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일원이 될 '경북고 오타니' 전미르(18)가 팬 앞에서 첫 인사를 건넸다. 수줍음 속에서도 할 말은 하는 선수였다.
전미르는 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이날 롯데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에 지명된 전미르를 포함한 신인 11명을 초청해 '루키데이'를 실시했다.
마운드에 선 전미르는 스파이크가 아니라 운동화를 신었음에도 포수 미트를 향해 정확한 투구를 선보였다. 사직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다음 시즌 루키의 첫 인사에 화답했다. 전미르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생각보다 미끄러워서 그렇게 세게 던지진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긴장은 하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경북고 출신의 전미르는 188cm-95kg의 최상위권의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보유한 선수다. 투수와 타자 모두 소화하며 파워와 스피드를 골고루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고교 무대에서 타자로는 27경기에 나와 타율 0.346(81타수 28안타), 3홈런, OPS 1.032의 기록을 냈고, 투수로는 18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1.32의 성적을 거뒀다. 오타니 쇼헤이처럼 투·타 모두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경북고의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전미르는) 투수와 타자를 다 소화할 수 있는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 경기장에서 보여준 승부욕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지명 이유를 밝혔다. 프로 무대를 밟게 된 전미르는 "존경하는 최동원 선배님이 계시던 롯데에서 저를 뽑아줘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최동원 선배님 반이라도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지명 소감을 말했다.
롯데와 계약금 3억 원에 합의한 전미르는 "많이 주셔서 좋았다"며 기뻐했다. 그러면서도 "제 돈이 아니다"며 일단 통장에 넣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투타겸업을 시도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신경은 웨이트 트레이닝 덕분이었다. 전미르는 "주 5~6회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남들보다 좀 더 했다"고 설명했다. '성장기에 과도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안 좋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그것은 편견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미르는 투·타에서 닮고 싶은 선수로 각각 김원중과 전준우를 꼽았다. 경기 전 각오로 '김원중 선배님처럼 항상 멋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라고 밝힌 그는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보여서 많이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전준우에 대해서는 "선배님처럼 잘 치고 잘 달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프로에서 상대하고 싶었던 선수가 있을까. 전미르는 "오승환 선배님과 만나고 싶다"며 "옛날부터 보면서 '저 공을 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상대하고 싶은 타자로는 의외의 이름이 나왔다. 그는 "같이 고등학교 나온 친구들이 '왜 네 공을 못 치냐'고 해서 내년에 한번 붙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경북고는 내야수 김세훈이 NC 다이노스, 임종성이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았다.
이날 경기 전 사직야구장에는 첫 출근을 하는 신인선수들을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찾았다. "많이 알아봐주셨다"고 말한 그는 "감사하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인은 할 기회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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