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개월 하고도 열흘 만에 멀티 홈런이 터졌다. 양의지(38·두산 베어스)가 화끈한 대포로 팀에 승리를 안겼지만 마냥 밝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양의지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4타점 2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팀이 2-0으로 앞선 3회초 2사 1루에서 키움 선발 김윤하의 시속 142㎞ 직구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35m 대형 투런포를 날렸다. 5회에도 1사 1루에서 김윤하의 시속 140㎞ 직구가 다시 한 번 몰리자 과감한 스윙으로 비거리 130m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아치를 쏘아올렸다.
개인 13번째 연타석 홈런이자 지난 5월 28일 KT전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멀티홈런이다. 잭 로그의 7이닝 2실점 호투와 양의지의 4타점 활약에 힘입어 두산은 9-2 대승을 거뒀다.
주장의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도 양의지는 팀 타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파괴력을 보여줘야 할 김재환(11홈런), 양석환(6홈런)이 주춤하는 사이 19홈런을 날렸다. 세 시즌 만에 20홈런이 눈앞에 다가왔다.
더불어 타율 0.313 7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9, 득점권 타율 0.367 모두 팀 내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포수 이닝 소화가 부족해 골든글러브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올 시즌엔 일찌감치 포수로는 9번째 골든글러브를 예약했다. 포지션 불문 10번째로 이승엽 전 두산 감독(1루수 7회, 지명타자 3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선 타율 0.409(22타수 9안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경기 후 만난 양의지는 "이번주 LG와 할 때부터 좋은 타구들이 나왔다. 감보다는 자신감이 많이 생겨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어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통산 타율 0.308에 빛나는 역대 최고의 포수 양의지와 자신감 부족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양의지는 고개를 저었다. "맨날 지다보면 당연히 자신감이 떨어진다"며 "요즘엔 개인적인 기록보다는 팀 성적이 가장 고민이다. 올해는 9등이지만 내년에 어떻게 올라가야 될지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106경기를 치른 두산은 44승 57패 5무로 9위에 처져 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가 7경기까지 벌어져 있다. 만약 잔여 시즌 KIA가 부진하더라도 8위까지 승차가 1.5경기에 불과해 두산으로선 기적 같은 가을야구 막차 탑승을 노리는 게 너무도 현실성 없게 느껴질 만한 상황이다.
친정팀을 떠났던 양의지는 2023년 4+2년 총액 152억원에 두산으로 돌아왔고 올 시즌엔 주장 완장까지 찼다. 개인 성적은 뛰어나지만 팀 성적이 나빠 만족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전날엔 도루를 2개나 기록했다. 주력과 달리 빼어난 주루 센스, 상황 판단력 등으로 통산 59개의 예상 외로 많은 도루를 기록 중이다. 가뜩이나 체력적 부담이 큰 포수이고 이젠 선배를 찾기 힘들 정도로 손꼽히는 베테랑의 자리에 올라선 양의지다. 적극적인 주루는 체력적으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최우수선수(MVP) 김도영(KIA)은 올 시즌에만 3번째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올 시즌 유독 햄스트링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자신의 신체적 능력 이상의 힘을 쓸 때 과부화로 인해 발생하기 쉬운 게 햄스트링 부상이다. 양의지에겐 익숙지 않은 도루를 시도할 때 더욱 부상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양의지는 "나도 사람인데 부상 부담이 없을 리가 있겠나. 그건 당연히 다 조심하는 부분이고 자기 몸 상태에서 최대한 열심히 뛰는 것"이라며 "내 몸에서 120%를 뛰면 부상이 올 것 같다. 올해는 웬만하면 안 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부진한 팀 성적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고 과감히 베이스를 훔쳤다. 팀 4번 타자로서, 주전 포수로서 더 잘할 게 없을 정도의 맹활약에도 주장은 주루 플레이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기여를 하겠다는 자세로 뛰고 또 뛰었다.
이러한 양의지의 '팀 퍼스트' 자세는 조성환 감독 대행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조 대행은 "'캡틴' 양의지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엄청난 책임감을 보여줬다"며 "연타석 홈런으로 흐름을 가져왔고, 포수로서는 잭로그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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