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규성(27·FC미트윌란)이 1년 8개월 만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복귀에 도전한다. 이미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평가는 끝났고, 이제 결단만 남았다.
홍명보 감독은 3일 볼리비아·가나와의 11월 A매치 평가전 명단을 공개한다. 이날은 별도 기자회견 없이 보도자료를 통해 우선 대표팀 명단만 공개될 예정이다. 이후 10일 천안 축구종합센터 축구 대표팀 소집 첫날 명단 구성 등과 관련된 인터뷰가 진행된다.
올해 마지막 A매치 평가전이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포트2 사수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2연전이다. 이번 2연전 결과가 반영된 11월 FIFA 랭킹이 내달 예정된 월드컵 본선 조 추첨 포트(시드) 배정에 활용된다. 한국은 현재 포트2가 유력한 상황이나, 이번 2연전 결과가 좋지 못하면 포트3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볼리비아는 76위, 가나는 73위로 한국(22위)보다 FIFA 랭킹이 크게 낮은 팀들이라 비기기만 해도 FIFA 랭킹 포인트는 줄고, 패배 시엔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홍명보호는 이번 2연전, 그리고 내년 3월에 예정된 유럽 원정 평가전 2연전이 월드컵을 앞두고 예정된 사실상 마지막 평가전 기회들이다. 이후 평가전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확정된 뒤 미국 등 현지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홍 감독도 지난 10월 파라과이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폭을 좁혀야 한다"면서 서서히 월드컵 최종 엔트리 윤곽을 잡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아직 시험대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조규성이다. 지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로 떠오른 조규성은 지난해 3월 이후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무릎 수술을 받았다가 합병증으로 한 시즌을 통으로 날리면서다. 자칫 선수 생명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조규성은 지난 8월 그라운드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복귀를 넘어 빠르게 경기력도 끌어올렸다. 덴마크 수페르리가에선 벌써 8경기 3골, 컵대회 2경기 1골 등 시즌 13경기 4골을 기록 중이다. 홍명보 감독 체제에선 소집된 적이 없지만, A매치 39경기(9골)에 출전하고 카타르 월드컵도 경험한 189cm의 장신 공격수 카드는 홍 감독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
이미 홍명보 감독은 조규성이 대표팀 구상에 포함돼 있음을 암시한 바 있다. 지난달 브라질·파라과이전 명단 발표 당시 홍 감독은 "아직 무릎 상태는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고 경기를 준비할 상황은 아니다.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 지난 26일엔 홍 감독이 직접 덴마크로 날아가 조규성의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조규성은 프레데리시아전에서 골도 터뜨렸다. 부상 복귀 후 첫 선발 풀타임 출전을 통해 몸 상태에 대한 우려도 지웠다. 다음 평가전이 내년 3월에나 예정된 만큼, 대표팀 내 조규성의 활용법을 조금이라도 찾기 위해서는 이번 11월 A매치 평가전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다만 고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첫 풀타임을 소화하긴 했으나 지난달 홍 감독이 직접 우려했던 무릎 상태가 여전히 변수가 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대표팀 공격진은 사실상 포화 상태다. 이번 대표팀 발탁이 기정사실인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오현규(KRC헹크)를 비롯해 9월과 10월 모두 A매치에 나서지 못한 황희찬(울버햄프턴)까지 모두 최전방 소화가 가능하다. 손흥민이나 황희찬은 측면도 가능하지만, 측면에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이재성(마인츠05) 이동경(울산 HD) 등이 대기 중이다. 유럽파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오현규마저 조커로 밀릴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홍명보 감독이 스리백 전술을 활용하면서 공격진 자리 자체도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손흥민이 측면으로 이동하면 이강인, 이재성 등 측면 변화가 불가피하다. 장신 공격수가 있는 건 팀 전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앞서 꾸준히 소집됐던 193cm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이 A매치 6경기 중 1경기 교체 출전에 그친 뒤 10월 명단에선 아예 제외됐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만하다. 1년 7개월이 넘는 오랜 대표팀 공백기 역시 월드컵을 7개월 앞둔 시점 홍 감독에겐 고민의 대상일 수 있다.
조규성의 소속팀 다음 경기는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뒤 예정돼 있다. 조규성에 대한 홍 감독의 판단은 이미 끝난 셈이다. 이제는 조규성의 대표팀 소집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만약 조규성이 태극마크를 달고 복귀하면, 지난 카타르 월드컵 당시 멀티골을 터뜨렸던 상대인 가나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가뜩이나 치열한 대표팀 공격진엔 또 다른 경쟁의 바람이 불 수 있다. 볼리비아전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 가나전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각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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