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위 LG 트윈스가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마침내 맞춘 듯하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26)가 데뷔전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팬들을 설레게 했다.
톨허스트는 지난 3일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30)를 대신해 총액 37만 달러(연봉 27만 달러, 이적료 10만 달러)에 영입된 우완 투수다. 그동안 LG는 우승 경쟁팀 중 외국인 투수들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존 선수들보다 확실히 나아야 한다는 기준으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그 가운데 영입을 목전에 둔 선수가 메이저리그 콜업으로 불발되는 일도 있었다.
어렵게 선택한 톨허스트는 막판 치열한 우승 레이스에 따로 빌드업이 필요하지 않은 준비된 투수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영입 당시 염경엽 LG 감독은 "엘리(에르난데스)보다 좋은 선수를 데려와야 했다. 또 불펜투수였다면 안 바꾸는 게 낫다. (새 외국인 투수가 등판할 수 있는) 기회가 8번 정도 있을 텐데 2번 빠지고 빌드업에 3경기 쓰면 의미가 없다"고 힘줘 말했었다. 이어 "톨허스트는 미국에서 선발을 하던 선수다. 그러면 와서 투구 수 상관없이 던져도 된다. 또 커브와 체인지업이 좋다. 우리나라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때문에 커브가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심사숙고 끝에 고른 톨허스트는 확실히 달랐다. 톨허스트는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 방문 경기에서 7이닝(77구) 2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LG의 11-2 승리를 이끌었다.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투구였다. 이날 톨허스트는 80구 투구 수 제한이 있었음에도 77구 중 54구(70.1%)를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뛰어난 제구력으로 무려 7이닝을 소화했다.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공(38구)과 함께 커터(21구), 스플리터(12구), 커브(6구) 등 변화구와 직구의 조합도 뛰어나서 77개의 공으로 7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구위도 증명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팀 동료 구본혁(28)은 "오늘(12일) 경기만 봐선 폰세와 비슷한 것 같다"고 감탄할 정도.
특히 핀포인트 제구와 낙차 큰 스플리터가 매력적이었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안팎에 질러 들어가는 직구로 쉽게 스트라이크를 벌었고, 직구에 익숙해질 때면 스플리터를 뚝 떨어트려 상대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2회말 강백호와 4회말 안현민과 타석이 백미. 직구의 구위도 위력적이어서 7회말 안현민의 3루타 외에는 빗맞은 타구가 대부분에 외야로 나가는 공도 많지 않았다. 구본혁은 "톨허스트의 커맨드가 좋다 보니 잘 맞은 타구가 없어서 수비하기가 정말 편했다. 너무 안정적인 피칭이었고 야수들도 집중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톨허스트는 "올 시즌 7이닝 소화가 오늘이 처음이었다. 선발 투수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굉장히 만족스럽고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우리 야수들이 믿음을 줬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야수들에게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중들이 많지 않은 마이너리그와 다른 열정적인 KBO 응원 문화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수원KT위즈파크에는 1만 4407명(만석 1만 8700명)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톨허스트는 "이런 분위기에서 야구한 건 처음이다. 원정임에도 LG 팬 분들이 많이 찾아오셨다. 양 팀 팬 모두가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적인 응원을 해주시면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관중들의 그런 모습이 내게 조금 더 힘을 내서 공을 던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미소 지었다.
LG는 톨허스트의 역투로 2위 한화 이글스와 승차를 2경기로 유지했다. 오자마자 우승 경쟁팀에 뛰어들어 부담이 클 법하지만, 준수한 외모의 외인은 오히려 이를 즐겼다.
톨허스트는 "이렇게 좋은 팀에 합류할 수 있어 영광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모두 쏟아내서 팀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한다. (오늘 153㎞가 나왔는데) 앞으로 더 적응하고 경기를 거듭하면 구속이 더 잘 나올 거라 생각한다. 자신감 있게 더 다양한 공을 던져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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