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이와 함께 MVP와 사이영상, 그리고 신인왕 레이스도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상자들은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10월 중순에나 발표되지만 선정투표는 정규시즌이 막을 내린 뒤 바로 다음 주에 실시돼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된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NL)와 아메리칸리그(AL)의 MVP와 사이영상, 신인왕 등 총 6개 부문의 레이스를 살펴보면 NL MVP는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신인왕은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에게 돌아갈 것이 거의 기정사실인 반면 나머지 4개 부문은 오리무중이다. 특히 잭 그레인키와 클레이튼 커쇼(이상 LA 다저스), 제이크 아리에타(시카고 컵스) 등 슈퍼 에이스 3인방이 겨루는 NL 사이영상은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투표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할 지경이다. 6개 개인상 레이스를 살펴보고 예상 수상자를 점쳐본다. <모든 성적은 현지시간 9월30일 경기까지>
◎NL MVP
이 레이스는 사실상 끝났다. 하퍼가 생애 첫 MVP 트로피를 품에 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워싱턴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 때문에 그에게 표를 주기를 주저하는 투표인단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퍼의 독보적인 성적(타격 슬래시라인 0.331/0.463/0.649, 41홈런, 96타점, 9.9 WAR, 196 OPS+)을 외면하긴 어렵다. 1위표를 독식하는 만장일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워싱턴의 포스트시즌 실패를 이유로 그를 2위로 끌어내리길 원하는 투표인단에게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NL 사이영상을 다투는 투수 3인방 중 한 명에게 1위표를 주는 방법이다. 미 야구기자단(BBWAA) 멤버들은 전통적으로 MVP 투표에서 투수들에게 표를 잘 주지 않지만 지난해 커쇼처럼 워낙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경우엔 예외를 인정한다. NL 사이영상 후보 3인방은 실제로 MVP 후보로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하퍼라는 걸출한 후보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투수에게 표를 주기는 힘들고 더구나 투수 후보가 한 명이 아니라 3명이나 돼 표가 갈리는 상황에선 하퍼의 수상은 거의 기정사실이다. 나머지 후보로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1루수 폴 골드슈미트(0.315/0.432/0.557, 31홈런, 106타점, 21도루, 8.3 WAR)와 신시내티 레즈의 1루수 조이 보토(0.316/0.463/0.551, 29홈런, 78타점, 11도루, 7.7 WAR)가 있다.<예상- 하퍼>
◎AL MVP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3루수 조시 도널드슨(0.300/0.375/0.577, 41홈런, 123타점, 8.9 WAR, 158 OPS+)과 LA 에인절스의 센터필더 마이크 트라웃(0.299/0.402/0.589, 41홈런, 89타점, 9.1 WAR, 176 OPS+)의 2파전이다. NL 사이영상 레이스만큼이나 박진감 넘치는 예측불허의 접전이다.
두 선수의 성적을 비교하면 타율은 거의 비슷하지만 출루율과 장타율에서 뚜렷한 강세를 보인 트라웃이 OPS+에서 상당한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타점 부문에선 오히려 도널드슨이 무려 34점차의 월등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훨씬 타자 친화적인 로저스센터를 홈구장으로 지닌 덕이 크다. 토론토는 올 시즌 총득점이 무려 873점에 달해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인 뉴욕 양키스(751점)보다 무려 122점이나 많다. 투수 친화적인 홈구장을 지닌 에인절스의 총득점(643점)과는 꼭 200점차가 난다. 비슷한 타격 수치에도 불구하고 타점 격차가 이처럼 크게 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도널드슨은 소속팀 토론토가 22년 만에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토론토가 현재 AL 최고의 성적을 기록 중이라는 사실이 투표인단에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약 에인절스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면 레이스는 급격히 도널드슨 쪽으로 기울 전망이다. 하지만 9월 한달간 0.316/0.432/0.653, 8홈런의 맹위를 떨치며 에인절스를 18승9패로 이끈 트라웃이 결국 에인절스를 플레이오프로 이끈다면 투표결과는 예측불허가 될 가능성이 있다.<예상- 도널드슨>
◎NL 사이영상
우선 경쟁후보 3명의 성적을 비교해보자.
