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진의 시간이 길었다고는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이다. 땅을 훑는 듯이 보일 정도로 낮은 릴리스포인트에서 투구를 펼치던 잠수함 박종훈(34·SSG 랜더스)이 과감한 변화에 나섰다.
박종훈은 5일 강화도 SSG퓨처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5 KBO 퓨처스리그 홈경기에서 8회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17구를 던져 피안타와 사사구 없이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선발로 준비를 했던 박종훈이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1군에서 5경기에만 나선 뒤 5월 이후에는 퓨처스(2군)에서만 시즌을 치르고 있다.
박종훈은 SK 와이번스 시절 10승이 보장되는 팀의 확실한 선발 카드였다. 2021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팀은 비FA 다년 계약으로 5년 65억원에 그를 붙잡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후 박종훈은 4시즌 동안 44경기에서 182이닝 소화에 그치며 6승 17패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반등을 꿈꾸며 시즌을 준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고 박종훈은 결국 큰 결심을 했다. 그의 상징과도 같은 투구폼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특히나 올 시즌엔 선발 경쟁에서도 후배들에 밀려 5경기 2패, 평균자책점(ERA) 7.11을 기록 중이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2경기 4승 3패, ERA 8.69. 극단적인 변화의 계기가 됐다.
구단은 "올 시즌 박종훈은 퓨처스리그에서 볼넷 증가와 피안타 문제로 부진을 겪었고 지난 7월 선수 본인의 요청으로 투구 팔 높이를 조정하며 변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까지 자신의 가치를 높여줬던 잠수함에 집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박종훈은 경기에도 나서지 않고 잔류군에 머물며 새 투구폼을 익히는데 주력했다. 구단은 "스리쿼터와 언더핸드를 모두 활용한 '변칙 투구'를 컨셉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아직까진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2일 두산 베어스와 퓨처스리그에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쳤는데 속구 최고 시속은 144㎞, 슬라이더는 138㎞가 찍혔다. 5일 삼성전에서도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1이닝을 완벽히 지웠다.
SSG 퓨처스팀 관계자는 "박종훈은 투구폼 변화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력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년 계약의 기간은 내년으로 종료된다. 스프링캠프부터 차근히 반등을 준비하기 위해선 시즌 막판, 가을야구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급선무다. 모든 걸 내려놓고 '변칙 투구'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박종훈이 SSG의 가을의 비밀병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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