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트라웃(34·LA 에인절스)에게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닌 넘어설 수 없는 벽이 돼 가고 있다. 빅리그 첫 맞대결에서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천적의 위용을 보였다.
오타니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80구를 던져 5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내용은 다소 아쉬웠지만 수술 후 복귀한 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과거의 동료이자 지금은 적이 된 트라웃을 상대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는 점에선 충분한 의미가 있었던 경기였다.
200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아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트라웃은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빅리그 최고 타자 중 하나로 거듭났다.
2014년엔 타율 0.287 36홈런 111타점 115득점, 출루율 0.377, 장타율 0.561, OPS(출루율+장타율) 0.938로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이후 2016년에도 타율 0.315 29홈런 100타점 123득점 116볼넷, OPS 0.991이라는 엄청난 활약으로, 2019년엔 커리어 최다인 45홈런을 터뜨리며 3번째 AL MVP에 등극했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오타니는 2018년 미국 진출을 했고 에인절스와 손을 잡았다. 최강 타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엔 팀 최고 타자의 지위가 트라웃에서 오타니에게 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오타니는 2021년 타자로 46홈런 100타점, OPS 0.964, 투수로는 9승 2패 ERA 3.18로 역사상 유례없던 이도류 활약을 펼치며 만장일치 AL MVP에 등극했다. 2023년에도 다시 한 번 이도류 스타로서 기량을 맘껏 뽐내며 2번째 MVP를 수상했다.
그럼에도 에인절스는 오타니 합류 후 한 번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9714억원)에 다저스로 이적했다.
MLB에선 맞대결을 펼칠 수 없었던 둘의 맞대결은 단 한 차례 있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둘이 만났다. 일본이 3-2로 앞선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엔 오타니, 타석엔 트라웃이 등장했다. 소속팀에선 같은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던 최고의 두 스타의 맞대결은 오타니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오타니는 시속 100마일(161㎞) 공을 뿌리며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고 환상적인 스위퍼로 일본의 우승을 확정짓는 삼진을 잡아냈다.
지난해 오타니가 이적했지만 팔꿈치 수술 이후 투수로 등판하지 못했기에 맞대결 할 기회가 없었다. 최근 들어 오타니가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고 이번 원정에서 드디어 맞대결 기회가 생겼다.
오타니는 올 시즌 가장 빠른 공을 연신 뿌렸다. 오타니는 두 차례 삼진을 잡아냈다. 첫 번째 대결에선 스위퍼, 두 번째엔 100.7마일(162.1㎞) 강속구로 트라웃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오타니도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오타니는 "트라웃을 상대로 두 타석에서 정말 잘 던졌다"며 "오늘 경기를 돌아보면 중요한 건 바로 투구였다. 내가 잘 던지지 못하면 상대가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오타니에겐 정들었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뛴다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이 경기장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경기장 중 하나"라는 오타니는 "이 마운드에서 다시 투구할 수 있다는 건 내게 중요했다"고 전했다.
트라웃도 "야구 팬으로서 모두가 이 경기를 보고 싶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는 이날 올 시즌 9번의 등판 중 가장 많은 4⅓이닝, 80구를 투구했다. 아직 승리는 없지만 타자로서 내셔널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을 만큼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투수로서 팀에 더 기여할 수 있다면 4번째 MVP 수상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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