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나란히 미국 원정길에 올라 같은 팀들을 상대한 대한민국과 일본 축구대표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은 미국·멕시코를 상대로 1승 1무에 4득점·2실점의 기록을 남긴 반면, 일본은 1무 1패에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어 10일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전에선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미국과 멕시코는 각각 15위와 13위다. FIFA 랭킹 상위팀들을 상대로 1승 1무의 성적을 거둔 것이다.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이어 이번 2연전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기존의 포백이 아닌 스리백 전술을 시험대에 올렸다. 비록 미국전에선 슈팅 수 5-17, 멕시코전에선 8-17로 각각 열세였으나 결정적인 기회들을 잘 살리면서 1승 1무의 성과를 냈다. 주장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이 2경기 연속골 포함 2골·1도움의 활약을 펼쳤고, 오현규(KRC헹크)도 멕시코전 1골·1도움을 기록했다. 이동경(김천 상무)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도 각각 골과 어시스트로 이번 2연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과감한 로테이션도 가동돼 선수 풀도 넓혔다. 실제 한국은 미국전과 비교해 멕시코전에선 선발 라인업에 9명이나 변화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는 역대 최초의 외국 태생 혼혈 선수인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가 2경기 각각 교체로 선발로 시험대에 올라 경쟁력을 보여줬다. 번갈아 골문을 지킨 조현우(울산 HD)와 김승규(FC도쿄) 등 골문이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한 스리백 구성에도 경쟁에 불이 붙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함께 미국 원정길에 오른 일본 대표팀은 고개를 숙였다. 일본은 앞서 멕시코와 득점 없이 비긴 데 이어, 한국이 2-0으로 완파했던 미국을 상대로는 0-2로 졌다. 1무 1패, 이 과정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일본 매체 니칸스포츠에 따르면 일본 대표팀이 A매치 2연전에서 무득점에 그친 건 지난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일본 대표팀 피파랭킹은 17위다.
일본 역시도 멕시코와 미국전 2연전을 치르면서 로테이션이 가동됐다. 미국전 선발 명단은 멕시코전과 비교해 11명 전원을 바꿨고, 후반전엔 월드컵 예선 내내 가동됐던 스리백이 아닌 포백 전술도 시험대에 올렸다. 다만 일본은 멕시코전 무득점에 이어 미국전에서는 졸전에 그쳤다. 0-2 스코어뿐만 아니라 볼 점유율에서도 38%에 그쳤고, 반격이 절실하던 후반엔 주축 선수들이 교체로 투입되고도 이렇다 할 반격 기회를 펼치지 못한 채 완패를 당했다.
일본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컸다. 일본 니칸스포츠는 미국전 패배 후 "무기력한 패배였다. 공격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답답한 전개가 이어지면서 멕시코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데일리스포츠도 "경기 내내 사소한 실수가 나왔고 결정적인 찬스는 적었다. 후반 막판엔 오사코 게이스케(산프레체 히로시마) 선방 덕분에 간신히 버텼다. 완패라고 할 만한 경기력이었다"고 꼬집었다.
물론 본격적으로 내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른 평가전인 만큼, 엇갈린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다만 라이벌 구도 속 A매치 평가전 기간 같은 팀들을 상대한 만큼, 경기 내용이나 결과에 대한 간접적인 비교는 불가피하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도 "상대를 맞바꿔 치른 평가전에서 이번 미국 원정 평가전에서 1무 1패에 그친 일본과 달리 한국은 1승 1무를 기록했다"고 조명했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일본은 다음 달에도 브라질·파라과이를 상대로 또 한 번 같은 팀 상대 평가전을 치른다. 홍명보호는 내달 10일 브라질, 14일 파라과이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국내 평가전 2연전이 예정돼 있다. 역시 월드컵 대비 평가전인 만큼 결과에 큰 의미를 둘 수는 없겠지만, 다음 달 평가전 역시도 간접적인 비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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