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루수 윌 크레익(27) - 유격수 김혜성(22) - 2루수 송성문(25) - 1루수 박병호(35). 키움 히어로즈가 내심 기대하는 후반기 가장 이상적인 내야진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팀 자체 훈련을 앞두고 곧 합류할 새 외국인 타자 크레익의 근황을 전했다.
지난달 29일 입국한 크레익은 현재 경남 거제에서 2주간 자가격리 중이다. 오는 12일 정오에 자가격리가 풀리면 크레익은 퓨처스리그 팀에 합류해 13일부터 강원도 춘천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퓨처스리그 경기에 참가해 실전 감각을 조율한다.
관심사는 크레익의 포지션이다. 키움은 크레익 이전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프레이타스(32)의 활용을 놓고도 골머리를 앓았다. 선수 경력 대부분을 포수로 뛴 프레이타스에게 지명타자를 주고 박병호를 1루수 및 4번 타자로 고정시키는 선택을 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홍원기 감독은 "프레이타스의 포지션을 지명타자로 고집하곤 했는데 팀을 운영하다보니 변수가 생기고 구멍을 메우기 위해 희생도 필요했다"고 전반기를 돌아보면서 "크레익은 가능성이 많은 선수다. (기존에 얘기했던) 1루수와 코너 외야수뿐 아니라 다른 포지션에서도 활용하려고 구상하고 있다. 그 포지션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운영할지는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감독이 말한 다른 포지션은 3루였다. 홍원기 감독은 "크레익과 이미 팀에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얘기를 나눴고 크레익도 준비하고 있다. 3루에 안착할 지 확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는 것은 크레익의 뛰어난 운동능력 덕분이다.
2016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2번으로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지명된 크레익은 투타 모두에서 재능을 드러냈다. 마운드에서도 94마일의 패스트볼을 쉽게 던진 그는 피츠버그 입단 후 강한 어깨가 필요한 3루수와 우익수로도 시험받았다. 마이너리그에서 1루수로 358경기, 3루수 47경기, 우익수로 13경기를 소화했다.
크레익이 2017년부터 1루로 정착한 뒤에도 3루수로 검증하려는 움직임은 종종 있었다. 2019년 팬사이디드 등 현지 매체에서 "피츠버그 3루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여주는 강정호(34)와 콜린 모란(29)을 대신해 크레익을 3루로 전환해 키워야 한다"고 얘기가 나온 적이 있을 정도로 크레익은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 해 크레익은 트리플 A 골드글러브를 받은 뛰어난 1루수였다.
만약 크레익이 3루에 순조롭게 정착할 경우 키움이 그리는 이상적인 내야진 구성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주전 유격수 김혜성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타율 0.615(13타수 8안타)의 타격 성적뿐 아니라 재치 있는 주루와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한국 야구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유망주 송성문은 그를 믿고 주전 2루수 서건창(32)을 트레이드할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트레이드 당시 고형욱 키움 단장은 "얼마 전 제대 후 합류한 송성문이 퓨처스리그에서 2루수로 뛰면서 성적이 좋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박병호, 이정후(23) 등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고정 지명타자가 없는 만큼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선수단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2년 전 피츠버그에서 불발에 그친 3루수 크레익이 키움에선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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