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뜩이나 부진했는데 믿는 구석마저 사라졌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선수 3명이 조계현(57) 단장과 맷 윌리엄스(56) 감독이 떠난 후폭풍을 제대로 맞을 것으로 보인다.
KIA는 지난 1일 "윌리엄스 감독과 상호 합의를 통해 올 시즌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 및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아울러 이화원 대표와 조계현 단장이 시즌 종료와 함께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단에 동반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58승 10무 76패를 마크하며 창단 첫 9위를 경험한 KIA의 빠른 결단이었다. 부진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 투수들이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도 있었다.
가장 부진한 것이 KIA 3년 차인 프레스턴 터커(31)였다. 2019년 대체 선수로 KIA에 합류한 터커는 지난해 구단 첫 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달성하는 등 2년 연속 좋은 활약으로 장수 외인을 꿈꿨다. 그러나 올해 외야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 전환을 시도하면서 타격 밸런스가 크게 흐트러졌다. 선구안은 여전했으나 공을 쉽게 때려내지 못했다. 다시 외야로 복귀했지만, 끝내 나아지지 않았고 127경기 타율 0.237, 9홈런 59타점, OPS 0.684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즌 내내 부진하면서도 터커가 교체되지 않고 끝까지 시즌을 치러낼 수 있었던 것은 윌리엄스 감독 덕분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5월 26일 KT전을 앞두고 "터커가 배트 스피드에 신경을 써서 그렇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다를 듯"이라고 감싸주는 등 터커의 반등을 믿었다.
하지만 감독의 믿음에 돌아온 것은 팀 홈런 리그 10위의 처참한 현실이었다. KIA 타선이 올해 기록한 팀 홈런 66개는 꼴찌 한화 이글스의 팀 홈런 80개보다도 14개가 더 적다. 그 때문에 터커는 감독, 단장 퇴진 여부와 상관없이 교체가 유력하다.
보 다카하시(24)는 조계현 전 단장이 꿈꿨던 육성형 외국인 선수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선수였다. 다카하시는 대마초 전자 담배로 퇴출당한 애런 브룩스를 대신해 지난 8월 입단했다. 영입 당시 조계현 전 단장은 "과거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처럼 외국인 선수도 한국에 와서 적응하고 내용이 좋으면 몇 년을 함께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다카하시는 지난 9월 25일 광주 SSG전을 시작으로 7경기에 나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4.91, 36⅔이닝 12볼넷 46탈삼진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2km, 평균 시속 147km의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는 인상적이었지만, 제구가 일정치 못했고 좌타자를 상대로 크게 고전했다.
10월 1일 광주 키움전(6이닝 1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과 10월 24일 창원 NC전(6이닝 3사사구 10탈삼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었기에 재계약 가능성도 그리 낮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영입한 조계현 전 단장이 구단을 떠나면서 다카하시의 미래도 알 수 없게 됐다.
다니엘 멩덴(28)은 윌리엄스 감독의 인맥이 크게 작용한 영입이었다. 멩덴은 윌리엄스 감독과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60경기 17승 20패 평균자책점 4.64, 마이너리그 30승 14패 평균자책점 3.14의 기록을 남긴 멩덴이었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시작은 4월 평균자책점 3.45로 좋았으나 곧 팔꿈치 부상으로 전반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다. 8월 복귀한 멩덴은 9월까지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10월 한 달간 5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76, 30⅔이닝 8볼넷 26탈삼진으로 때늦은 스퍼트를 보여주면서 재계약 가능성을 살렸다.
새 체제에 돌입할 KIA가 만약 재계약을 한다면 외국인 선수 3명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도 멩덴이다. 그러나 터커, 다카하시와 달리 이쪽은 선수가 재계약에 나설지가 미지수다. 멩덴은 입단 당시 "윌리엄스 감독과 인연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문제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라고 답변을 미룬 적이 있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건강한' 자신이 어떤 투수인지 확실히 보여줬고, 나이 또한 만 28세로 어린 만큼 메이저리그 재도전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격언처럼 KIA가 새 단장과 감독의 뜻에 따라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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