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구수라도 늘려서 8회 안에 내려보내면 기회올 것 같습니다."
직구 최고 시속 158㎞, 7⅔이닝을 7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냈다. 난공불락의 라이언 와이스(29·한화 이글스)를 공략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지만 영리한 베테랑 포수 박동원(35·LG 트윈스)은 정답을 알고 있었다.
LG는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1-4로 끌려가던 9회초 6점을 몰아치며 기적 같은 7-4 대역전승을 거뒀다.
와이스에게 꽁꽁 틀어막혔다. 7회까지 106구를 던진 와이스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LG는 침착하게 때를 기다렸다.
이날 3안타를 날리며 홍성흔(전 두산·101안타)을 넘어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써낸 김현수(37)는 특별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와이스에게 막혔던 이유를 묻자 "공도 좋았고 그러다보니 우리 타자들이 망설인 경향도 있다"면서 "(박)동원이가 6회인가 7회 쯤에 저에게 '투구수라도 늘려서 8회 안에 내려보내면 기회 올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때부터 열심히 투구수를 늘리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8회 자진등판한 와이스는 3-0으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와이스는 2아웃을 잡아냈다. 홍창기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에는 벤치를 향해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며 본인이 8회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그러나 이후 신민재에게 2루타를 맞고 결국 김범수와 임무를 교대했다. 더 이상 끌고가는 건 무리였다. 이후 김현수는 김범수를 공략해 1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문보경의 안타 이후 오스틴 딘이 바뀐 투수 김서현에게 2루수 팝플라이로 물러났지만 희망을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8회말 1점을 더 내줬지만 LG는 기회를 노렸다. 압도적인 와이스의 공을 상대한 LG 타선에 다른 투수들의 공은 오히려 손쉽게 느껴졌다. 9회 선두 타자 오지환이 볼넷을 얻어냈고 박동원은 무사 1루에서 시속 150㎞ 직구를 받아쳐 비거리 125m 중월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김서현이 흔들렸다. 1사에서 박해민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박상원에게 공을 넘겼지만 이미 LG 타선은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홍창기의 안타 이후 2사 2,3루에서 김현수가 2타점 역전 적시타, 문보경과 오스틴까지 연이어 1타점 적시타를 날려 7-4로 점수 차를 벌렸다.
끌려가는 상황에서 이후 일정을 고려한 염경엽 감독은 최대한 필승조를 아꼈다. 그런 상황에서 극적인 승리를 만들어낸 타선에 몇 번이나 고마움을 전했다.
박동원은 "제가 한국시리즈는 많이 안 해봤지만 오늘 같은 경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선수들이 멋있는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는 좋은 승리를 거둬서 너무 기쁘다"며 홈런 상황에 대해선 "초구, 2구를 칠 생각이 없었는데 초구가 운 좋게 볼이 됐고 원볼이 됐을 때도 출루를 해야 되기 때문에 원스트라이크를 먹고 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2볼이 됐다. 그 다음에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는데 이제는 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3-1에서 실투가 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결승타의 주인공 김현수도 "이겨서 너무 좋다. 동원이가 홈런을 치면서 분위기가 살아서 저희가 또 역전까지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노린 공은 없고 일단 포크볼이 좋은 투수라는 건 알고 있기 때문에 타이밍을 일찍 잡고 준비 자세를 빨리 한 다음에 중심에만 맞추자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다 안타 신기록에 대해서는 "그런 것 없다. 최다 안타인지도 몰랐다. 마지막에 박상원 선수가 던지고 있을 때 주자 1,2루에 (신)민재가 타석 들어갔는데 1사 만루가 되면 2008년처럼 (병살) PTSD가 오는 것 아닌가 생각을 뒤에서 하고 있었다"면서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그래도 그때보다는 여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차분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민재가 PTSD에 올까봐 2,3루를 만들어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현수는 "이렇게 힘든 경기 말고 편한 경기를 하고 싶다"면서도 "이게 가을야구이고 한국시리즈이다 보니까 그런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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