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한국 여자 양궁이 휘청했다.
한국에서 16년 만에 열린 '광주 2025 현대 세계 양궁 선수권대회'에서 가장 기대를 받은 종목은 리커브 부문 여자 단체전이었다. 지난해 올림픽 10연패 신화를 작성했고 그 구성원도 2020 도쿄올림픽 3관왕 안산(24·광주은행), 2024 파리올림픽 3관왕 임시현(22·한국체대), 2019 올해의 선수를 수상한 강채영(29·현대모비스)으로 쟁쟁했다.
시작부터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며 기대를 높였다. 한국 여자 리커브 대표팀은 9일 예선 라운드부터 207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종전 2018년 양궁 월드컵 2차 대회 때 한국이 작성했던 2053점을 뛰어넘은 것. 또한 여자 개인전 예선 라운드에서도 안산이 1위, 임시현이 3위, 강채영이 4위로 통과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바람과 컨디션 난조에 단체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4강에서 만난 대만과 슛오프 끝에 4-5(56-57, 56-54, 56-53, 52-53, 27-28)로 패해 리커브 전 종목 석권에 실패했다. 한국 여자 양궁이 세계선수권 단체전 결승에 오르지 못한 건 1999년 리옴, 2023년 베를린 대회에 이은 3번째.
그 여파는 혼성 단체전까지 이어졌다. 안산은 남자 예선 1위 김우진(33·청주시청)과 짝을 이뤄 혼성 단체전에 나섰으나, 스페인과 결승전에서 4세트 7점을 쏘며 세트 점수 2-6으로 패했다. 그러면서 한국 양궁이 2011년 토리노 대회부터 이어오던 세계선수권 리커브 혼성 단체전 7연패도 중단됐다.
그런 만큼 10일 가장 마지막 일정이었던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도 많은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을 상대로 더 이상의 이변은 없었다. 한국은 인도를 세트 점수 5-3(54-51, 57-57, 54-57, 58-56)으로 꺾고 동메달을 수확했다.
경기 후 안산은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다 보니 우리가 집중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아쉽게도 4강전에서 슛오프까지 간 끝에 아쉬운 결과를 얻었지만, 우리가 잘했다고 생각한다. 강채영, 임시현 선수 덕분이고 대표팀 모든 분께 수고하셨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남겼다.
임시현은 "4강전이 끝나고 아쉽긴 했다. 떨어지고 나서 우리가 단체전에서 가져올 수 있는 최고의 메달은 동메달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조금 더 간절하게 했다. 언니들과 동메달을 딸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이고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고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였던 만큼 '광주의 딸' 안산의 각오는 유독 남달랐다. 안산은 "경기 전에 약간 복수를 입에 달고 준비했다. 더 이상은 질 수 없다고 생각했고, 마지막 경기인데 여기 와서 준비한 과정을 다 보이고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바람이 확실히 까다롭다고 느꼈지만, 강채영 선수와 임시현 선수가 정말 잘 잡아줘서 단체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12일 대회 마지막 날, 여자 개인전 16강부터 결승까지 또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임시현은 "개인의 욕심만큼 한다고 생각한다. 단체전에서 언니들과 동메달을 땄으니까 개인전도 준비한 만큼만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강채영 역시 "4강에서 나와 안산 선수가 만날 수 있다. 우리 세 명이 다 단상 위에 올라가는 것이 내 목표다. 세 선수 전부 다 후회 없이 임했으면 좋겠다. 최대한 할 수 있도록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 얻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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