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K리그2 김포FC가 지난달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경기가 열린 지 무려 보름이 지난 시점이다. 눈살이 찌푸려진 당시 사안들에 대한 일부 사과나 위로의 뜻도 담겼으나, 책임을 전가하거나 구단의 일방 입장만 강조하면서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포 팬들조차 아쉬움의 목소리를 낼 정도다.
김포 구단은 14일 홈페이지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달 29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인천전에서 발생한 박동진의 손가락 욕을 비롯해 손정현과 충돌한 문지환(인천) 부상 관련, 인천전 경기 종료 후 주차장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대표이사 등 입장문 명의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박동진의 손가락 욕 논란은 명확한 증거까지 공개돼 논란이 크게 일었고, 복귀까지 무려 12개월이나 걸리는 진단을 받은 문지환의 부상 상태 등도 일찌감치 공개됐던 상황. 그러나 김포 구단은 그동안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보름이 지나서야 뒤늦게 입장을 공개했다. 다만 입장문이 공개되자 인천 팬들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등에선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지보다는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웠다는 비판 목소리가 거셌기 때문이다.
우선 김포 구단은 경기 후 인천 아벨 코치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려 논란이 된 박동진의 손가락 욕에 대해 "선수의 행동이 충분히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실망하신 모든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박동진은 이 사건으로 인해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제재금 250만원 징계를 받았다.
김포 구단은 다만 박동진의 이 행위 자체에 대한 사과로만 끝내지 않았다. 되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박동진 선수를 자극해 원인을 제공한 인천 아벨 코치에게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손가락 욕을 한 박동진의 행위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돌연 아벨 코치에게 전가한 셈이다.
더구나 김포 구단은 "박동진과 아벨 코치가 언쟁을 하며 욕설을 했는지 여부는, 당사자들 이외에는 판단할 수 없는 당사자 양측의 일방적인 의견으로 상벌위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아벨 코치가 박동진을 자극했다거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 또한 일방 주장인데, 이를 입장문에 적으면서 '강한 유감'까지 더하면서 오히려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골키퍼 손정현과 충돌해 오른 무릎 전후방 십자인대 손상 및 내외측 연골 손상, 내측부인대 손상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은 문지환의 부상에 대해서는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빠른 회복과 쾌유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문지환이 복귀까지 12개월 진단을 받았다는 인천 구단 발표가 나온 지 2주 만이다.
다만 자칫 선수 생명마저 위기일 수도 있는 부상 장면조차 김포 구단은 손정현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당시 주심이 경고나 퇴장 등 아무런 판정을 하지 않았고, 이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서도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으니 손정현의 플레이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굳이 더한 것이다.
김포 구단은 "손정현의 플레이가 고의적 또는 의도적으로 부상을 유도했다면, 경기 당시 주심의 판정이 있었을 것이다. 주심 판정이 없었다고 해도 연맹의 사후 징계 제도를 통해 징계가 내려졌을 것이나 정상적인 경기 상황이었다고 판단됐다"며 "이미 손정현도 문지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격렬하고 강한 몸싸움이 필수 동반되는 축구 경기에서 그라운드 위의 모든 선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에 언제든지 노출돼 있다"면서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에 대한 비난과 비방은 그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려 복귀까지 12개월이 걸리는 문지환의 심각한 부상은 종목 특성상 불가피한 일로 치부하고, 손정현을 향한 비난이나 비방은 멈춰달라는 주장이다.
팬들이 이번 김포 입장문에서 가장 아쉬움을 표한 대목이기도 하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부상에 대한 입장이 너무 늦었을 뿐만 아니라, 굳이 사족을 달 필요도 없이 동업자 정신에 입각해 문지환의 쾌유를 바라는 정도의 입장만 담겼어야 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경기 후 주차장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에 대한 김포 구단의 입장 역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포 구단은 "일부 흥분한 인천 팬에 의해 김포의 팬 치아가 부러지는 등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경찰에서 가해자에 대한 조사 중이라 구체적 언급은 자제하지만, 이러한 사태는 충격적이고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강력히 규탄하는 바"라고 밝혔다.
물론 폭행 사건은 구단 입장처럼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게 맞지만, 문제는 인천 팬 역시도 폭행을 당해 고소를 진행 중인데도 이 사안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단에 따르면 심지어 해당 팬이 김포 구단에 관련 협조를 요청했는데도 묵살당한 정황까지 전해진 상황이다. "김포FC와 골든크루는 순수한 응원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구단 입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인 데다, 1차적으로 팬들의 동선 분리 등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은 김포 구단에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포 팬들조차도 구단 입장문에 공감하지 못한 채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오히려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팬은 "구단은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발생한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구분해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고 그에 따른 설명과 명확한 사과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나의 사건이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모든 입장을 감정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구단의 공적 역할과 맞지 않다. 구단은 팬들의 감정을 대신 풀어주는 역할이 아니라 공식적이고 책임 있는 입장을 전달하는 기관"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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