그 이후에는 영화 음악을 했다가 그냥 마음대로 넘나드는 사람이니까요. 전 그런 유형의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음악이구나'가 항상 느껴지는 사람들이죠."


이후 이때의 활동이 발판이 돼 250은 지금의 BANA로 합류하게 됐다. 그리고 소속사 대표의 제안을 받고 '뽕'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250은 "'뽕'이 만들어진 기간이 엄밀히 따지면 7년이나 되는 거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시간이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뽕'으로 앨범 타이틀이 정해지고 나서 '뽕'이라는 단어가 아우르고 있는 여러 가지 감상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80년대 에로 영화나 뽕짝 음악, 발라드에 더해진 뽕끼 있는 느낌 등을 떠올릴 수 있거든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한꺼번에 음악들을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제안을 받았을 때 거부감은 없었어요. 촌스러운 걸 피하고 싶은 건 있지만 결국 제 음악에 이런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을 돌아보면 그냥 멋있기 위해 만든 음악은 제 음악같지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 나 스스로 촌스럽다고 느껴지는 무언가를 집어넣었을 때 이것이 어떻게 보면 내 음악이고 나는 촌스러운 사람이라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뽕'이라는 단어에 느껴지는 시대상이 제가 태어난 연도와 비슷하기도 하고 70-80년대 무드가 느껴지기도 했고요. 어차피 나는 촌스러운 사람이니까 '뽕'이라는 타이틀로 가면 마음껏 촌스럽게 해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진제공=BANA

물론 250은 '뽕'을 작업하며 "작업이 어렵다거나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매일 하긴 했다"라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모든 노래에 모든 구간에서 항상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어요. 이게 음악적으로 말이 되나 라고요. '뱅버스'를 만들 때도 뽕짝 드럼을 놓고선 여기서부터 마음껏 해보자고 한 다음부터도 사실 불안하죠. 앨범 만들면서 불안감을 갖고 있었어요. 이게 너무 뽕짝인가. 아니면 전혀 뽕짝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동시에 느껴지게 하는 비율도 고민이 됐고 모든 수록곡에도 다 각자의 고민이 있었죠. 너무 또 조악하면 안될 것 같기도 했고 너무 또 멋있는 척만 하려고 하면 이건 전혀 뽕짝이 아닌 엉뚱한 음악이 돼 있는 거고요."


250은 "원래 2018년에는 이렇게 나와야 된다는 앨범의 구상이 있었는데 정작 완성된 걸 보니 이걸 '뽕'이라고 할수 없겠더라고요. 여전히 멋있는 척을 하려는 속성을 못버린 것 같아서 더 촌스러워야 하고 유치해야 하고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 '이창'이었고 이 곡을 회사에 보내면서 '이 곡이 아니면 난 앨범을 '뽕'으로는 못 낼 수도 있겠다'라고 알리고 휴대폰을 끄고 잤다"라며 "이후 회사에서 '이거다'라고 답이 와서 '이창'을 기준으로 앨범을 새로 만들자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BANA

250은 "(뽕짝은) 음악을 단 두 사람이 만든다. 이박사의 앨범은 김수일 선생님이 반주를 하고 이박사가 노래를 해서 완성된다. 동시에 서로 호흡을 맞춰가면서 노래가 끊기지 않게 하고 반주를 바꿔가면서 만들어가는, 뭐랄까 끊어가는 순간이 없어서 엄청나게 살아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꾸밈이 없고 가식이 없고, 가식이 개입이 될 순간이 없는 거다.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까 가장 솔직한 음악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250은 "이박사를 통해 뽕짝이라는 음악을 처음 알게 됐다. 이박사라는 존재는 그냥 목소리만으로 세상에 없던 장르를 통째로 만들어버린 사람이기 때문에 뽕짝 음악이라고 하면 첫번째로 떠오르는 사람이 이박사"라며 "누구라도 뽕짝 음악이라고 하면 이박사를 떠올릴 것"일아고 말했다.


