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탈코리아=서귀포] 서재원 기자= 정정용호는 어리다. 어린 팀은 흔들리기 쉽다. 서울이랜드FC가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최고참' 김민균(33)의 역할이 컸다.
33세 김민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이랜드의 최고참이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사실 또 그렇게 많지도 않은 나이다.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최고참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서울이랜드가 그만큼 젊은 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부담감이 상당하다. 개인도 중요하지만 팀 전체를 생각하는 안목을 가져야 하는 위치다.
지난 3일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서울이랜드의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김민균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워 보였다. 눈빛에서부터 책임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후배들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보였다. "빡세게 하고 있다"라는 한마디에서 그가 어떤 마음으로 2021시즌을 준비 중인지 느낄 수 있었다.
김민균은 최고참임에도 '빡센' 체력 훈련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그는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선 중상위권이었다. 오늘은 90개(요요 테스트)를 다 채운 9명 중에 포함됐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나이가 많아도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뛰다 보니 됐다. 그래서 90개를 다 채울 수 있었다"라고 자부했다.
여러모로 부담은 크지만, 지난해보다 나은 편이다. 올해는 고참급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김선민(30)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김민균은 "최고참으로서 부담이 없지 않아 있다. 작년에 더 심했다. 기댈 곳이 없다 보니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올해는 나이대가 있는 선수들이 들어와서 한결 가볍다. 특히 선민이가 큰 힘이 된다. 울산현대와 아산무궁화에서 함께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강한데 착한 친구다. 팀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이랜드는 지난해 아쉽게 승격 도전에 실패했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전남드래곤즈와 비기며 준플레이오프행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다득점에서 밀렸으니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김민균도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로 희망을 봤다고 했다. 김민균이 처음 이적했을 때만 해도 꼴찌를 전전했던 팀이 이제는 승격에 도전하는 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김민균은 "서울이랜드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제가 처음 왔던 2019년 때만 해도 꼴찌라는 분위기를 걷어내지 못했다. 동계훈련 때부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됐다. 지난해 정정용 감독님이 오시면서 달라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지난해에도 더 나은 결과를 냈다. 올해는 더 기대된다. 작년 훈련 때보다 더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정정용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다이렉트 승격으로 잡았다. 지난해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았더니, 문턱에서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목표를 높게 잡으면 그에 걸맞은 성적이 나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민균도 "목표가 높아야 그곳에 따라간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다이렉트 승격을 말씀하셨다면 당연히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 확실히 동기부여가 된다. 올해는 감독님의 말씀처럼 승격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라고 정정용 감독에 대한 믿음을 내비쳤다.
2021년은 김민균 개인에게도 중요한 시기다. 앞으로 선수로 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더 오래 뛰기 위해선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 김민균은 "저보다 한두 살 어린 선수들도 팀을 못 찾고 있다. 은퇴 시기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 같다.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제 값어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필사적으로 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아직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발전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나이가 더 먹어도 발전할 수 있다. 작년에도 피지컬적으로 발전했고, 지금도 발전하는 게 느껴진다.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이동국 선수, 염기훈 선수처럼 오래 뛸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라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전 경기에 뛰겠다는 건 욕심일 수 있다. 김민균도 전 경기 출장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대신 상황 상황에 맞게 들어가 120%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민균은 "선발로 뛰든, 교체로 들어가든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팀 순위가 우선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심을 버렸다. 뛰든, 뒤에서 응원하든 우선 팀이 이겨야 한다"라고 팀에 대한 헌신을 강조했다.
서울이랜드의 목표가 승격이라면, 김천상무, 경남FC, 부산아이파크 등과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김민균은 "(개막전 상대) 부산은 꼭 이겨야 한다. 2019년도에 부산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1무 3패를 기록했다. 경남도 잡아야 한다. 우승후보를 잡아야 승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FC안양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생각해보니 전팀을 이겨야 할 것 같다. 모든 팀을 두 번씩 이겨야 승격할 수 있다. 18승을 채우면 승격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팀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김민균은 마지막으로 "작년에는 전보다 나은 성적을 내긴 했지만, 마지막이 안 좋아서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겨드린 거 같다. 올해는 찝찝함 없이 깔끔하게 승격해서, 파이널터치 때 팬들과 승격의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팬들이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금처럼 많은 응원 해주시면, 결과로 보답해 드리겠다"라고 팬들을 위한 인사말을 남겼다.
사진=서울이랜드FC,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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