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유력지인 LA 타임즈는 24일 LA 다저스가 신임 감독으로 데이브 로버츠(43)를 선임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는데 'LA 다저스는 재키 로빈슨부터 로이 캄파넬라, 샌디 쿠팩스, 마우리 윌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히데오 노모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ground-breaking) 시도를 하는 구단'이라는 평가로 기사가 시작됐다.
글쓴이는 이 기사를 읽으며 아쉬움이 컸다. 왜 LA 타임즈 기자는 일본인 투수 노모를 포함시키면서 LA 다저스가 1994년 데뷔시킨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소개하지 않았을까? 더욱이 박찬호는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최다승(124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재키 로빈슨부터 노모를 거쳐 LA 다저스 신임 데이브 로버츠 감독까지 과연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가? 왜 LA 다저스 감독 역사상 최초의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하는 것일까?
대답은 그들이 모두 미국 사회에서 이른바 '마이너리티(소수계)'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팬들에게는 소수계라는 의미가 생소하다. 쉽게 말하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아프리칸-아메리칸(African-American)'계, 더 정확히 표현하면 미국에서 금기어가 돼 있는 '흑인(black)'계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을 포함해 LA 다저스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계 감독이 발탁됐다는 말이다.
그것도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인 1947년 4월 15일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흑인 재키 로빈슨을 선수로 데뷔시킨 이후 68년 만에 감독까지 흑인을 발탁했으니 메이저리그와 LA 타임즈 등 언론까지 놀랄만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데이브 로버츠는 미(美) 해병대에 복무하던 흑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일본 오키나와에서 태어났고 해병대 기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성장했다.
지금은 '니그로(Negro)'나 '블랙(Black)'은 금기어가 돼 있고 '아프리칸-아메리칸'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박찬호 노모 류현진 강정호 모두 아시아계로 미국 사회에서 '마이너리티(소수계)'이다. 차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소수계에 대한 말이다. 실제로 박찬호도 '(인종)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947년 4월 15일 미 서부 LA가 아닌 동부 브루클린 발 AP 통신 기사를 보면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는 놀라운 표현이 두 번 등장했다. 기사에는 '재키 로빈슨, 현대 빅리그(메이저리그) 야구에서 경기를 한 최초의 니그로(Jackie Robinson, first Negro to play in modern big league ball)'라는 평가와 함께 '세 타석에서 병살타 하나 밖에 치지 못한 니그로(The Negro in three previous attempts)'라는 모욕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현재는 '재키 로빈슨 데이'로 지정돼 위대한 도전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AP 통신 기자가 거침없이 '니그로'라는 말을 기사에 사용한 것에서 당시의 인종 차별 분위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재키 로빈슨은 1957년 1월 5일 전격적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그 시점이 브루클린 다저스가 그를 뉴욕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시킨 직후였다. 그래서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는 것이 '다저스가 재키 로빈슨이 흑인이었기에 결국 트레이드시킨 것 아닐까?'하는 것이다.
다저스가 소수계인 데이브 로버츠를 감독으로 선임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2014년 집계에 의하면 메이저리그에서 흑인 선수 비율은 8.2%였고 금년에는 0.1% 증가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백인(White)'이 아닌 '유색(有色, color) 인종'은 41.2%인데 그 가운데 라티노(Latino, 남미계)가 2014년 28.4%에서 올시즌 29.3%로 증가했다.
재키 로빈슨이 개척한 메이저리그는 그의 희망과 다르게 변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 가운데 27%가 흑인이었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라티노'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더 비관적인 것은 현재 미 대학스포츠(NCAA) 1부 리그 야구 선수들 가운데 흑인의 비율은 겨우 2.6%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재 메이저리거인 추신수, 류현진, 강정호 그리고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게 될 박병호 역시 아시안(Asian) '소수계'가 된다.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누군가 차별적으로 쓸 때 '옐로우(Yellow)'라고 한다.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를 들어가 보면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라티노는 그들끼리 뭉친다. 흑인들도 비슷하다. 그런데 아시아계는 위치가 상당히 애매하다. 결국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글쓴이의 경험으로 '소수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과연 개인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한 '모래알 집단' LA 다저스 선수들을 어떻게 결집시킬지 정말 궁금하다. 그의 선수 시절 경력을 보면 1년 만에 경질된 롯데 이종운 감독과 비슷하다. 발 빠르고 야구 센스가 뛰어난 외야수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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