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의 노하우를 잘 알려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박해민(35·LG 트윈스)과 문현빈(21·한화 이글스). 많은 나이 차이를 보이는 두 선수는 서로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각자의 강점인 수비와 타격으로 서로를 겨눴던 둘은 이젠 한솥밥을 먹으며 상생의 길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팀 주장 박해민은 4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야구 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문현빈에 대한 질문에 "오늘은 타격에서 같은 조가 아니었다. 수비할 때 현빈이가 먼저 '스타트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봐서 그런 것에 대해서 조금 얘기를 해줬다"며 "앞으로도 같이 할 시간이 많으니까 언제든지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문현빈은 가능성을 보였던 지난 두 시즌보다도 훨씬 더 성장했다. 올 시즌 141경기에서 타율 0.320, 12홈런 8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9로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했다.
처음 나선 가을야구에서도 팀을 이끌었다. 플레이오프에선 타율 0.444(18타수 8안타) 2홈런 10타점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선 타율은 0.190(21타수 4안타)에 그쳤으나 홈런 하나 포함 6타점을 터뜨렸다.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 2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압도적인 활약이었다.
그런 문현빈의 발목을 잡아세웠던 게 바로 '국중박(국가대표 중견수 박해민)' 박해민이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문현빈의 홈런성 타구를 박해민은 엄청난 점프캐치로 낚아챘다. 1차전부터 기세를 높일 수 있는 선취 타점을 올릴 수 있었으나 박해민의 수비에 고개를 떨궜다.
박해민은 이후에도 꾸준히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캡틴으로서 LG 선수단을 이끌었고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내야수로 한화에 입단했으나 외야수로 변신해 올 시즌에서야 비로소 주전 외야수로 거듭난 문현빈은 박해민의 수비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앞서도 배워보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던 문현빈은 이날 박해민에게 직접 질문을 하며 열의를 보였다.
박해민 또한 궁금한 게 있다. 같은 좌타자로서 어떻게 그렇게 공격적으로 투수들을 공략할 수 있는지다. 빼어난 수비와 빠른 발로 높은 가치를 자랑하지만 박해민은 2013년 데뷔해 풀타임 3할 시즌은 단 한 번 뿐이었다. 올 시즌에도 144경기에 모두 나섰지만 타율은 0.276에 그쳤다. 장타율에서도 0.453의 문현빈(0.346)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박해민은 "저렇게 정말 배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저도 같은 조가 되거나 시간이 되면 타격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접근성을 가져가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서로의 노하우를 잘 알려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을 잘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 류지현 감독은 박해민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그럼에도 박해민은 후배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열의가 있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스타일이다.
박해민은 "대표팀이라고 하면 정말 잘하는 선수들만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제가 할 게 있을까 싶다"며 "감독님께서 LG에 계실 때 저를 잘 안다고 생각을 해서 주장으로 뽑아주신 것 같다. 평가전에 온 선수들 중에 나이가 가장 많기 때문에 주장으로서 선임해 주신 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그런 박해민도 선수단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어제 저녁에 다 모여서 미팅을 하면서 감독님께서 제가 주장으로 선임됐다고 말씀을 해주시며 선수들한테 한마디 하라고 하셨다"며 "최근에 국제대회에서 항상 성적이 안 좋았다.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모였다고 생각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도 있어 혹시라도 그런 마음을 가진 선수가 있다면 이 시간 이후로 마음을 강하게 바꿔 먹고 4경기를 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오는 7~8일 체코와 고척스카이돔에서 2연전을 치른 뒤 일본 도쿄돔으로 건너가 15~16일 두 차례 총 4경기를 치른다. 이를 통해 내년 1월 사이판 1차 캠프에 나설 선수들을 꾸리고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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