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내가 저 상황에서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잘 안됐을 것 같더라고요."
긴장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가을야구의 중압감은 무시하기 힘들었다. 반면 너무도 노련한 상대 포수 강민호(40·삼성 라이온즈)를 바라보며 조형우(23·SSG 랜더스)는 또 한 뼘 성장했다.
조형우는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삼성과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저 혼자 너무 급했다. 너무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하다보니 좋은 플레이가 안 나왔던 것 같다"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시즌 중 한 경기와 긴장감이 있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를 게 없었는데 너무 크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제일고를 거쳐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8순위로 SK 와이번스(SSG 전신) 유니폼을 입은 조형우는 올 시즌 드디어 주전 포수로 등극했다.
2023년 준PO에서 가을야구 맛보기를 했지만 타석에 나선 것도, 주전 포수로 마스크를 쓴 것도 처음이었다. 그러나 타석에선 2타수 무안타 1삼진, 포수로서도 초반 흔들리는 미치 화이트를 안정시키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준PO 1차전을 마친 뒤 이숭용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화이트나 조형우 모두 큰 경기가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긴장한 것 같다"며 "형우나 (류)효승이, (안)상현이도 처음이기에 긴장을 많이 했을텐데 내일부터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느낀 게 많았던 경기였다. 조형우는 "긴장감은 솔직히 크게 없었다. 그래서 뭔가 스스로에게 잘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점수 하나를 주는 것에도 강박이 생겨버리다보니 그런 면에서 멘탈도 살짝 흔들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백전노장 강민호의 경기 운영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강민호는 타석에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노련한 투수 리드로 최원태의 6이닝 무실점과 8회 2사 만루에서 무실점을 이끌어냈다.
조형우는 "과감할 때는 확실히 과감하게 들어가시는 것 같고 반대로 조심해야 될 때는 철저하게 지키시는 것 같더라. 제가 아직 그런 부분에 있어선 경험이 없다보니 배짱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과연 내가 저 상황에서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저였으면 잘 안 됐을 것 같더라. 그래서 다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털어놨다.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가장 큰 장점은 매 경기가 다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차전에서 아쉬움이 있었음에도 이숭용 감독은 2차전 조형우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감독은 "시즌 내내 추구했던 방향성이 포스트시즌에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형우가 지금까지 잘 끌고 왔고 요소요소에서 젊은 선수들이 잘 해줘 리모델링이 성과를 거뒀다"며 "이번 포스트시즌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경험이 될 것이다. 삼성도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기에 김영웅, 이재현이 성장한 것이 눈에 보인다. 우리도 처음인 선수들이 많은데 이번 포스트시즌을 거친다면 내년에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가을야구에서만 47경기에 출전했던 이지영(39)이 특급 조력자로 변신했다. 조형우는 "지영 선배님과 얘기를 많이 했는데 평소와 똑같은 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하면 되는데 너무 잘해보려고, 막으려고, 출루해 보려고 그런 마음이 너무 앞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저도 그 말에 너무 공감을 했고 그런 조언도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조형우와 고명준, 김건우, 조병현까지 2002년생 동기생들과 따로 단체 메신저방이 있을 정도로 각별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고명준이 홈런, 조병현이 무실점 투구로 깔끔한 스타트를 보인 만큼 이젠 조형우가 2차전 선발 등판하는 김건우와 함께 해낼 차례다.
조형우는 "어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저와 호흡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런 게 부담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한 두 번씩 좋은 호흡을 맞춰서 결과를 냈을 때는 젊은 선수들에게서 나오는 과감한 부분들이 좋게 작용했었다고 생각한다. 피할 곳이 없으니까 더 과감하게 할 생각"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물론 제가 팀에 도움이 돼야 팀이 이기는데 더 도움이 되겠지만 과정은 다 필요 없이 이겼으면 좋겠다"며 "제가 나가지 않는 날도 마찬가지겠지만 나가는 날엔 더욱 더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간절함을 보였다.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조형우는 "제가 직접 뛰지 않았을 때에도 우리 팀이 가을에 강하다는 건 느낀 적이 많다. 3점, 5점 차까지도 포기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점수를 주더라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타석에선 그냥 과감하게 생각 없이 하고 상황이 이뤄지면 그에 맞게 할 생각"이라며 "어떤 투수가 올라오든, 점수 차가 몇 점이든 뒤에서는 저희가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 최소 실점으로 막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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