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탈코리아=거제] 서재원 기자= 우로시 제리치(28, 수원삼성)는 푸른 날개를 달고 비상을 꿈꾸고 있다.
제리치의 시작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2018년 강원FC를 통해 K리그에 입문했는데, 인천 유나이티드와 시즌 개막전부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전남드래곤즈와 8라운드에선 K리그 첫 해트트릭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시즌 내내 꾸준한 득점을 통해 말컹(당시 경남FC)과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쳤다. 데뷔 시즌 최종 기록은 36경기 24골 4도움. 아쉽게도 득점왕 타이틀은 말컹(31경기 26골 5도움)에게 돌아갔다.
누구에게 지고 못사는 제리치는 더욱 칼을 갈았다. 2019시즌을 앞두고 말컹이 중국슈퍼리그 허베이화샤로 이적하면서 유력한 득점왕 후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강원 김병수 감독의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며 초반 부진이 이어졌고, 들쑥날쑥한 출전 속 전반기 14경기 4골이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꾸준한 출전 기회를 원했던 제리치는 그해 여름 경남으로 이적했는데, 17경기 9골 1도움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지만 팀의 강등만은 막지 못했다.
제리치에게 지난해는 두 번째 시련이었다. 경남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설기현 감독의 전술 특성상 제리치는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인데, 설 감독은 더 많은 활동량을 원했다. 제리치 스스로도 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플레이스타일을 한 번에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의 노력은 설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벤치 멤버로 전락하고 말았다. 살상가상으로 스포츠탈장까지 겹쳐 후반기 대부분의 시간을 전력에서 이탈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최근 두 시즌 연속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는 제리치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워낙 특색 있기로 유명한 두 감독을 내리 거치다보니, 어느새 감독 성향에 좌우되는 선수라는 오명도 생겼다. 제리치는 명예회복을 원했고, 타가트(J리그 세레소 오사카 이적)의 대체자가 필요했던 수원으로 이적을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다.
자가격리 후 이적 절차를 마무리한 제리치는 지난달 말 수원에 합류했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다행히 성실하게 재활 훈련에 임한 결과 지난 8일 경남 거제스포츠파크에서 진행한 팀 훈련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당시 수원의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제리치는 "지금까지 재활 훈련을 했는데 매우 힘들었다. 오늘 팀 훈련에 처음 합류했는데 정말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벌써 두 번째 자가격리였다. 2주간 자가격리는 힘들지 않았나.
두 번째 격리였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세르비아에서 오면서 트레이너에게 훈련 프로그램을 전달받았다. 격리 중에도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열심히 훈련했다. 숙소에 런닝머신도 준비돼 있었기 때문에 조깅 훈련도 할 수 있었다.
- 배틀그라운드를 잘한다고 들었다.
두 달 전까지 했다. 정말 재밌는 게임이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난 뒤로 못하고 있다. 지금도 전지훈련에 들어왔기 때문에 게임은 하지 않는다. 물론 그전까지는 잘했다. 아마 치킨 300마리는 먹었을 거다.
- 아기가 태어난 지는 얼마나 됐나.
한 달 됐다. 육아는 정말 쉽지 않다. 현재 아들(레오)이랑 와이프 둘 다 세르비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건 4년째지만 처음으로 혼자 지낼 예정이다. 어렵지만 프로 생활 하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축구에만 집중해야 한다.
- 전지훈련에 들어왔기에 육아에서 해방됐다고도 볼 수 있다.
아기가 있는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기 때문에 잠도 못자고 축구를 하러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 때문에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이 봤다. 저도 당연히 가족을 보고 싶지만, 처음 6개월 동안은 혼자 지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가족도 중요하지만 저는 프로 선수이기도 하다. 축구를 위해 이때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와이프와 아들, 두 사람을 위하는 일이다.
- 수원에서 박건하 감독과 호흡이 기대된다. 미팅을 가졌다고 들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사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축구적인 부분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저도 수원 경기를 많이 봤다. 감독님이 어떤 축구를 원하시는지도 잘 알고 있다. (적응에)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박건하 감독님 때문에 수원에 왔다.
- 최근 두 시즌 동안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수원에 와서 동기부여가 더 될 것 같다.
첫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최근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지난해는 부상도 있었고 코로나도 있었다. 진짜 어려운 1년이었다. 이전 팀과 지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수원에서 보낼 시간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싶다. 지금은 수원만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기대와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아들도 있기 때문에 가족들을 위해 동기부여가 더 된다.
- 지난해까지 타가트가 활약했다. 팬들에게 비교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타가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제 커리어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수원이라는 팀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수원은 전통적으로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많았다. 타가트뿐만 아니라 조나타, 산토스, 데얀 등도 있었다. 수원은 강팀이기 때문에 공격수들이 성공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위해 열심히 하고 훌륭한 결과를 얻고 싶다. 올해는 분명 훌륭한 시즌이 될 거다.
- 비교는 싫다고 했지만, 2018년에도 말컹과 라이벌 구도로 비교되곤 했다.
말컹을 정말 놀라운 선수였다. 한국에서 봤던 공격수 중에서도 특급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말컹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면밀히 보면 다른 선수다. 말컹은 힘이 강하다면, 저는 기술적인 부분이 강점이다.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
- 과거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모습은 다소 어두웠다. 인터뷰를 하는 지금이나, 수원서 훈련할 때 늘 웃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는 항상 긍정적인 사람이다. 늘 웃으며 지낸다. 물론 경기장에 들어가서 집중하다보면 화를 낼 경우도 있다. 다만 경기장 밖에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수원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친해진 선수가 있는가.
수원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염기훈, 김민우, 한석종, 헨리, 안토니스 등 모두가 좋은 선수임을 알고 왔다. 직접 만나보니 다들 너무 좋다. 좋은 사람들이다. 모든 선수들이랑 친해지고 싶다.
- 인상적인 선수가 있다면.
김해시청과 연습경기(6일)에서 2골을 넣은 강현묵은 정말 놀라웠다. 좋은 선수다. 언젠가 터질 수 있는 선수다.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 룸메이트가 막내 정상빈이라고 들었다. 아직까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다.
아무 문제없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영어를 못하는 정상빈이 문제다. 방에 수건이 두 개가 걸려 있는데, 어느 것이 네 것이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수건을 써야하는데 어떤 것을 써야할지 몰라 난감했다. 하지만 정말 착한 친구다. 막내라서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내 문제는 아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목표에 대해 듣고 싶다.
물론 우승이 목표다.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승을 위해 뛸 거다. 개인적으로는 20골을 넣고 싶다. 20골 이상 넣고 싶다. 팬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수원으로 온 뒤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모든 응원에 감사하다. 코로나가 빨리 지나가고 경기장에서 만나고 싶다. 저는 항상 최선을 다할 거라는 약속을 하겠다. 올 시즌 수원의 모든 게 잘 되길 바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취재문의 sportal@sportalkorea.co.kr | Copyright ⓒ 스포탈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