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은 없었다. 춘천시가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의 2026년 홈경기 개최 신청 재공모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내년 강원의 K리그·코리아컵 홈 전 경기는 단독 입찰한 강릉에서만 열리게 됐다. 정치권 싸움으로까지 번진 끝에 춘천시가 두 차례나 공모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강원 구단이 꾸준하게 바랐던 분산 개최를 통한 도민화합 의미도 사라지게 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팬들의 몫이 됐다.
강원 구단은 재공모 마감일이었던 지난 12일 2026년 홈경기 개최지 공모 최종 결과 강릉시만 단독으로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2일부터 5일까지 진행됐던 첫 공모에 이어 재공모까지 모두 강릉시만 신청서를 냈다. 이로써 도민구단인 강원 구단의 다음 시즌 홈경기는 강릉에서만 열린다. 강원의 K리그 홈경기가 모두 한 장소에서만 열리는 건 2019년 이후 7년 만인데, 공교롭게도 당시엔 춘천에서만 열렸다.
두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난 재공모는 분산 개최를 전제로 상반기와 하반기 개최 순서를 정하기 위한 절차였다. 앞서 강원 구단과 춘천시·강릉시는 지난 2022년 공모를 거쳐 올해까지 3년 간 홈 개최 협약을 맺었다. 당시 협약이 올해 끝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공모가 이뤄진 건데, 결과적으로 춘천시는 이번 공모에 두 차례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올해까지 3년 간 협약엔 상·하반기 개최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다만 그동안 두 지역 모두 하반기 개최를 희망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레 많은 관중 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올해까지 3년 간 하반기 경기는 대부분 강릉에서 열렸다. 강릉 경기장 공사나 행사 일정 등으로 부득이하게 강릉에서 하반기가 열린 시즌도 있다. 올해는 두 지자체 간 협의를 거쳐 강릉의 하반기 개최가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강원 구단은 내년 시즌엔 두 지역이 모두 선호하는 하반기 개최권을 두고 경쟁 입찰에 나섰다. 개최 지원금을 더 높게 내는 지역, 즉 팬과 선수단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최선의 여건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지역에 하반기 개최권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최소금액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경기당 8000만원이었다. 심지어 춘천시에 불리할 수도 있는 관중 수나 시즌 티켓 판매량 등 기준은 모두 배제했다. 이른바 제로베이스에서 오롯이 개최지원금만 평가 기준으로 두면서 춘천시에도 하반기 개최 기회를 열어줬다.
그러나 춘천시는 이같은 조건을 두고 반발했다. 도민구단인 강원FC가 '지자체 간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었다. 비단 이 이유만은 아니었다. 지난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 개최 장소와 관련된 김병지 강원 대표이사의 기자회견 발언, 5월 춘천시장에 대한 구단의 일방적 출입 제한 등을 언급하며 김병지 대표이사와 구단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병지 대표이사와 구단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으면, 홈경기 개최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강원 구단의 입장은 늘 같았다. 김병지 대표이사와 춘천시 간 갈등은 이미 도지사인 김진태 구단주의 사과를 육동한 춘천시장이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육동한 춘천시장에 대한 김병지 대표이사의 면담 요청은 수차례 거부당했고, 실무자 간 협의도 춘천시 측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이사회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갈등은 급기야 정치 싸움으로도 번졌다. 여·야로 나뉘어 강원 구단과 춘천시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갈렸다. 일각에서는 강원도와 춘천시의 갈등 속 강원 구단이 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까지 나왔다. 점점 갈등의 골만 깊어진 끝에 춘천시는 결국 첫 공모와 재공모 모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답했다. 2018시즌부터 이어온 강원FC의 춘천시대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재협상 여지는 없다. 춘천시는 이미 지난 2022년 공모 당시에도 기한을 넘긴 바 있다. 심지어 이마저도 최소 금액에 크게 못 미치는 입찰액을 써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하한액에 맞춰 정정해 다시 신청했고, 당시 강원도 중재와 강릉시 수용으로 가까스로 협약이 체결됐다. 이번엔 3년 전과 달리 재공모 절차까지 진행한 데다, 이미 공모 시점부터 한 지역만 신청할 경우 그 지역에서 모든 경기가 개최된다고 명확하게 명시까지 됐다.
만약 이번에도 춘천시와 뒤늦게 협의에 나서게 되면, 3년 전은 물론 올해 두 차례 공모 모두 기한에 맞춘 강릉시를 역차별하는 사례가 된다. 이미 강원 구단도 입장문을 통해 "예외적 조치가 신청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지자체에 반복적으로 적용될 경우, 성실하게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강원 구단은 별도의 추가 논의 없이 공모 결과에 따라 내년도 홈경기를 강릉시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못을 박았다.
춘천시의 홈경기 개최 포기 여파는 자칫 ACLE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강원은 지난 시즌 K리그1 준우승팀 자격으로 오는 9월 개막하는 2025~2026 ACLE 무대에 나선다. 당초 강릉 개최를 추진했지만 공항과의 거리 등을 이유로 AFC의 승인을 받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춘천 개최가 지난 6월 확정됐다. 그나마 올해 예정된 ACLE 홈경기는 춘천에서 열리더라도, 해가 넘어간 뒤 2~3월 예정된 1~2경기가 춘천에서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단 발표와 더불어 AFC의 승인까지 받았지만, 그렇다고 춘천의 ACLE 홈경기 개최에 대한 강제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춘천시가 구단과 갈등 등을 이유로 돌연 ACLE 홈경기 개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구단 상황은 난감해진다. 최악의 경우 강원과 상관없는 제3지역에서 경기를 개최하거나, ACLE 홈경기 개최를 모두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피해는 결국 구단과 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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