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선수로 입단 후 프로 8년 차까지 대주자 롤에 묶여 있던 신민재(29·LG 트윈스)가 이젠 골든글러브(GG)도 노릴 수 있는 위치로 성장했다.
신민재는 18일 수원 KT 위즈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2번 타자 및 2루수로 선발 출전해 6타수 3안타 5타점 1득점으로 LG의 14-1 대승 및 4연승을 이끌었다.
프로 11년, 1군 데뷔 7시즌 만에 한 경기 최다 타점이었다. 이날 LG 야수 중 유일하게 더블헤더 2경기 모두 수비까지 18이닝을 소화하며 올린 성적이라 더 놀라웠다. 신민재는 앞서 열린 더블헤더 1차전에서도 1번 타자 및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LG의 6-2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후 만난 신민재는 "첫 경기에서 이겨서 분위기가 좋은 상태로 두 번째 경기에 들어간 것이 아무래도 편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첫 경기 수비에서 첫 타구가 올 때부터 밸런스가 아주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석에서 조금 더 편하게 임할 수 있었고 두 번째 경기에서도 안타 3개를 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신민재는 올 시즌 성적은 127경기 타율 0.317(435타수 138안타) 1홈런 57타점 84득점 15도루, 출루율 0.403 장타율 0.386 OPS(출루율+장타율) 0.789가 됐다.
수훈선수로 선정돼 취재진과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박해민은 "골든글러브 2루수"라고 몇 번을 외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에 신민재는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지 않다는 말은 거짓말일 것 같다. 8경기 남았는데 안 다치고 끝까지 잘 마무리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신민재의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성은 꽤 높은 편이다. 현재까지 4명의 2루수가 규정타석을 채운 가운데, 강력한 경쟁자인 박민우(32·NC 다이노스)마저 최근 부상으로 이탈했다. 박민우는 116경기 타율 0.302(404타수 122안타) 3홈런 67타점 64득점 28도루, 출루율 0.382 장타율 0.426 OPS 0.808을 마크했다.
신민재가 경기 수, 타율, 안타, 득점, 출루율, 박민우가 홈런, 타점, 도루, 장타율, OPS에서 비교 우위를 지닌다. 수비이닝에서는 신민재가 938⅔이닝으로 766⅓이닝의 박민우에 크게 앞선다.
신민재의 지난 이력을 보면 오랜 팬들은 격세지감이라고 느낄 만하다. 서흥초-동인천중-인천고 출신의 신민재는 2015년 두산 베어스 육성 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두산에서는 기회를 받지 못하다가 2018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했고 2019년이 돼서야 1군에 데뷔했다. 이후로도 크게 달라진 것 없었다. 염경엽 감독 부임 전까지 LG에서 신민재의 역할은 대주자, 대수비였다. 195경기에 출전했음에도 타석 수는 고작 156타석에 불과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이 그를 2루수로 기용하기 시작하면서 커리어가 180도 변했다. 2023년 주전 2루수로서 122경기에 출전 타율 0.277(282타수 78안타) 37도루로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보탬이 됐다.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 지난해에는 128경기 타율 0.297(387타수 115안타) 40타점 32도루, OPS 0.758로 더욱 성장해, 2024 프리미어12 대회를 통해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그렇게 신민재의 사례는 LG 구단이 육성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수비에서도 내야의 박해민이라 불릴 정도로 넓은 수비 범위와 기민한 손놀림으로 철벽을 쌓고 있다. 신민재에 따르면 김일경 LG 1군 수비 코치와 훈련 때부터 상대 팀 타자들의 타구나 코스를 예측해 연습한 것이 도움이 됐다. 풀타임 3년 차가 된 올해는 아예 향후 LG 2루를 책임질 기둥으로 인정받았다. 16일 경기 전 염 감독은 "신민재는 2루에 말뚝을 박고 오래 해야 할 선수"라고 공언했다.
이렇듯 상전벽해의 상황에도 LG 주전 2루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신민재는 "체력적으로 힘든지는 이미 한참 됐다. 올해는 5회만 돼도 세 타석씩 들어가서 초반에는 조금 힘들다고 느꼈다. 하지만 계속하다 보니까 적응이 된다. 또 계속 경기에 나가다 보니 체력이 늘어나는 것 같고 잘 되니까 재미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오늘(18일)도 내가 안 빠지고 싶었고 감독님도 다 나가자고 하셔서 (2경기 모두) 출전했다. 많이 나가면 좋다. 나갈 수 있을 때 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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