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스 슈어저(31, 워싱턴 내셔널스)와 스티븐 드류(32, 뉴욕 양키스), 라이언 매드슨(35)과 켄드리 모랄레스(32, 이상 캔자스시티 로열스). 네 명의 선수는 이번 오프시즌 동안 FA자격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그들의 에이전트가 바로 메이저리그 구단의 '공공의 적' 스캇 보라스(63)라는 사실이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FA 대어' 슈어저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과 7년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 당시만 하더라도 구체적인 금액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MLB.com 등 현지매체들은 20일 슈어저의 계약 규모가 7년 2억 1000만 달러(약 2265억 원)라고 밝혔다. 또한 이 계약은 공식적으로 7년 2억 1000만 달러지만, 워싱턴은 슈어저에게 계약이 시작되고 끝나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1억 500만 달러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1억 500만 달러를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지급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2억 1000만 달러. 현역 투수들 중에서는 지난해 LA 다저스와 7년 2억 1500만 달러(약 2319억 원)의 계약을 맺은 클레이튼 커쇼(2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며, FA계약만 놓고 본다면 지난 2009년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 6100만 달러(약 1737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 C.C. 사바시아(35)를 넘어서는 FA투수 계약 최고금액이다.
슈어저는 2013년엔 21승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엔 18승을 거두며 2008년부터 7시즌 동안 91승을 따냈다. 또한 지난 두 시즌 동안 각각 214 ⅓ 이닝, 220 ⅓ 이닝을 소화하며 200이닝을 2년 연속 돌파하는 등 실력과 내구성에서 만점짜리 활약을 펼쳤다.
이 같은 활약에 매료됐던 슈어저의 원 소속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지난해 슈어저에게 6년 1억 4400만 달러(약 1553억 원)의 연장 계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슈어저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이 금액에 만족할리 없었다. 보라스는 디트로이트의 제안에 곧바로 퇴짜를 놓았고, 시즌이 끝난 뒤 언론을 통해 "슈어저 영입에는 2억 달러 이상의 금액이 필요하다" "슈어저는 미국 풋볼리그(NFL)의 '전설' 페이튼 매닝(39, 덴버 브롱코스) 급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등 슈어저의 주가를 드높이기 위한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
자연스럽게 슈어저 영입에 관심을 갖는 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슈어저를 데려오기 위한 행보를 펼쳤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금액에 부담을 가졌던 이 팀들은 하나둘씩 슈어저 영입을 포기했고, 그렇게 슈어저의 행선지는 미궁에 빠졌다. 게다가 이 팀들이 슈어저 영입에 발을 빼면서 슈어저가 2억 달러 이상의 금액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슈어저의 에이전트는 보라스였다.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계약도 어떻게든 성사시켜왔던 보라스는 슈어저와 워싱턴의 계약을 이끌어냈고, 14년에 걸친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슈어저에게 2억 달러 이상의 몸값을 안겨주는데 성공했다.
슈어저뿐만 아니라 보라스의 고객인 스티븐 드류, 라이언 매드슨, 켄드리 모랄레스 등도 이번 오프시즌을 통해 FA계약을 맺었는데, 이들이 맺은 계약을 본다면 '보라스가 아니라면 이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먼저 드류는 지난 7일 양키스와 1년 500만 달러(약 54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과 금액만 놓고 본다면, 슈어저에 비해 매우 초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류는 지난해 보스턴과 양키스에서 주전 유격수, 2루수로 활약(85경기 출전)하며 타율 0.162, 7홈런 26타점에 그쳤다. 출루율은 0.237에 불과했고, 장타율 역시 0.299로 데뷔 이후 가장 좋지 않았다. 물론 드류는 지난해 연봉 1010만 달러(약 109억 원)보다 반 토막이 난 500만 달러에 FA계약을 맺게 됐지만, 가치가 심각하게 떨어진 드류의 몸값을 500만 달러나 챙기게 만든 것도 보라스의 능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보라스는 팔꿈치 부상 등으로 인해 2011년 이후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한 매드슨을 캔자스시티에 계약시켰고, 지난해 타율 0.234, 8홈런 42타점에 그치며 가치가 하락한 모랄레스에게 2년 1700만 달러(약 183억 원)나 되는 계약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나치게 구단이 손해 보는 계약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나 되는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도, 보라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FA시장에 남은 보라스의 고객은 에버스 카브레라(29)와 그 이름도 유명한 배리 지토(37)다. 카브레라는 약물복용과 마리화나 소지 혐의 문제를 일으킨 트러블 메이커로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논텐더로 풀린 이후 아직 소속팀이 없다. 또한 지토는 2007년부터 샌프란시스코와 7년 1억 2600만 달러(약 1360억 원) 계약을 맺은 뒤 7년간 63승 80패 평균자책점 4.62로 무너졌고, 지난해엔 백수 신분으로 휴식을 취하며 현재 메이저리그 복귀를 타진 중에 있다.
과연 슈어저, 드류, 매드슨, 모랄레스에게 과도한 계약을 안겨줬다고 비판 받는 보라스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양잿물도 음료수로 팔 수 있다'고 평가받는 보라스가 '문제아' 카브레라와 '백수' 지토에게도 계약을 안겨줄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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