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사건' 얼룩진 고시엔... 디펜딩 챔프 교토국제고, 첫 판서 158㎞ 괴물투수 만난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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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NHK의 지난해 여름철 고시엔 대회 중계 화면.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엑스 갈무리
NHK의 지난해 여름철 고시엔 대회 중계 화면.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엑스 갈무리

지난 5일 개막한 제107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철 고시엔)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10일 야구부 폭행 사태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된 히로시마의 야구 명문 고료(広陵)고가 대회 도중 사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폭행 사건으로 인한 대회 도중 사퇴는 여름철 고시엔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10일 일본 일간지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대회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고료 고교 측은 "본교 야구부의 폭행 사건이 소셜 미디어상에서 확산되면서 대회 운영에 큰 지장을 줬고 고교야구의 명예를 해쳤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


올해 1월 고료 고교의 1학년 야구부원이 기숙사에서 취식이 금지된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같은 학교 야구부 선배 4명이 개별적으로 해당 선수의 기숙사 방에 찾아가 뺨과 가슴을 때리고 멱살을 잡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이 사건을 보고 받은 일본고교야구연맹은 고료 고교에 '엄중주의' 처분을 내렸다.


비교적 경징계에 해당하는 엄중주의 처분을 받은 고료 고교는 여름철 고시엔 대회에 출전 할 수 있었고 규정상 폭행 사실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해야할 의무도 없었다. 하지만 대회 도중에 소셜 미디어에서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폭로되면서 대회 참가를 강행한 고료 고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고료 고교의 대회 사퇴 소식을 보도한 일본 신문. /사진=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이런 상황에서 대회 주최측은 13일 열리는 겐다이 다카사키(健大高崎)고와 교토 국제(京都国際)고의 경기가 가라앉은 분위기에 전환점이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겐다이 다카사키와 교토 국제고의 맞대결은 이번 대회 최대 빅 카드로 꼽힌다. 두 팀은 각각 2024년 봄철(겐다이 다카사키고)과 여름철 고시엔(교토 국제고) 우승 팀으로 이번 대회에도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봄철과 여름철 대회 우승팀이 이듬해 여름철 고시엔 첫 경기에서 맞붙는 것은 대회 사상 최초라 더욱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마현(縣) 대표로 출전한 겐다이 다카사키고는 최강의 투수진을 갖춘 우승후보 0순위의 팀이다. 마운드의 중심에는 최고 시속 158km의 직구를 구사하며 올해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이 확실시되는 이시카와 겐키가 있다. 여기에 직구 최고 145km 이상을 기록한 두 명의 좌완 투수 사토 류가와 시모시게 겐신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겐다이 다카사키고는 지역예선에서부터 선발 투수로 두 명의 좌완을 번갈아 올리고 경기 후반 에이스인 이시카와를 마무리로 활용했다. 이 같은 투수진 운용은 도쿄 국제고와의 본선 첫 경기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2년 전인 고교 1학년 시절 이미 시속 145km를 기록해 주목을 받았던 이사카와는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에서도 고교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다. 그는 중학시절 동료의 글러브에 새똥을 묻히는 장난을 하다 발각돼 징계를 받은 뒤 야구 선수로의 꿈을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후 동료와 지도자를 존중하고 연습에도 진심으로 노력하면서 일취월장할 수 있었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지난해 여름철 고시엔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반면 여름철 고시엔 대회 2연패를 노리는 교토 국제고의 운명은 좌완 에이스 투수 니시무라 이키의 컨디션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시속 146km의 직구는 물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는 니시무라는 지난 해 교토 국제고의 고시엔 여름철 대회 우승의 주역이었다. 니시무라는 지난 해 대회에서 24이닝 동안 단 1점의 자책점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고교 3학년인 니시무라는 졸업 후 주오 대학 진학이 유력하다. 그는 지난 7일 일본 매체 '프라이데이 디지털'을 통해 "내 꿈은 (단순히)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게 아니라 프로야구 드래프트 1번 지명 선수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실력을 더 키우기 위해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외야 수비 연습도 하기 힘든 미니 연습장에서 훈련하면서도 지난 해 여름철 고시엔 대회 우승을 거뒀던 교토 국제고는 지역 예선 6경기에서 단 2개의 실책을 기록했을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팀이다.


교토 국제고의 고마키 노리츠구(42) 감독은 11일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에서 "전력 면에서는 겐다이 다카사키 고교가 앞서 있지만 연습량과 끈기에서는 절대 지지 않겠다"며 "득점이 많이 안 나는 일전이 예상되는 만큼 경기 막판에 승부를 걸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 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광복 80주년과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은 2025년에 열리는 여름철 고시엔 대회에도 울려 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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