250이 '뽕'으로 소환한 인물은 이박사뿐만이 아니었다. 인기 만화 시리즈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겨져 있는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가를 부른 오승원의 목소리도 '뽕' 마지막 트랙 '휘날레'를 통해 소환됐다.


오승원은 1984년 CM송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아기공룡 둘리' 주제가 이외에도 '떠돌이 까치' 엔딩 주제곡과 빠삐코 CM송의 여자 목소리로도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인물이었다.


250은 "오승원을 섭외하기 위해 3년 정도 걸린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분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유튜브에 올라온, 2013년 공연 영상 말고는 없었어요. 예전 블로그도 하다 마셔서 끊겨 있고 찾는데 엄청 오래 걸렸어요. 오승원 선생님 아드님도 음악을 하시는데 그분이 SBS '스타킹'에 나온 적이 있었고요. 아드님께서 앞을 못 보시는 분이셔서 재단을 통해 연락처를 얻어서 아드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아드님께서 나온 영상도 어떻게 찾아서 영상 속에 있는 재단에 들어가는 모습을 검색해서 전화번호를 찾은 거였고요. 하하. 이후 연락이 닿아서 만나게 돼서 섭외를 요청드렸더니 흔쾌히 응하시면서 '어떻게 찾으셨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운 좋게도 오승원 님도 다시 활동을 하시려고 하시던 찰나였고 그때가 2019년이었고요. 명함을 주셨는데 성우 겸 CM송 가수라고 적혀 있었어요."


한편 250은 '뽕' 앨범 작업과는 별개로 NCT, ITZY, 뉴진스 등 인기 K팝 아이돌 음악을 작업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제 음악이 트렌디하다고 느끼진 못해서 무언가를 타깃으로 한다기 보다 제가 듣기에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첫 번째예요. 앨범 발매 이후 주변에서 느끼는 반응들을 보면서 요즘에 느끼는 건 그래도 내가 좋다고 느끼는 음악을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라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특히나 K팝 같은 경우는 그냥 팝 음악의 종류로서 듣기 좋은 게 최우선인 것 같고요. 내가 좋은 음악, 내가 듣기 좋은 선에서 음악을 다듬는 것 이외에는 의식하고 만드는 건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진제공=BANA

250은 다음 행보에 대한 질문에도 답하고 "결과적으로는 '뽕'이 잘된 가운데서 어떻게 하면 잘될 수 있을까를 디테일하게 고민하기 보다 마음대로 만들어서 잘된 거기 때문에 다음 앨범도 똑같이 잘되고 싶다면 똑같이 마음대로 음악을 만들고 싶다. 만약에 마음대로 작업해서 나온 앨범이 안되도 몰락하는 정도로 안 될것 같지는 않고 내게 찜찜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보다 내가 발매 일주일 전에 들었을 때 '내가 하려던 걸 했고 내게는 성공했다'라는 그 마음을 따라가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단 6월에는 일본 투어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얘기가 잘 돼서 진행이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다만 디제잉이랑 퍼포먼스를 앨범을 내면서도 뭐랄까 중구난방이라고 해야 되나. 그러니까 어떻게 곡을 구현하겠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만들 수 있는 거를 다 쏟아부어 놓은 상태여서 퍼포먼스를 사실 계획을 특별하게 하고 만든 앨범은 아니었어서 이 노래를 퍼포먼스로 구현할 때 좀 억지스럽지 않게 하는 것에 고민이 되고 있어요. 그리고 5월부터는 국내 페스티벌 같은 것도 설 자리가 생기면 좀 하고 싶고요. 그리고 다음 앨범은 작업 기간이 7년 이상은 걸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너무 길었죠."


마지막으로 250은 "그 사람의 이름으로 걸고 뭔가 결과물이 나올 때 좀 기대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며 "이번에는 어떤 걸 했을까 기대를 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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