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1패만 더하면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 강을준(57) 고양 오리온 감독은 모두가 상상하지 못한 전략을 들고나왔다. 비록 성공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강 감독은 2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리온은 앞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패배하며 시리즈 탈락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자칫 3차전까지 진다면 시즌이 끝나는 상황, 오리온은 새로운 작전을 들고나와야 했다.
"수비에서 변칙 전략을 꺼낼 생각이 있나"는 질문에 "그런 걸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는 없다"고 말한 강 감독은 "여러 가지 변화를 주면서 가져가려고 한다"며 경기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강 감독은 "그중에 한 가지가 있다. 눈치 못 챘나"는 말을 이어갔다. 이윽고 그는 "오늘 최준용(28·SK)이 2개 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제야 강 감독의 '전략'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을 지난 22일로 돌려보자. 이날 열린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최준용은 웃지 못할 장면을 연출했다. 1쿼터 팀이 25-18로 앞서던 상황에서 SK가 리바운드를 따낸 뒤 속공에 나섰다.
안영준(27)이 흘린 공을 재빠르게 낚아챈 최준용은 노룩 패스를 시도했다. 그런데 볼은 SK 선수가 아닌 강 감독에게 향했다. 하필이면 이날 강 감독이 입은 옷이 SK의 홈 유니폼 색인 빨간색이었던 것이다. 웃음이 터진 강 감독은 최준용과 하이파이브를 했고, 엄지손가락까지 올리며 즐거워했다. 정규시즌 MVP답지 않은 실수였다.
당시를 언급한 강 감독은 "우리 김병철 코치나 머피(할로웨이)도 "잡고 던져야지"라고 말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3차전을 앞두고 강 감독은 SK의 원정 유니폼 색과 같은 흰색 옷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원래 빨간 건데 화이트로 입고 나왔다"고 말한 그는 "(김)선형이, (자밀) 워니가 하나씩 줄 것 같다"며 기대 아닌 기대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상대팀 SK의 전희철(49) 감독은 오리온과 같은 빨간색 옷을 입고 나왔다.
물론 실제로 강 감독이 SK 선수들의 패스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전쟁은 전쟁이지만, 팬들이 봤을 때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장면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물론 의도적으로 반대편으로 (던질 수는 없다)"는 말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이날 최준용과 김선형을 비롯한 SK 선수들은 강 감독에게 패스를 해주지 않았고, 경기도 오리온이 81-86으로 패배하며 시리즈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이런 에피소드 자체만으로도 농구 팬들은 웃을 수 있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