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재(27·SSC 나폴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볼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뤼카 에르난데스(27)의 파리 생제르맹(PSG) 이적이 발표되면서 김민재의 옷피셜(옷+오피셜)도 빠르면 24시간 안에 볼 수 있을 예정이다.
PSG 구단은 9일(한국시간) "에르난데스와 5년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는 에르난데스의 영입을 발표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알렸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 중인 에르난데스는 2014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서 데뷔했다. 4시즌 간 활약 후 2019~2020시즌을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 매년 부상을 당했음에도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분데스리가 4회, 챔피언스리그 1회, 리그컵 1회 등 다수의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가 PSG 이적을 희망하면서 마테이스 더 리흐트(24), 다요 우파메카노(25)와 짝을 이룰 센터백의 존재가 필요해졌고 그 자리를 김민재가 대신하게 됐다.
에르난데스의 이적이 김민재 옷피셜의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이유는 바이에른 뮌헨이 순차적으로 일이 처리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뮌헨은 에르난데스를 PSG로 이적시키면서 4500만 유로(약 643억 원)의 수입을 얻었고 그 돈을 그대로 김민재 이적에 투자했다. 지난 8일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뮌헨은 어제(7일) 이미 김민재의 바이아웃을 발동했다. 나폴리는 세금을 포함해 5000만 유로(약 714억 원)의 이적료를 수령했고 두 구단이 모든 문서를 확인하고 서명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메디컬 테스트도 이미 끝났으며, 곧 오피셜이 뜰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로부터 하루 뒤인 9일에는 마침내 김민재의 뮌헨 이적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로마노는 "김민재의 바이아웃 조항이 발동된 후 김민재의 뮌헨행과 에르난데스의 PSG행도 다음날(10일)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르난데스가 PSG에 합류해 이강인(22)의 팀 동료가 되면서 김민재의 뮌헨행 발표도 임박한 것.
에르난데스가 PSG 이적을 희망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뮌헨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영입 후보 1순위는 2022~2023시즌 유럽 최고의 활약을 한 김민재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페네르바체에서 활약하던 김민재는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이탈리아 세리에 A SSC 나폴리에 합류, 곧장 주전을 꿰찼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부정적인 예상을 깨고 지난해 9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리에A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고 10월에는 이탈리아축구협회(FIGC) 선정 이달의 선수로 뽑히는 등 수비진 리더로 등극했다.
리그 35경기 2골 2도움, 패스 정확도 91%, 걷어내기 122회, 태클 시도 55회, 가로채기 41회 등으로 나폴리의 리그 최소 실점 1위(38경기 28골) 등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리그 33라운드 우디네세전에서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가 우승으로 이끈 1989~1990시즌 후 33년 만의 리그 우승이자, 나폴리의 3번째 스쿠데토(세리에 A 우승 시 유니폼에 부착되는 방패 모양 착장)였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구단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에 공헌했고 시즌 종료 후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2022~2023시즌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와 올해의 팀에 선정됐다. 글로브 사커와 스코어 90 등 다수의 유럽 축구 매체들에서는 김민재를 월드 베스트11에 선정하기도 했다. 이런 김민재를 토마스 투헬(50)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눈여겨보고 있었다. 독일 매체 빌트는 "김민재는 제베너 슈트라세(바이에른 뮌헨 전용 트레이닝 센터)가 평가한 이탈리아 최고의 센터백이었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그를 선호했다"고 밝혔다.
한 번 목표를 정한 뮌헨의 움직임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관심 표명 후 미적지근한 움직임을 보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김민재를 센터백 보강 후보 3순위로 둔 맨체스터 시티와 달리 곧장 이적료를 지불할 뜻을 나폴리 측에 전했다. 김민재의 이적료 5000만 유로는 뮌헨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 3위에 해당한다. 이번에 PSG로 이적한 에르난데스가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8000만 유로(약 1140억 원), 앞으로 짝을 이룰 데 리흐트가 6700만 유로(약 960억 원)로 김민재보다 앞섰다.
하지만 에르난데스와 데 리흐트도 김민재만큼의 특급 대우는 받지 못했다. 뮌헨 구단이 김민재의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의료진을 직접 한국에 파견하기로 한 결정은 모두를 경악케 했다. 김민재는 지난달 15일 충청남도 논산의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서 받은 병역 특례를 이행하기 위함이었다. 보통 이적시에는 선수가 구단을 직접 방문해 메디컬테스트를 받지만, 뮌헨은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빌트는 "김민재의 메디컬테스트는 그동안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한 번도 없던 일"이라고 경악하면서 "소식통에 따르면 의료진들은 한국으로 날아갔으며, 그는 뮌헨 역사상 가장 미친 메디컬테스트를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그렇게 뮌헨 입단을 눈앞에 둔 김민재는 역대급 대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스포츠 독일판에 따르면 계약기간은 2028년 6월까지로 5년 계약이며, 연봉 1200만 유로(약 170억 원)를 받는다. 독일 최고 명문팀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영입한 김민재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레 커졌다.
스카이스포츠 독일판은 "김민재는 베테랑 센터백으로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강력한 태클을 구사하고 공중볼에 강하다"고 소개하면서 독일 축구계의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의 인터뷰도 함께 전했다. 마테우스는 "김민재는 현재 가장 뛰어난 세리에A 수비수 중 하나다. 나폴리에서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고, 뮌헨에도 적합한 영입"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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