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심타자의 공백에 대한 걱정이 컸는데, 하루만큼은 그 빈자리를 잊을 수 있었다. 도태훈(32·NC 다이노스)이 2년 만에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활약했다.
도태훈은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팀의 8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원래 NC의 2루수 자리는 캡틴 박민우(32)의 차지였다. 후반기 들어 잠시 주춤했지만, 박민우는 올해 타율 0.302, 3홈런 67타점, 28도루, OPS 0.808의 성적으로 2루수 골든글러브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12일 경기를 앞두고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에 박민우의 공백을 메울 자원이 필요했다. 13일 경기 전 이호준(49) NC 감독은 "(서)호철이나 (도)태훈이, (김)한별이 이런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가 없는 첫 경기의 선발 2루수는 도태훈이었다.
도태훈의 방망이는 첫 타석부터 날카롭게 돌아갔다. NC는 2회말 오영수가 우전안타로 출루했고, 권희동의 볼넷으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다. 여기서 2사 후 도태훈이 두산 선발 최민석의 높은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 2023년 8월 26일 창원 LG전 이후 749일 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덕분에 NC는 3-0 리드를 잡았다.
이후 도태훈은 안타를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수비에서 건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박민우의 공백을 이날만큼은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만 경기를 끝까지 소화하지는 못했다. NC는 7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이유찬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그런데 1루 주자 홍성호가 뒤에서 멈추지 못하고 송구를 받고 베이스를 터치한 도태훈과 충돌했다. 고통을 호소하던 도태훈은 결국 다음 이닝 수비에서 김한별로 교체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경기 도중 NC 관계자는 "도태훈은 왼쪽 허리 근경직으로 교체됐고, 병원 진료는 추후 상태에 따라 진행 예정이다"라고 했는데, 도태훈 본인은 경기 종료 후 "아직 모르겠는데, 현재는 크게 문제 없다"고 말했고 병원도 가지 않을 계획이다.
경기 후 이호준 감독도 7회 박건우의 결승 역전 3점포와 함께 "도태훈 선수의 홈런이 오늘 경기를 결정지었다"고 말했다. 특히 도태훈의 홈런포에 대해서는 "경기 초반 득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는데 3점 홈런이 나오면서 팀이 초반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도태훈은 승리 후 "가을야구 길목에서 중요한 경기였는데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 올 시즌 초반 아쉬운 부분이 많아 팀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경기는 승리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오늘 경기 타석에 들어가기 전, 타격코치님이 '투수 특성상 투심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좋으니 중상단 높이 보고 치라'고 조언해 주셨다"며 "조언에 따라 공격적으로 임한 결과 큰 타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홈런을 친 순간 물론 기분 좋았지만, 동시에 시즌 초반부터 잘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들었다"고 했다.
도태훈은 지난 수년간 NC 내야진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타격에서는 좋은 선구안으로 기여했다. 2023년과 2024년 모두 1군 10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이날 전까지 단 47경기 출전, 타율은 0.194에 그쳤다. 1군에서 제외된 날도 84일이나 됐다.
이에 도태훈은 "올 시즌 N팀(1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나이도, 연차도 있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그는 "C팀(2군)에 있는 젊은 선수들과 코치님, 감독님이 많이 격려해 주시고 힘을 주셨다. 어린 선수들을 보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준비했다"고 얘기했다.
끝으로 도태훈은 "어느덧 시즌 막바지로 가고 있는데, 마지막 결과보다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가을 야구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모두 최선을 다해서 높이 올라갔으면 한다"며 "오늘도 야구장을 찾아와 열심히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감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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