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님께서 너무 한 쪽에 국한되면 안 된다고..."
잘 나가던 박세웅(30·롯데 자이언츠)이 급격히 흔들렸다. 지켜보던 사령탑의 한마디가 롯데 안경 에이스를 완전히 바꿔놨다.
박세웅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92구를 던져 8피안타 1볼넷 7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이 1,2,3회 3점씩을 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고 박세웅은 큰 위기 없이 7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의 부담을 줄이면서 시즌 11번째 승리(6패)까지 수확했다.
1회부터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위력투를 펼친 박세웅은 공격적으로 키움 타선을 공략했다. 5회 선두 타자 김건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도 공이 뒤로 빠지며 출루를 허용한 뒤 주성원에게 안타를 내줬고 연이은 땅볼로 1점, 송성문의 우전 안타 때 추가 실점했다.
그러나 승리에 영향을 미칠 점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더 긴 이닝을 소화하며 이틀 연속 긴장감 속 경기를 치른 불펜에 부담을 줄여주는 게 더 중요했다. 6회에도 다시 등판한 박세웅은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고 7회에도 등판했다.
2사에서 대타 고영우, 임지열, 이주형에게 3연속 안타를 허용해 1점을 더 내줬지만 박주홍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퀄리티스타트(QS)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올 시즌 10번째 QS이자 4번째 QS+를 달성했다.
4월 5경기 전승, 평균자책점(ERA) 2.56로 완벽한 한 달을 보냈으나 5월 준순 이후 불안함을 나타냈고 최악의 6월을 보냈다. 4경기와 7월초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ERA) 11.91로 무너졌다.
그렇기에 최근 3경기 ERA를 1.80 눈부신 호투가 더욱 감탄을 자아낸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선발 박세웅이 7이닝 동안 안정감 있는 투구로 경기를 잘 이끌어 줬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세웅은 "시즌 중반 너무 안 좋은 경기들이 많아 준비를 잘하려고 했다. 그 부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감독님께서 계속 믿고 내보내주셔서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박세웅은 "감독님께서 볼 배합이 너무 한 쪽에 국한돼 있다며 위기가 되면 직구, 슬라이드 위주로 간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인터뷰에서 너무 커브를 안 던진다고 하신 걸 봤다. 그걸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세웅의 직구 최고 시속은 149㎞, 평균 147㎞를 기록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76.2%(32/42)에 달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이를 앞세워 슬라이더(평균 138㎞) 33구, 포크볼(평균 134㎞) 9구, 커브(평균 123㎞) 8구도 섞었다. 탈삼진의 결정구도 슬라이더(3개), 직구와 슬라이더(이상 2개)로 다양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다양한 레퍼토리에 키움 타자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박세웅도 볼 배합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느꼈다. "일단 결과가 좋다. 효과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구종을 다양하게 던졌을 때 결과가 좋으니까 계속 이렇게 해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박세웅은 "초반에 점수가 많이 나서 마운드에서 더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상대팀에 만회점을 일찍 주면 우리에게 넘어왔던 분위기가 다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유)강남이 형도 1,2,3회에 최대한 집중해서 막아보자고 했던 게 잘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2017년 12승 ERA 3.68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고 8년 뒤 벌써 11승을 챙기며 다시 한 번 가을 무대가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
다만 개인 기록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승리는 올해 유독 승운이 좋아서 많이 하고 있다. 제가 승리를 많이 하면 팀이 이겼다는 뜻이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기분이 좋다"면서도 "다승 1위도 중요하지만 마운드에 올라가서 점수를 안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더 중요한 건 팀의 가을야구다. 박세웅은 "아직 시즌이 더 남아 있고 당장 가을야구를 생각하기보다 더 많이 이겨서 3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더 상위 순위에서 가을야구를 가고 싶은 생각"이라며 "8년 전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그때보다는 더 야구를 생각하고 알고 하는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가 더 강해졌다는 걸 우리 힘으로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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