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라운더 투수' 박신지(26·두산 베어스)의 역투가 귀중한 무승부를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산 베어스는 3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 무승부로 두산은 41승 5무 52패를 마크하며 리그 9위를 유지했다. 5위 SSG 랜더스와 승차는 6경기다.
이날 두산은 팀이 1-2로 뒤진 8회초 상대의 투수 실책 2개를 틈타 귀중한 1점을 만회하며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계속해서 두산은 9회말 2사 1루에서 최원준이 박찬호에게 볼넷을 허용, 2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두산은 클로저 김택연을 투입했다. 김택연은 김규성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최형우를 2루 땅볼로 솎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어진 연장 10회말. 두산의 투수는 김택연이 아닌 박신지였다. 지난 27일 LG 트윈스전에 이어 29일 KIA전에서도 각각 1이닝씩 던진 김택연이었다. 결국 김택연을 무리시키지 않는 방향을 택했다. 여기서 조성환 감독대행의 선택은 박신지였다.
박신지는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이닝을 빠르게 삭제했다. 선두타자 박재현을 5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나성범을 초구에 3루 땅볼, 박민을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삼자 범퇴 이닝 종료.
그리고 연장 11회말. 두산은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한 홍건희라는 불펜 카드가 있었다. 하지만 조 대행은 박신지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박신지를 향한 신뢰, 그리고 조 대행의 뚝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박신지는 선두타자 한준수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허용한 뒤 김호령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 한 차례 폭투가 나오면서 2, 3루가 됐다. 그러자 두산 벤치는 타석에 서있던 오선우를 자동 고의 4구로 거르며 만루책을 폈다. 바로 이 순간 KIA의 승리 확률은 무려 94.2%(네이버스포츠 문자중계 기준)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여기서 박신지의 집중력이 다시 한번 빛났다. 후속 박찬호를 초구에 유격수 인필드 플라이 아웃으로 유도하며 천금같은 아웃카운트 1개를 채웠다. 이어 김규성을 4구째 유격수 땅볼로 유도한 뒤 최형우마저 2구째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 지었다. 투수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놔뒀던 조 대행의 선택 역시 다시 한번 빛났던 순간이었다.
목암초(의정부리틀)-영동중-경기고를 졸업한 박신지는 2018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은 1억 4000만원. 두산의 기대감을 알 수 있는 투자 액수였다. 그는 그해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곽빈과 함께 큰 주목을 받았다.
사실 박신지는 두산 입단 후 확실하게 한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패전조와 롱 릴리프, 승리조 등을 부지런히 오가며 마당쇠 역할을 해냈다. 그런 박신지가 올해 개인 커리어 최다 경기 출전과 함께 자신의 실력을 서서히 증명하고 있다.
올 시즌 34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2.51의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 총 43이닝 동안 40피안타(2피홈런) 20볼넷 23탈삼진 16실점(12자책)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40, 피안타율 0.248의 세부 성적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10경기 동안 평균자책점이 1.69에 불과하다.
올해 두산은 이영하, 박치국, 김택연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최원준이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신지까지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두산의 허리는 더욱 단단해질 전망. 박신지를 향한 두산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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