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를 결정짓는 극적인 대타 만루홈런을 치고도 환히 웃지 못했다. 베테랑 김민성(37·롯데 자이언츠)이 아쉬운 팀 성적에 선수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롯데는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10-9로 승리했다. 이로써 롯데는 유일하게 남은 5강 진출 경우의 수(롯데 전승, KT 전패)를 유지하게 됐다.
홈 최종전을 맞이한 롯데는 4연패 중인데다 이날 경기를 지면 그대로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이었다. 그렇기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일전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 팬들에게 포기하는 경기를 보여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체선발 박준우가 1⅔이닝 2실점으로 내려간 후 윤성빈이 3이닝 무실점으로 버틴 롯데는 3회 2-2 동점을 만들었고, 6회 전민재의 솔로홈런으로 리드했다. 그러나 7회초 필승조 최준용이 전병우의 1타점 2루타와 이재현의 2점 홈런 등으로 3실점하며 3-5 역전을 당했다.
7회말 롯데는 박찬형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간 후 만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롯데는 정보근 타석에서 대타 김민성을 투입했다. 그는 8구 승부 끝에 삼성 우완 이승현의 낮은 슬라이더를 공략,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김민성 개인 6번째 만루홈런이자, 역대 63번째 대타 그랜드슬램이었다.
이후 롯데는 8회말 빅터 레이예스의 2타점 2루타로 10-6까지 달아났고, 9회초 마무리 김원중이 3점을 내줬지만 10-9로 승리할 수 있었다. 김민성의 홈런이 그대로 결승타가 된 것이다. 김태형 감독도 "연패로 인해 힘든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 7회말 김민성의 대타 만루홈런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팀 승리와는 별개로 가을야구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 탓이었을까.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민성은 "이겼는데 그냥 마음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안타깝고 아쉽고 그래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고 고백했다.
홈런 상황에 대해 김민성은 "(강)민호 형이 직구를 많이 던지게 하더라. 원래 변화구를 던지게 하는데 직구가 5개 연속 들어왔다. 예상 밖이었다"며 "체인지업을 잘 참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넘어갔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는 것보다는 뭔가 마음이 그랬다. 안도감도 들고 여러 가지 팀의 복잡한 상황도 생각났다"며 혼란스러운 감정을 밝혔다.
올 시즌 롯데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상위권에 위치했고, 11년 만에 전반기를 5할 승률로 마쳤다. 8월 초반만 해도 한때 승패마진 +13을 유지하며 3위를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22년 만에 12연패에 빠지면서 추락했고, 결국 가을야구의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김민성은 "아쉬움을 생각하면 끝도 없이 아쉬운 것만 얘기하게 된다"면서도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깔끔하게 실패한 건 실패한 거라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누구 잘못을 따지지도 않는다. 나도 부족한 부분이 있고 선수들도 다 부족한 게 있었다"면서 "결과를 받아들이고 내년 시즌 준비를 잘해서 마음을 다르게 잡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무겁게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한 김민성은 "개인마다 부족한 점, 팀 플레이에서 부족한 것, 시즌 때 왜 연패를 했는지 복기하면서 겨울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완벽히 돌아와야 내년에는 실패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성은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나 또한 실패를 통해 주전이 됐고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생각한다"며 "플레이 할 때 실수하는 건 괜찮다고 넘어가야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 때문에 졌으면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또한 "아쉬운 시즌이지만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번 더 이런 경험이 왔을 때 실패하면 변명이 없다. 휴식기가 끝나고 자율훈련 기간이라도 전체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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