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조련사' 이강철(59) KT 위즈 감독도 깜짝 놀랐다. 6년 만에 마운드에 오른 강백호(26)의 투구폼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앞두고 전날 있었던 강백호의 피칭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달 31일 KT는 LG 트윈스와 원정경기에서 0-18로 대패했다.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3회 손용준에게 헤드샷을 던져 퇴장당하는 등 2⅓이닝(51구) 8피안타 7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3번째 투수 원상현마저 1⅓이닝 7피안타 2사사구 9실점으로 무너지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0-16으로 뒤지던 8회말, KT는 1루수 수비를 보던 강백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초구부터 시속 142km를 던진 그는 첫 타자 이주헌에게 왼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내줬다. 이어 최원영에게 2루타를 맞은 후 신민재와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그래도 강백호는 김현종을 3구 삼진, 박관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2아웃을 잡았다. 하지만 문보경에게 우익수 방면 안타를 맞으면서 한 점을 더 내줬다. 박동원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강백호는 1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나왔다.
다음날 이 감독은 "도저히 쓸 사람이 없었다. 주권이 3연투인데 2이닝을 던지는 건 말이 안 되고, 최동환도 마찬가지다. 손동현 등이 나오면 오늘(1일) 못 쓰는 상황이었다"며 "오늘 선발(소형준)이 좋아서 오늘 경기를 잡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 감독은 "백호도 기분 전환 한번 하라고, 이것도 한번 하면 괜찮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하도 못 치니까 '제가 던지기라도 할게요' 했다. 팬들도 답답하실테니 여러 면에서 냈다"고 했다. 강백호는 지난 5월 말 발목 인대 파열을 당했다가 7월 22일 NC전에 복귀했는데, 이후 9경기에서 2안타에 그치고 있었다.
이 감독은 "어제 같은 폼으로 던지면 투수를 시키고 싶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폼이 예쁘길래 아까 물어봤더니 '가볍게 던졌다'고 했다. 그래서 '볼은 그렇게 던져야 해. 그러면 투타 겸업 시켜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과거 기억을 떠올렸다. 두산 퓨처스 감독 시절인 2017년 청소년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했다는 그는 "백호가 방망이를 치길래 '와 저런 선수가 있나' 했는데 불펜으로 가더라. 투구를 봤는데 볼 던지는 건 아니다 싶었다. 너무 힘으로 던져서 다치겠다 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KT 감독 부임 후 2019년에는 시즌 막판인 9월 29일 수원 삼성전에서 강백호를 실제로 마운드에 올렸다. 당시 그는 최고 시속 149km까지 기록했지만, 이 감독은 "그때도 '너 다치겠다. 천천히 던져라'라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그랬던 강백호가 6년 만의 등판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 감독은 투수 출신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게도 물어봤고, 김 위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감독은 "폼이 누구보다도 예쁘더라. 저런 식이면 투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웬만한 밸런스가 아니었다. 몇 년을 쉰 선수가 저렇게 던진다는 건 본인만의 밸런스가 있다는 것이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강백호는 등허리에 알이 배었다고 한다. "가볍게 던졌는데도 알배었다"고 말한 강백호에게 이 감독은 "다른 선수들은 140km 던지려고 낑낑거린다"라며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허리를 잘 썼다는 뜻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운드에서 기분 전환에 성공했을까. 강백호는 1일 경기에서 2번 지명타자로 출전,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3회에는 우전안타를 터트려 22타석 만에 안타를 신고했고, 5회에는 비거리 130m의 동점 2점 홈런을 폭발시켰다. 투구 다음 날 홈런이라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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