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판대장' 오승환(43·삼성 라이온즈)이 21년 동안 머무른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마지막 순간 오승환은 지도자로서 제2의 삶에 대한 힌트를 전했다.
오승환은 7일 인천 연수구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시즌 중에 발표했는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선수로서 복을 많이 받지 않았다"며 "21번이라는 숫자처럼 선수 생활도 21년을 했는데 뜻 깊게 만들어주신 구단과 많은 선수들께 감사하다. 삼성 투수 최초 영구결번을 만들어준 것도, 수많은 수식어를 만들어준 것도 팬들 덕분"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삼성 구단은 6일 "오승환이 지난 주말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유정근 삼성 구단주 겸 대표이사와 면담을 갖고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고 이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은퇴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은퇴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오승환은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그런 생각들이 들면서 은퇴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며 "올 시즌 치르면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몸에 조금씩 이상을 느끼면서 시즌 초부터 100%로 던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쯤부터 은퇴를 고민했다. 시즌 중에 먼저 먼저 구단에 그런 얘기를 드렸다"고 전했다.
아직 '선수 오승환'의 삶이 끝난 건 아니다. 이날을 시작으로 각 구단의 원정경기에 은퇴 투어가 예정돼 있고 마지막으로 대구에서 팬들 앞에 은퇴식을 치를 예정이다. 올 시즌에도 1,2군을 오가며 경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등판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오승환은 "감독, 코치님들과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저번주까지만 해도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뛰었고 종아리 부상도 많이 좋아졌다"며 "공을 아예 놓치는 않을 것이다. 1경기라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고 팬들께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은퇴 후 계획은 확실치 않다. 오승환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단장, 사장님과 충분히 상의할 것이다. (지도자) 기회가 온다면 당장은 아니겠지만 공부를 많이 하고 준비가 됐다고 생각이 들면 그 때가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며 "아직까지 선수들과 호흡하는 게 좋고 운 좋게 다양한 리그에서 뛰어온 경험을 후배들에게 많이 이야기해주고 싶다. 공부를 많이 하고 준비가 되면 한 번 준비해보겠다"고 밝혔다.
최근 인기 있는 야구 예능프로그램 출연 가능성도 열어놨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출연하고 있는 선후배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아직 공을 완전히 놓은 게 아니기에 추후에 생각을 해볼 것"이라면서도 "어떤 부분이든 야구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향후 결정에 대해선 사장님, 단장님, 구단과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퇴 기자회견에선 오승환의 짧은 소감 발표 이후 이종열 단장이 오승환에게 직접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단장은 "선수 생활을 같이 했는데 은퇴를 한다고 하니 올라오면서 축하한다고 했다가 '이게 맞나' 싶기도 했다. 오승환이 어렵게 은퇴결정했고 거취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아서 직접 밝히는 게 좋을 것 같아 자리를 마련했다. 구단에선 오승환이 은퇴 후 멋진 삶 살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전했다.
이후 오승환과 함께 뛰었던 동료들도 자리를 찾았다. 주장 구자욱과 포수 강민호, 투수 원태인과 김재윤까지 단상에 올라 꽃다발 전달과 함께 기념촬영에 나섰다. 강민호는 "후배로서 멋지게 살아온 커리어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김재윤은 "제 롤 모델이자 우상이었다. 제2의 인생을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2005년 2차 1라운드 지명을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오승환은 해외 생활을 제외하면 삼성 유니폼만을 입고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KBO리그 통산 737경기에서 427세이브, 19홀드, 44승33패, 평균자책점(ERA) 2.32의 성적을 남겼다. KBO 역대 최다 세이브의 주인공인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쌓았다.
오승환은 이만수(22), 양준혁(10), 이승엽(36)(이승엽)번에 이어 구단 사상 4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오승환은 향후 별도의 엔트리 등록 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할 계획이다. 삼성은 "KBO 및 타구단과의 협의를 거쳐 오승환의 은퇴투어를 진행하고 시즌 말미에 은퇴경기도 마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구단은 오승환이 원할 경우 해외 코치 연수를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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