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19시즌 만에 마침내 '무관의 한'을 풀 수 있을까. 손아섭(37·한화 이글스)이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 나서고 있다.
손아섭은 최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야구선수를 하면서 우승반지를 끼고 싶은 목표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손아섭은 롯데 자이언츠(2007~2021년)와 NC 다이노스(2022~2025년)를 거쳐 올해 7월 31일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다. 프로 3번째 팀이지만, FA(프리에이전트)가 아닌 트레이드를 통한 이동은 처음이다.
이적 후 8월 한 달 동안 0.238의 타율로 주춤했던 손아섭은 날이 선선해지며 방망이가 뜨거워지고 있다. 9월 6경기에서 22타수 10안타, 타율 0.455를 기록하고 있다. 4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면서 타선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도 11일 기준 올 시즌 75승 52패 3무(승률 0.591)로 2위에 있다. 한동안 선두를 달리다가 내려왔지만, 아직 1위 LG와는 3.5경기 차인 상황이다. 오는 26일부터 3연전 맞대결이 남아있어 결과에 따라 선두 탈환도 가능한 상황이다. 아직 정규리그 우승 경험이 없는 손아섭에겐 절호의 기회다.
그래도 손아섭은 "경기 차가 생각보다 많이 크다"며 경계했다. 이어 "뭔가를 의식하면 절대 안 된다. 타이틀도 그렇고 순위도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운명론자라 모든 건 하늘에 맡기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위 팀을 의식하면 될 것도 안 된다는 말이었다.
이는 경험에 의한 말이었다. 손아섭은 "타격왕 경쟁을 할 때 계속 2등을 했었다(2013, 2020년). 그때는 내가 뭔가 가지려고 하면 달아나는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또한 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플레이오프 2승 무패에서 역전도 당해봤는데, '이것만 이기면 한국시리즈 간다'고 생각하면 압박감에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얘기했다.
손아섭은 11일 기준 통산 2161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우승 경험이 없는 현역 선수 중 2위인데, 공교롭게도 과거 롯데 시절 한솥밥을 먹은 강민호(삼성, 2483경기)와 전준우(롯데, 1829경기)가 각각 1위와 3위다. 이들은 모두 올해 순위경쟁에 뛰어들었다.
손아섭은 "어릴 때부터 함께한 형들이다. 그 선배들과 좀 더 큰 경기에서 경쟁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우리 세 명 다 야구에서 맺힌 한이 똑같다. 누군가는 빨리 그 한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제일 빠르게 풀지는 모르겠다. 내가 되면 좋겠지만 하늘이 정해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시즌에는 세 선수 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기에 만날 시간이 있다. 또한 원정경기를 가도 만나는 몇 안 되는 선수들이다. 손아섭은 "(강)민호 형이나 (전)준우 형,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우승반지를 끼고 싶을 거다. 그런데 우리 3명이 나이도 있고 해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간절하다"고 얘기했다.
친한 사이이기에 뼈 있는 농담도 전했다. 손아섭은 "다같이 포스트시즌에서 만나면 재밌을 것 같다"면서도 "(강)민호 형이랑 (전)준우 형이 밑에서 싸우고 올라오는 걸 지켜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 나를 만나려면 밑에서 싸우고 올라와야 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다같이 만나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순위표를 챙겨보지는 않는다고 말한 손아섭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는 게 중요하다. 순위는 마지막에 결정날 것이다"라며 "할 수 있다고 했으면 진작 우승반지 몇 개를 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만 산다는 느낌으로 하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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