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20년차가 됐다. 그럼에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노경은(38)의 이야기다. 그는 50세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노경은은 2003년 1차지명으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그가 빛을 본 건은 2012시즌이 되어서다. 그 해 선발과 불펜을 오간 노경은은 데뷔 첫 완봉승을 포함해 42경기에서 12승 6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한 바 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노경은은 2014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즌 최다패(15패) 투수가 됐다.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부상과 부진으로 58⅓이닝 소화에 그치고 말았다.
2016년에는 논란이 있었다. 선발로 기회를 받긴 했으나 부진하면서 2군으로 내려가야했다. 이 과정에서 노경은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두산은 5월 10일에 노경은을 임의탈퇴로 공시했다. 그런데 사흘만인 5월 13일에 노경은이 은퇴 번복 의사를 전했고, 두산도 임의탈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나왔다. 은퇴 철회 후 노경은은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5년간 롯데에서 뛰었다. 2018시즌 9승6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고, FA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새 팀을 찾지 못했다. FA 미아 신분이 됐고, 2019년을 통째로 쉬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2020시즌을 앞두고 다시 롯데로 돌아온 그는 2시즌 동안 뛰었고 2021시즌 종료 후 재계약하지 못했다. 롯데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노경은은 SSG의 부름을 받아 입단테스트를 받았고, 합격에 성공했다. 그렇게 스프링캠프 명단에 올라 20번째 캠프를 소화 중이다.
올해 노경은에게는 큰 변화가 딱 하나 잇다. 데뷔 후 처음으로 겨우내 볼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이다. 캠프 첫날 불펜에서 68구를 던지며잘 만든 몸을 과시했다. 사흘 후인 9일엔 61구를 소화했고, 14일 110구, 19일 73구까지 총 312구를 던졌다.
다른 투수들과는 달랐다. 첫 날부터 60구 이상을 소화하는 투수는 몇 명 없다. SSG 투수들도 30~40구를 던지는 것이 평균이었다. 이에 노경은은 "원래부터 캠프 때 많이 던지고 시즌에 들어가는 스타일이긴 하다. 슬로우스타터다. 하지만 매년 후반기 성적이 조금 더 좋아서 그 감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래서 원래 많이 던지는 유형이지만 올해는 비시즌 동안 아예 손에서 볼을 놓지 않았다. 100%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내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한국 나이로 39세. 이때까지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너무나 많았다. SSG로 오게 된 과정도 놀라울 따름이다.
노경은은 "지난해 SSG 2군을 상대로 연습경기 때 한 번도 던지지 않았다. 당연히 나에 대한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여기 올꺼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방출 소식이 알려진 뒤 가장 먼저 전화가 온 것이 SSG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20년차가 됐다. 그럼에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겨우내에도 계속해서 공을 던지는 변화를 줬고, 식단도 바꿨다. 채식주의자였던 그였지만 작년 여름부터는 육식도 함께 하고 있다. 노경은은 "육식도 먹으면서 힘을 키우고 있다. 식단을 잘 이용하려고 한다. 선발 이틀전까지는 채식을 먹고 등판을 마친 후에는 고기를 엄청 먹는다"면서 "채식에 대한 다양한 공부를 해봤는데, 결론은 각자 체질에 따라 건강한 식단을 꾸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거 같다"고 웃어보였다.
냉정하게 말해 은퇴를 해도 놀랍지 않은 나이이긴 하다. 하지만 현역 생활에 대한 욕심은 버릴 수 없다. 노경은은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한다는건 없는 거 같다. 경쟁하지 못하고 찾아주는 팀이 없다면 은퇴하는게 맞다. 여유 있고,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게 첫번째 목표다. 은퇴한 선배들이 다 똑같은 말을 하더라.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지 못해 다들 후회하시더라. 이러한 응원을 받아 50살까지 해보려고 한다. 지도자와 동료들이 인정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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