근래에 사이영상 레이스가 이처럼 치열한 경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리에타와 그레인키, 커쇼의 성적을 비교하면 투수 ‘트리플 크라운’ 부문에서 아리에타는 다승(21승), 그레인키는 방어율(1.68), 커쇼는 탈삼진(294)에서 각각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나머지 성적들도 대부분 메이저리그 톱3를 놓고 겨루는 양상이다. 각종 투구 지표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 3명이 각자 우위를 보이는 부문이 나오지만 각자 다른 부문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 객관적으로 똑부러지게 우열을 가리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들 3명에게 어떤 순서로 표를 던질지 투표인단들은 엄청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그레인키는 사이영상 부문에서 거의 전 시즌동안 선두주자 위치를 지켜왔고 그 위치를 놓칠 만큼 큰 슬럼프에 빠진 적이 없는 것이 강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승률과 방어율이 모두 1위이고 이닝당 볼넷+안타수(WHIP)도 아리에타와 커쇼에 박빙의 차로 1위다.
아리에타는 올해 6월까지는 7승5패로 성적이 그다지 신통치 않았으나 7월 이후 지난 3달간은 14승1패라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지난 두 달 동안은 완봉승 2회 포함, 10승무패, 방어율 0.44의 신들린 성적을 올리고 있고 방어율과 ERA+ 부문에서 그레인키에 상당히 근접했다. 최근의 신들린 상승세와 함께 다승 ML 1위의 프리미엄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커쇼는 6월까지 성적이 5승6패라는 전혀 그답지 않은 성적으로 일찌감치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탈락한 듯 했지만 7월 이후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지난 3달간 11승1패, 방어율 1.25의 커쇼급 피칭으로 다시 사이영상 레이스에 복귀했다. 특히 그가 돋보이는 부문은 탈삼진 쪽이다.
그는 시즌 294개의 탈삼진으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고 지난 2002년 커트 쉴링과 랜디 존슨 이후 처음으로 시즌 300K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9이닝당 삼진수와 삼진/볼넷 비율에서도 압도적이다.
이들은 모두 이번 시즌 한 번씩의 선발등판을 남겨놓고 있다. 도무지 누구를 찍어야 할지 갈등중인 투표인단들이 이들의 마지막 등판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예상- 아리에타>
◎AL 사이영상
달라스 카이클(휴스턴)과 데이빗 프라이스(토론토)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들의 성적은 다음과 같다.
NL 레이스에 비하면 무게감이나 박진감에서 훨씬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이들의 경쟁도 예측불허이긴 마찬가지다. 두 선수의 성적을 비교하면 우열을 가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투표인단이 누구에게 표를 줄지 고민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로 인해 카이클의 마지막 선발등판이 주목받고 있다. 카이클은 2일 애리조나와 원정경기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 나서지만 프라이스는 더 이상 정규시즌 등판계획이 없다. 카이클은 올 시즌 홈에선 15승무패, 방어율 1.46의 ‘철벽피칭’을 보였지만 원정경기에선 3승5패, 방어율 3.82의 평균 투수에 불과했다. 그런 카이클이 팀의 플레이오프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원정경기에 마운드에 오르기에 이날 그가 마지막 테스트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AL사이영상의 주인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예상- 프라이스>
◎NL 신인왕
브라이언트의 수상이 기정사실이다. 한국팬들 입장에선 강정호(0.287/0.355/0.461, 15홈런, 58타점, 4.0 WAR, 123 OPS+)가 끝까지 경쟁해 볼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워낙 출발부터 네임밸류에서 절대 우위를 갖고 있었고 또한 성적(0.279/0.369/0.495, 26홈런, 99타점, 13도루, 5.6 WAR, 135 OPS+)으로 이름값을 해낸 브라이언트를 따라잡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강정호는 샌프란시스코 3루수 맷 더피(0.300/0.339/0.436, 12홈런, 76타점, 12도루, 5.0 WAR, 113 OPS+)와 2위 자리를 다툴 전망이다.<예상- 브라이언트>
◎AL 신인왕
클리블랜드 숏스탑 프란시스코 린도어(0.323/0.360/0.496, 12홈런, 51타점, 11도루, 128 OPS+)와 휴스턴 숏스탑 카를로스 코레아(0.277/0.343/0.504, 21홈런, 63타점, 12도루, 129 OPS+)가 또 다른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네임밸류와 홈런 수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이는 코레아의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타율에서 압도적인 린도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 레이스 역시 투표인단들이 끝까지 둘의 성적을 앞에 놓고 고민할 전망이다.<예상- 코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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