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55) 감독의 4634일 만의 K리그 승리다. 울산HD 지휘봉을 잡고 첫 경기에서 승전고를 울린 신태용 감독은 활짝 미소 지었다.
울산은 9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에서 제주SK를 1-0으로 꺾었다.
제주전은 신태용 감독의 울산 사령탑 데뷔전이었다. 불과 4일 전 울산 사령탑으로 정식 부임한 신태용 감독은 후반 27분 루빅손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점 3을 챙겼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13년 만에 이겨 너무 기쁘다. 조현우가 김용대 코치의 기록을 넘었더라. 조현우가 수훈 선수다. 무실점은 의미가 있다"며 "궂은 날씨에도 1만 명 넘게 온 팬들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판곤(56) 전 감독 체제에서 11경기 무승(3무 8패) 늪에 빠졌던 울산은 신태용 감독 부임과 함께 승리했다. 마지막 승리는 지난 24일 김천 상무전(3-2 승)이었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25경기 9승 7무 9패 승점 34를 기록하며 단독 6위를 탈환했다. 파이널A 진출권 진입이다.
신태용 감독은 양쪽 윙백을 역발로 뒀다. 오른발잡이 최석현이 왼쪽에 서고 왼발잡이 조현택이 오른쪽에 섰다. 신태용 감독은 "3일 전에 역발 윙백을 뒀다. 선수들이 어리둥절한 것 같더라"라며 "아직은 선수들이 적응을 못 하는 것 같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차츰 좋아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울산의 선제골 상황에서 제주는 약 4분 넘게 항의를 이어갔다. 울산 공격수 루빅손의 첫 슈팅은 제주 골키퍼 김동준의 선방에 막혔다. 공은 높게 뜬 뒤 제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울산 공격수 에릭이 슬라이딩하며 세컨드 볼을 밀어 넣으려 시도했다.
에릭의 위치는 오프사이드였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득점을 인정했다. 루빅손의 득점 과정에서 에릭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신태용 감독은 "감독으로서 VAR 경험이 많다. 골망이 흔들리자마자 좋아했다. 다만 VAR 판정이 나왔을 때 오프사이드인 줄 알았다"며 "시간이 길어지더라. 저 정도로 길어지면 '골이다' 싶었다. 에릭이 공을 건드렸으면 오프사이드가 맞다. 그대로 들어가서 골인 것 같다"고 알렸다.
데뷔전에서 아쉬웠던 점과 좋았던 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윙백의 움직임이 단조로웠던 것이 아쉬웠다. 포메이션이 정해지지 않은 축구를 보여주려 했다. 선수들이 조금 두려워했던 것 같다. 심리적인 부담감도 느끼는 것 같다"며 "볼을 뺏기자마자 압박한 뒤 역습은 좋았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잘 해줬다"고 봤다.
13년 전과 달라진 K리그 분위기에는 감탄했다. 신태용 감독은 "신태용이 오는데 팬분들이 더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웃더니 "1만 명 이상 오셔서 감사했다. 13년 전 분위기와 달랐다. 함성도 커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2만, 3만, 4만 명까지 관중을 채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울산 부임 후 두 번째 상대는 수원FC다. 오는 16일 울산은 수원 원정을 떠난다. 신태용 감독은 "제주전에서 이기든 지든 선수단에 화요일까지 휴가를 주기로 약속했다. 선수들에게는 휴식이 우선이라 봤다. 3일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스스로는 (선수단 휴가가) 모험이라 생각한다. 선수들을 믿는다. 잘 쉬고 오면 좋겠다. 마음을 잘 끌어내는 것이 감독이다.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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