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수호신 김원중(32)이 혼신의 투구로 팀이 11연패에 빠지는 걸 막았다. 악몽과 같았던 만루홈런의 아픔도 완벽히 털어냈다.
롯데는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LG 트윈스와 연장 11회 접전 끝에 6-6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간신히 패배를 면한 롯데는 58승 5무 55패로 3위 SSG 랜더스(57승 4무 53패)와 0.5경기 차, 5위 KT 위즈(56승 4무 57패)와 2경기 차 4위를 유지했다.
이날 롯데는 하마터면 연패 기록을 10에서 11로 늘릴 뻔했다. 이미 롯데는 LG와 원정 3연전에서 2연패로 역대급 연패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현재 롯데는 백인천 감독 시절인 2003년 7월 8일 수원 현대 유니콘스전부터 8월 3일 잠실 LG전까지 15연패 이후 22년 만에 10연패를 기록 중이다.
가장 큰 위기가 양 팀이 6-6으로 맞선 연장 10회말이었다. 마운드에는 마무리 김원중이었다. 그는 앞서 9회말에 등판해 깔끔하게 2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던진 초구 직구 후 11개 연속 포크로 오지환과 박동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0회말에도 구종은 오직 직구와 포크로 선택지는 같았다. 그 탓인지 박해민, 박관우, 문성주가 연속 안타로 순식간에 1사 만루를 만들었다. 박해민과 문성주는 초구를 공략했고 박관우는 3구 만에 안타를 신고해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1사 만루 위기에서 마주한 타자는 지난해 LG 구단 최초의 KBO 타점왕을 수상한 오스틴 딘. 더욱이 오스틴은 앞선 타석에서 좌월 솔로포 포함 3안타를 때려내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 중이었다.
그럼에도 김원중은 우직하게 포크를 구사했고 끝내 속이는 데 성공했다. 초구 포크를 던진 그는 직구 2개로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그다음은 3연속 포크였다.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낙차 큰 포크가 만들 수 있는 결과는 크게 두 가지, 볼넷 아니면 헛스윙 삼진이었다. 1B2S에서 두 개의 포크가 볼이 돼 풀카운트가 됐을 때는 이대로 끝난 듯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정중앙으로 정확히 떨어지는 포물선에 오스틴의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고, 환호성이 나온 쪽은 1루가 아닌 3루 관중석이었다.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다음 타자 역시 앞서 오스틴과 함께 백투백 아치를 그린 문보경이었다. 김원중은 포크-포크-직구를 던져 1B2S 유리한 볼 카운트를 점했고, 또 다시 포크 2개를 연거푸 던져 이번엔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유격수 이호준이 홈이 아닌 2루 베이스를 터치하며 이닝 종료. 김원중의 2이닝(33구)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투구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이후 박진이 11회말을 무실점으로 책임지면서 롯데는 11연패가 아닌 10연패로 창원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롯데와 김원중 모두에게 지난 17일의 아픔을 완전히 씻어낸 경기라 의미가 있었다. 당시 부산에서 롯데는 7회 6득점 빅이닝으로 삼성 라이온즈에 7-3으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8회 구원 등판한 홍민기, 정현수가 각각 볼넷을 주고 르윈 디아즈에게 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에 놓였고, 김태형 감독은 김원중의 조기 등판을 결정했다.
이때 김원중은 김영웅에게 포크만 8개를 연속해 던졌다. 초반 3개는 바깥으로 빗나갔고 다른 4개는 헛스윙도 유도하며 효과적인 듯했다. 하지만 8구째 몸쪽 낮게 떨어진 포크를 김영웅이 놓치지 않았고 우측 담장을 넘어가 7-7을 만드는 동점 만루포가 됐다. 결국 경기는 연장 11회 끝에 8-8 무승부로 마무리됐고, 연패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서 날렸다.
17일 부산 삼성전과 21일 잠실 LG전의 차이는 볼 배합이었다. 포크 일변도였던 17일 경기와 달리, 이번에는 직구도 적절히 섞으면서 타자들에게 고민을 안겼다. 17일 경기 볼 배합에 롯데 김태형 감독은 19일 잠실 LG전에 앞서 자신의 아쉬웠던 선택을 공개하고 제자를 감쌌다.
김태형 감독은 "김영웅이 웬만한 공에 다 따라 나오는 스타일이다. 또 김영웅 뒤 타자들이 조금 약한 편이고 점수도 4점 차라 김영웅이 (볼넷으로) 나가도 좋으니 포크를 던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원중이 포크가 바닥으로 떨어졌으면 헛스윙이나 볼넷이 나왔을 텐데, 카운트 잡으러 들어가는 공처럼 됐다. 선수에게 맡겼어도 됐을 것 같다. 원중이는 직구를 던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투수로서 볼넷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감독이 (포크를 던지라고) 지시한 것이고 나도 그래서 그 부분이 아쉽다"고 자책했다.
길어지는 연패의 터널 속에서도 롯데는 조금씩 빛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날 5선발 이민석은 5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하며 상대 외국인 1선발을 압도했다. 8월 월간 타율 꼴찌의 타선은 11안타를 몰아쳤고, 갑작스러운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전민재를 대신한 백업 유격수 이호준은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5일 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무승부를 만들어낸 롯데는 이제 연패를 끊기 위해 창원으로 향한다. 선발 투수는 토종 에이스 박세웅. 롯데는 NC를 상대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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