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런 이유들(상편 참조)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선동렬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는 나의(스티브 김) 욕심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선동렬 선수 본인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를 세우고 결심을 하느냐였다.
내 물음에 대한 선동렬 선수의 답은 예스,노로 금방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여행 중이니 일본으로 돌아 가 신중하게 생각해본 뒤 연락을 주겠다는 것으로서 나와 선동렬 선수의 LA 만남은 마무리 지어졌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일본으로 전화를 해서 안부와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 문제에 대해 검토해보았는지를 물었다. 선동렬 선수의 답변은 변하지 않았다. 관심은 고마우나 은퇴를 번복할 생각이 없다고 확고하게 밝혀왔다.
선동렬 선수가 은퇴를 재검토하게 만들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없는가 고민을 해보았다. 그래서 보스턴 구단으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아서 보스턴 구단의 뜻을 선동렬 선수에게 전한다면 국면 전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보스턴 구단의 극동 지역 담당인 레이 씨와 미팅을 했다. 나는 선동렬 선수가 은퇴를 번복할 생각은 없는데 보스턴 구단이 영입 의사는 물론 조건까지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제시를 해주면 그것을 바탕으로 설득을 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레이씨의 답변은 구단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계약을 할 뜻이 있지만 먼저 구단에서도 선동렬 선수의 마음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며 그를 만나 함께 미팅을 하자고 했다.
나는 일본의 선동렬 선수에게 다시 연락을 해 보스턴 구단의 뜻을 전하고 일본에서 다시 만나 생각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뜻 밖에 선동렬 선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과 자신감이 생긴 모양이었다. 선뜻 만나자고 했다.
2000년 1월1 8일 나는 선동렬 선수가 있는 일본 나고야로 갔다. 공항에 도착하니 예상치 못했는데 일본 특파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선동렬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일본 특파원들은 나를 만나자마자 얼마에 계약하느냐, 조건이 뭐냐 등등 선동렬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알고 질문을 해왔다. 나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은 구단 관계자들과 만나 서로의 뜻을 확인하는 정도의 만남이니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뭔가 결정이 되면 공식적으로 알려주겠다 등의 얘기를 해 특파원들을 설득한 뒤 선동렬 선수와 만나기로 한 호텔로 이동했다.
그 때까지는 몰랐는데 은퇴 선언 후에도 일본 특파원들과 편하게 만나던 선동렬 선수는 사적인 자리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이야기가 나와서 기자들이 예상을 하고 있었고, 언제 결정하느냐, 정말 메이저리그로 갈 것인가 등을 물어오는 언론의 취재에 신경을 쓰고 있던 상황이었다.
선동렬 선수를 만나서 나는 자리를 함께 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미안하지만 언론의 눈도 있고 마침 보스턴 구단 관계자들이 동경에 도착해 있으니 그곳으로 함께 이동해 그들을 만날 수 있느냐를 물어보았다. 선동렬 선수는 자신도 메이저리그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나를 일본으로 오게 했으니 자신도 동경으로 이동해 보스턴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에 문제가 없다며 같이 신칸센을 타고 보스턴 구단의 극동 담당자 레이씨가 있는 동경으로 출발했다.
나고야에서 동경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활용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했던, 보스턴 지역에 선동렬 선수의 자녀가 다닐 수 있는 학교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후에 어떤 장점이 있는가 등을 얘기해주며 자료를 함께 건네줬다. 그 때 선동렬 선수는 왜 내가 자신에게 메이저리그 진출을 권하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모습이었다.
동경에서 레이씨, 그리고 보스턴의 한국 스카우트 박진원씨, 선동렬 선수와 나, 4명이 미팅을 시작했다. 먼저 레이씨는 선동렬 선수에게 동경까지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선동렬 선수에 대해서는 계속 지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잘 알고 있으니 보스턴 구단과 계약해 보스턴의 마무리로 활약하는 것을 꼭 보고 싶다는 구단의 의지를 전달했다.
레이 씨는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에 마무리가 필요하며 선동렬 선수에게 1년에 200만달러 정도의 연봉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동렬 선수는 이에 대해 금액은 문제가 되지 않고 계약 기간 2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요청했다.
레이 씨의 답변은 본인은 선동렬 선수의 기량을 확신하고 있으나 구단에서는 아직 선동렬 선수가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지 모르니 1년에 200만달러는 보장할 수 있지만 2년은 힘들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일본야구를 잘 알고 있는 레이 씨 본인의 관점에서는 선동렬 선수의 기량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니까 메이저리그에서 보통 마무리 투수가 한 시즌에 60경기 안팎에 출장 한다고 보고 선동렬 선수가 기본적으로 1/4 수준인 15경기 이상만 등판해주면 자동으로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연장되는 계약을 하자고 제안했다.
무조건 2년을 보장해주는 계약을 했다가 최악의 경우 첫 시즌에 15경기에도 출장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스카우트 책임자로서 문제가 생기니 1년 200만달러 보장에 첫해 15경기 이상 출장하면 자동으로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연장되는 계약을 하자는 것이었다.(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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