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MLB)가 관심을 보였던 이견 없던 1순위 투수. 행선지 또한 예상 그대로였다. 키움 히어로즈가 북일고 투수 박준현(18)을 품에 안았다.
전주고 내야수 박한결까지 3년 연속 1라운드에서 2명씩 지명하며 상위권 유망주들을 쓸어 담았다. 안우진(26)을 제외하면 데뷔 시즌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선수를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키움은 최근 몇 년 동안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지명권을 모았다. 특히 상위 라운드에서 많은 투수를 데려왔다. 2024 드래프트에서 김윤하(9순위)와 LG 트윈스에서 받은 지명권으로 전준표(8순위)를, 지난해엔 전체 1순위 정현우와 NC 다이노스의 지명권으로 김서준(7순위)를 영입했다.
가장 이상적인 사례는 안우진이다. 2018 1차 지명으로 데려온 안우진은 고교시절 논란으로 인해 50경기 출전 정지를 받고 데뷔 시즌 아쉬움을 남겼지만 가을야구에서 3승 1홀드 평균자책점(ERA) 1.49로 훨훨 날아올라 될 성 부른 떡잎이란 걸 증명했고 이후 키움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가 됐다.
그러나 안우진을 제외하면 모두 자리를 잡기까지 오랜 인내가 필요했다. 키움의 3선발 하영민은 2014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넥센(키움 전신)에 입단했으나 지난해에야 팀의 핵심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6라운드 김재웅은 2021년에서야, 2019 2라운더 조영건 또한 올 시즌에서야 주축 불펜 투수로 성장했다. 주승우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마무리로 활약 중이다. 2022 1차 지명자 주승우도 지난해 후반기에서야 팀의 마무리로 발돋움했다.
뒤늦게라도 주축 선수로 성장하는 것 또한 축복이다. 기대만 끌어올린 뒤 사라지는 새싹들이 한 둘이 아니다. 1라운더인 김윤하는 17연패의 늪에 빠져 있고 전체 1순위 신인 정현우 또한 고전하는 걸 보면 프로의 세계가 얼마나 험난한 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박준현의 성공도 보장된다고만 볼 수는 없다. 다만 기대감이 남다른 건 사실이다. KBO 통산 269홈런의 전설 아버지 박석민으로부터 물려받은 특별한 야구 DNA를 앞세운 박준현은 최고 시속 157㎞의 공을 뿌리며 빅리그의 관심을 받았음에도 KBO리그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키움은 신인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의 땅이다. 타 팀에선 신인이 1군에서 데뷔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난해 키움의 지명을 받은 14명의 신인 중 1군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건 단 2명 뿐이었다. 불명예긴 하지만 김윤하의 17연패도, 3승 7패 평균자책점(ERA) 6.09인 정현우가 끊임없이 기회를 받는 것도 키움이기에 가능했다.
전날 신인 드래프트에 박준현과 함께 참석한 박석민 전 두산 코치도 "키움에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온 것도 (잔류에)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지금 고등학교 선수들이 키움을 제일 좋아하지 않나.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그 부분에서 준현이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은 이미 마련돼 있다. 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구단의 육성 능력,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는 튼튼한 몸이 조화를 이뤄야만 제2의 안우진을 꿈꿀 수 있다.
불의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지만 군 복무를 마친 안우진이 내년 시즌 도중 복귀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MLB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선 키움도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하성(애틀랜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을 떠나보내며 확보한 자금도 두둑하다. 공석인 감독까지 새로 선임해야 하는 등 과제가 많지만 이는 모두 기대감을 자아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불어 어떤 유망주들이 급성장을 이룰지 또한 내년 시즌을 바라보는 키움 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그리고 박준현이 단연 그 중심에 있다. 그는 "내 강점은 빠른 직구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지는데 아직 부족하다. 프로에서의 내 숙제라 본다. 안우진 선배의 피칭은 거의 완벽하기 때문에 다 배우고 싶다"며 "빠르게 프로에 적응해서 조금이라도 많은 경기를 뛰고 싶고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하겠다. 또 야구도 야구지만 인성이 먼저가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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