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모델링'이라는 흔치 않은 표현을 꺼냈다. SSG 랜더스가 이숭용(54)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잊을만 하면 나온 이야기다. 눈에 띄는 자원들을 주전급으로 키워낸 SSG는 올 시즌 기대치 못한 성적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가고 있다.
SSG는 시즌 종료까지 28경기남 남겨둔 현재 58승 54패 4무, 승률 0.518로 3위에 올라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7위로 처져 가을야구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어느덧 수직 상승을 이뤘다.
부상 선수가 많았지만 투수력으로 잘 버텼고 '8월 승부론'을 앞세운 이숭용 감독의 승부수가 제대로 적중했다. 지난해 8월 8승 17패로 극심한 부침을 겪었고 결국 가을야구에 승선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엔 10승 8패로 순항 중이다.
지난해 정준재, 고명준, 조병현이라는 카드를 훌륭하게 성장시킨 SSG는 올 시즌 이로운, 최민준, 전영준, 박시후 등 투수진에서 큰 성장을 확인했고 조형우까지 주전 포수로 성장시켰다. 이것만 해도 크나 큰 소득인데, 3위를 달리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SSG다.
다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숭용 감독으로선 중요한 승부처에서도 고민을 거듭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연장 11회 승부 끝에 1-0 진땀승을 거둔 22일 한화 이글스전도 그랬다. 최민준의 예상을 뛰어넘는 역투와 필승조의 헌신에 리그 최강 투수 코디 폰세와 대등하게 싸우며 연장 승부를 벌이게 됐는데, 10회초 아쉬운 주루 플레이가 나왔다. 11회 선두 타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정준재의 타석에서 번트를 준비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번트 타구가 높이 떠올랐고 1루수 김태연이 몸을 던져 잡아냈다.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결승 2루타로 한숨을 돌리며 번트 실패는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23일 경기 전 만난 이숭용 감독은 전날 상황은 돌아보며 "내 실수"라고 자책했다. 작전 수행이 중요한 2번 타자로서 첫 시도에 번트를 성공시키지 못했고 두 번째엔 타구를 띄우며 찬물을 끼얹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이 감독은 제자를 감쌌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원래는 김성현을 쓰려고 했다. 그래도 성현이가 번트를 가장 잘 대기 때문"이라며 "다 준비를 시켜놨는데 그 순간 딱 생각이 드는 게 '언제까지 성현이를 이렇게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는 리모델링이라는 목표가 있고 어린 선수들이 해줘야 되는데 이런 상황에 계속 빼도 되나라는 혼자만의 생각이 들었다. 혼자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는 이겨야 되고 그러려면 성현이를 쓰는 게 맞는데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해야 되나. 그게 솔직한 마음이었다"며 "그래서 밀어붙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또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정준재에게도 분발을 요했다. "준재에게 '너 때문에 주루 코치가 아마 많이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더니 '저도 잘 압니다. 더 연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더라"며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 입장에서는 승패가 좌우되고 이런 모습들이 보이니까 그게 참 힘들더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리모델링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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