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음악적으로는 70점 정도 오지 않았나 싶어요."
가수 이현이 하이브 방시혁 의장으로부터 세워진 자신의 비전을 고백했다.
이현은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A(E)ND'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A(E)ND'는 철자와 발음은 유사하지만 의미는 상반되는 'AND'와 'END'를 결합한 표현이다. 관계의 양면성과 감정의 복합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앨범명으로 사랑과 이별 같은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타이틀곡 '이쯤에서 널'은 지키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한 시간과 그 끝에서 마침내 놓아주기로 결심한 순간의 아픔을 담은 트랙이다.
◆ 역시 빅히트 1호 가수..방시혁 의장 "이현, 내 손을 떠나거라"
이현은 "마지막 음원 발매가 4년 전이라는 걸 나도 라디오를 하면서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기사 보고 알았다. 정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으른 것도 있었다. 약간의 자신감 부족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곡도 쓰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다"라며 오랜만에 컴백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현의 컴백은 지난 2021년 7월 발매한 싱글 '바닷속의 달' 이후 약 4년 만이다. 심지어 음반으로는 2012년 1월 첫 번째 정규앨범 'The Healing Echo' 이후 약 13년 8개월 만이다.
이현은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코르티스(CORTIS) 등이 소속된 빅히트 뮤직의 1호 가수다. 그는 2007년 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으로 론칭한 혼성 보컬 그룹 에이트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로 빅히트가 설립된 2005년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빅히트 뮤직은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큰 인기를 구가함과 동시에 2021년 모기업인 하이브로부터 레이블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되면서 규모가 상상초월로 커졌다. 때문에 회사가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음악 작업 과정의 변화도 있을 터. 이현은 "회사가 커진지 꽤 됐으니까 이 시스템에 녹아든 건지는 모르겠는데 제일 크게 달라진 건 결정을 나 스스로 내려야하는 게 너무 많다는 거다. 예전에는 (방)시혁 PD가 해주셨다면 '넌 이제 내 손을 떠나거라'라고 말씀한 이후로는 하나하나 컨펌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방시혁 의장은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 별말을 안 했나'라고 묻자 "컨펌 라인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피독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그럴 때도 됐죠?!"라며 웃었다.
방시혁 의장이 이현에게 '내 손을 떠나거라'라고 말한 시점은 '다음이 있을까'라는 신곡을 발매한 2018년이다. 이현은 "그때 (방시혁 PD가) '앞으로 앨범은 A&R 사람들과 진행을 해도 될 것 같다. 나한테 곡 그만 보내라'라고 하셨다. 그래서 이젠 안 보낸다. 오히려 피독이랑 결과물들을 공유한다"라고 이야기했다.
◆ 에이트, 내후년 벌써 데뷔 20주년.."그 마지막은 공연"
이현은 백찬, 주희로 구성된 혼성 그룹 에이트(8eight)의 활동 가능성도 예고했다. 에이트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으로 론칭한 아티스트로 지난 2007년 'The First'를 발매하며 데뷔했다. 2020년 2월에는 약 6년 만에 신곡인 '또 사랑에 속다'와 '심장이 없어' 발매 10주년 기념 버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현은 "에이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후년이 20주년이다. 멤버들과는 1년에 한두 번씩 만난다. 아무래도 멤버들이 본인들의 삶을 잘 살고 있어서 올해 5월에 만났을 때 조심스럽게 '내후년에 20주년인데 기간 좀 길게 두고 맞춰서 앨범을 내보는 건 어떨까? 나는 그 앨범의 마지막은 공연이 됐으면 좋겟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멤버들이 생각보다 '어? 그래?'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아직 진척은 없는데 긍정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 이번 활동들도 에이트 20주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라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대중들에게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때그때 마다 달라요. 지금 생각나는 건 '이현은 항상 그래도 조금은 새로운 걸 하는 애다. 쟤는 아예 뻔한 건 안해'라고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하이브에 있는 게 여러가지 의미로 도움이 되고 있어요."
◆ "하이브 복지 좋아"..이현이 밝힌 방시혁 의장의 큰 그림
이현은 데뷔한 2007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의 소속사 이탈 없이 빅히트 뮤직(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몸을 담고 있다. 같은 멤버 백찬과 주희는 2014년 9월 전속 계약 만료와 함께 빅히트 뮤직을 떠났지만, 이현만 홀로 남아 계속 재계약을 하며 방시혁 의장과 동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현이 생각하는 빅히트 뮤직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일까. 그는 "(데뷔 당시) 생각보다 많은 오퍼가 있었다. 그중에서 처음 이 회사를 선택한 건 방시혁 PD가 나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 '난 너의 이런 보컬이 좋고, 이건 별로고, 난 너의 이런 점들을 이렇게 채워서 이런 가수로 만들고 싶어'라는 게 명확한 사람이었다. 지금 내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는 걸 가감 없이 말해줬다. '난 이 사람과 가면 발전할 수 있겠구나'라는 게 가장 큰 첫 번째 이유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현은 "복지도 굉장히 좋다. 회사 안에서 다 할 수 있다. 이게 생각보다 아티스트한테는 굉장히 큰 장점이다. 병원, 쉼터,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이 다 가능하다"라고 자랑했다.
약 18년 전 이현에 대한 비전을 세웠던 방시혁 의장. 이현은 현재 그 비전을 어느 정도 이뤘을까. "모르겠다"는 이현은 "나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나에 대해 조금 아쉬운 부분은 너무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것 같다. 아티스트라고 하면 약간의 삐뚤어짐과 소위 말하는 자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거만하네'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강박 아닌 강박이 있었어서 아쉽긴 한데 음악적으로는 70점 정도 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대답했다.
이현의 세 번째 미니앨범 'A(E)ND'는 지난 16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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