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년 만의 한국시리즈를 홈에서 끝낼 위기에 처한 한화 이글스가 4.8% 기적에 도전한다.
한화는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릴 2025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에서 LG 트윈스를 상대한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 전날(30일) 충격적인 역전패가 그 이유다. 2패를 안고 대전으로 돌아와 3차전을 잡아낸 한화는 전날 4차전에서도 8회초 2사까지 3-0으로 그 분위기를 이어갔다. 선발 투수 라이언 와이스의 7⅔이닝 117구 역투가 있었다. 하지만 불펜 투수들이 아웃 카운트 4개를 지키지 못하고 9회에만 6점을 내주며 허무하게 4-7로 졌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한화는 벼랑 끝 위기에 놓였다. 역대 42번의 한국시리즈에서 3패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팀은 두 팀 있었다(4.8%). 1995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와 2013년 삼성 라이온즈다. 1995년 OB는 롯데 자이언츠와 한국시리즈 2승 3패 위기에서 6~7차전을 잡아 우승에 성공했다. 2013년 삼성 역시 두산에 1승 3패로 지고 있다가 내리 5~7차전을 이기면서 역전 우승을 해냈다.
5차전 선발 투수로는 한화 문동주, LG 앤더스 톨허스트가 예고된 가운데, '돌멩이' 문현빈이 반전의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대전 태생의 문현빈은 대전유천초-온양중-북일고 졸업 후 한화 팬으로 성장했다. 2023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으며 꿈을 이뤘다. 프로 3년 차인 올해는 재능을 만개했다.
정규시즌 141경기 타율 0.320(528타수 169안타) 12홈런 80타점 71득점 17도루, 출루율 0.370 장타율 0.453 OPS(출루율+장타율) 0.823을 마크하며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지난 2년간 내야와 외야를 오고 가며 자리를 잡지 못했음에도 끝내 주전 좌익수로 포지션을 고정하며 이뤄낸 성과라 더욱 높게 평가받았다.
훌륭한 성과에도 문현빈의 첫 가을야구를 향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7년 만의 PS와 19년 만의 KS를 치르는 팀의 중압감을 견뎌내기엔 아직 어린 나이였기 때문. 하지만 한화의 돌멩이는 가을야구에서는 짱돌이 돼 비관적인 시선을 깨부쉈다. 위기 때마다 묵직한 한 방으로 대전에서 열리는 7년 만의 축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삼성과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0.444(18타수 8안타) 2홈런 10타점, 출루율 0.524 장타율 0.944를 마크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그 활약이 이어졌다.
1차전에서만 침묵했을 뿐, 매 경기 안타를 기록했다. 2차전에서는 임찬규에게 개인 첫 한국시리즈 홈런이자 팀에도 첫 아치를 그렸다. 3차전 승리도 문현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한화가 1-3으로 지고 있는 8회말 1사 1, 3루에서 터진 문현빈의 좌중간 안타는 빅이닝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8회에만 6점이 나오면서 한화는 7-3 역전승을 일궈냈다.
또 한 번 LG를 잡을 뻔했던 문현빈이다. 한화가 1-0으로 앞선 4차전 7회말 2사 2, 3루에서도 높은 직구를 그대로 때려 중전 2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이후 벌어진 참사에 문현빈의 활약은 묻혔으나, 그 자체로 특별했다.
문현빈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무려 16타점(9경기)을 올리며 KBO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 2위에 올랐다. 역대 1위는 '가을 정권'이라 불렸던 박정권(당시 SK)의 12경기 17타점이다. 당시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5경기, 한국시리즈 7경기를 치르면서 얻은 성과이기에 문현빈의 16타점은 돋보인다.
벼랑 끝 위기에서도 한화에도 기대가 실리는 이유다. 이날 문현빈이 상대할 투수는 LG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26)다. 톨허스트는 올해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KBO에 처음 와 8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2.86, 44이닝 45탈삼진으로 정규직을 꿰찼다. 한화를 상대로도 마지막 경기에 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첫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나서도 6이닝 2실점 호투로 다시 한번 승리를 챙겼다. 문현빈은 두 번의 맞대결에서 6타수 2안타(2루타 1개)를 기록했다.
모두가 질 것이라는 예언 속에서도 다윗은 돌멩이로 골리앗을 잡아 역사를 만들었다. 한화의 짱돌 문현빈이 했던 대로 LG를 잡고 잠실로 향할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이 대전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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