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시절 투·타 모두에서 재능을 보였지만, 프로 입단 후 투수로서는 좌절을 겪었다. 두 차례 수술 끝에 타자로 변신한 '야탑고 오타니' 안인산(24·NC 다이노스)이 새로운 야구 인생의 출발점에 섰다.
'내야수' 안인산은 지난 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1군에 콜업됐다. 그가 1군 엔트리에 포함된 건 지난 2021년 10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등록 당일 곧바로 9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안인산은 첫 타석부터 점수를 올렸다. NC는 2회말 상대 실책으로 나간 김휘집이 3루 도루에 성공하며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선 안인산은 키움 선발 정현우의 5구째 포크볼을 밀어쳐 우익수 플라이를 만들었고, 김휘집이 홈을 밟아 첫 타점을 신고했다.
이어 다음날에는 한끗 차이로 영웅이 될 뻔한 순간을 놓쳤다. 5-5로 맞서던 9회말 서호철의 대타로 출전한 안인산은 0볼-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가운데 커브볼을 받아쳤다. 타구는 왼쪽 폴대 쪽으로 날카롭게 날아갔으나, 살짝 빗나가면서 파울이 됐다. 안인산은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조금만 타구가 안으로 들어왔어도 첫 안타를 끝내기 홈런으로 만들 뻔했다.
안인산은 야탑고 시절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1차 지명 유력 후보로 언급됐다. 다만 3학년 때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SK는 야탑고 동기 오원석(현 KT)을 1차 지명자로 선택했고, 안인산은 2차 3라운드에서 NC가 선택했다.
데뷔 첫 해부터 1군에 올라온 안인산은 이듬해 7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보여주면서 가능성을 드러냈다. 하지만 2021시즌 종료 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재수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쳤다.
2024시즌을 앞두고 팀에 복귀한 안인산은 글러브 대신 방망이를 잡았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22경기에서 타율 0.141로 적응기간을 거친 그는 올해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 2025시즌 안인산은 28경기에서 타율 0.381을 기록했는데, 특히 95타석에서 홈런 9개를 터트리며 장타율 0.750, OPS 1.203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냈다.
안인산은 구단을 통해 "2군 육성팀장님이 '부상 리스크가 있으니 야수로 전향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다. 나도 부상 때문에 지친 터라 고민했지만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며 타자 전향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고 얘기했다.
이호준 NC 감독도 신인 시절 투수로 입단했다가 타자로 전향, 통산 337홈런의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안인산은 "감독님이 코치 시절 '투수 하다가 안 되면 타자 하러 와라. 25살 전까지는 받아주겠다'고 농담 삼아 얘기하셨다"며 "감독 부임 후 그 말이 생각나면서 좋은 성적을 내 감독님 눈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안인산은 "지난해부터 육성군(D팀)에서, 올해는 퓨처스(C팀)에서 경기를 많이 소화했다. 타석 수를 많이 하면서 많은 투수와 다양한 볼을 보며 경험을 쌓는 쪽으로 준비했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다시 배트를 잡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안인산은 "처음에는 많이 헤맸다. 변화구도 많이 헛스윙하고 직구도 대처가 안됐다. 작년엔 퓨처스리그에서도 기록이 좋지 않았다"며 "마무리캠프나 비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착실히 준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처가 됐다"고 얘기했다. 그래도 그는 "1군에서 적응하고 성적을 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타자로서 본인의 강점에 대해 안인산은 "스위트 스폿에 맞았을 때 강한 타구가 많이 생산된다. 상대팀에도 장타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놓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유인구에 대한 대처는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칠 점을 언급했다.
올 시즌 안인산은 주로 1루수로 출전했다. 그는 "내야 경험도 많이 없고, 중학생 시절 이후 10년 만에 보는 거라 미숙한 부분도 있다"면서 "수비코치님들이 신경써주셔서 경험이 쌓이면 충분히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본인이나 구단은 시즌 종료 후에는 외야수 출전도 염두에 두고 있다.
끝으로 안인산은 "중요한 상황에서 칠 수 있는, 클러치 능력을 겸비한 타자가 되겠다"며 "팀이 어려울 때, 꼭 해줘야 할 때 잘 치는 타자가 되고 싶다"며 '타자 안인산'의 지향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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