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22·강원특별자치도청)가 전국체전의 사나이로 돌아올까. 아시아 신기록을 앞세워 MVP 탈환에 나선다.
황선우는 20일 오후 부산 사직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 43초 92를 기록, 금메달을 차지했다.
5번 레인에서 출발한 황선우는 초반부터 다른 선수들을 크게 앞서나가며 좋은 페이스를 보여줬다. 첫 50m를 23초 96으로 들어온 그는 2위와 격차를 벌려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50m를 남기고 이미 후발 주자와 2초 이상 벌린 그는 결승선에서 2위 이호준(제주시청)과 4초 가까운 격차를 만들었다.
자신의 순위와 기록을 전광판을 통해 확인한 황선우는 손바닥을 내리치며 기쁨을 드러냈다. 이어 벅찬 표정으로 연신 탄성을 지른 그는 감정이 오른 듯 눈물을 흘렸다.
황선우의 해당 기록은 2022년에 본인이 달성한 대회 기록(1분 44초 40)과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 신기록(1분 44초 40)을 넘어 쑨양(중국)이 2017년 세운 아시아 기록(1분 44초 39)도 넘어서는 신기록이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대한수영연맹에서 수여하는 한국신기록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다소 슬럼프에 빠졌던 황선우였기에 더욱 감격스러운 결과였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2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무관에 그쳤고, 올해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5 세계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0.18초 차이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경기 후 황선우는 "오늘 내가 살아온 인생 23년 동안 두드리던 1분 44초대 벽이 깨지고 1분 43초대에 들어가게 돼 손 꼽을 만큼 행복한 순간이다"라며 상기된 모습을 보였다.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눈물이 없는 편인데, 이 1분 43초대라는 기록이 2020 도쿄 올림픽 때부터 간절했다. 그동안 고생한 것들이 씻겨나가는 기록이었다"며 "잘 안 우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고 했다.
쑨양의 아시아 기록을 깬 부분에 대해 황선우는 "100m 신기록(도쿄 올림픽 예선, 현재는 중국 판잔러)도 세웠었는데, 200m도 깨고 싶었다"면서 "부산 전국체전에서 깨서 날아갈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 황선우는 다시 한번 전국체전 5관왕에 도전한다. 그는 2021년 5관왕을 시작으로 2022년 4관왕, 2023년 5관왕을 차지하며 3년 연속 전국체전 MVP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자유형 200m, 계영 400m, 계영 800m, 자유형 100m에 이어 혼계영 400m까지 우승해 5관왕을 달성했다.
다만 지난해 105회 대회에서는 황선우의 서울체고 동창인 양궁의 임시현(22·한국체대)이 MVP를 차지했다. 여자 대학부 4관왕(개인전, 단체전, 50m, 60m)에 올랐던 그는 기자단 투표에서 황선우를 제쳤다. 임시현 본인도 대회 중 "수영에서 더 많은 금메달이 나온다. 저는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지만, 파리 올림픽 MVP의 기세를 이어간 임시현이 정상에 올랐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황선우는 대회 첫 종목인 자유형 200m부터 대회 신기록을 넘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선수가 됐다.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치면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고, 투표인단의 선택을 확실히 받을 수 있게 됐다.
황선우 본인도 "오늘 (신기록을) 세우면서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이 기세를 잘 몰아서 내일 개인혼영과 계영 400m를 잘 치러서 다시 MVP 자리를 도전해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남은 대회 각오를 밝히면서 "몸 상태는 100%다. 최선 다했으니 내일 있을 경기도 실수 없이 한국 신기록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수많은 팬들이 찾아와 황선우의 기록을 축하해줬다. 그는 "(결승선을) 터치하고 큰 함성소리가 들려서, 그걸 들으면서 아드레날린이 나와서 기쁘고 울컥했다"며 "와주신 많은 관중들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 계속 수영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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