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나 봐요" 퓨처스 ERA 1.77에도 한화와 두 번째 이별... 팬들도 차마 보내지 못했다
또 한 번 한화 이글스를 떠나게 된 베테랑 우완 이태양(35)이 가슴 절절한 작별 인사를 팬들에게 남겼다.
이태양은 19일 늦은 밤 자신의 SNS에 "안녕하세요 이태양입니다. 저는 한화 이글스를 떠나 2차 드래프트로 KIA 타이거즈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됐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어렵게 글을 시작했다. 이어 "먼저 지난 2년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팬분들과 한화 이글스 구단에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앞서 실시된 2025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 총 17명의 선수가 지명됐다. 각 구단은 3라운드까지 지명할 수 있었다. 2025 KBO 리그 성적 하위 3개 구단(키움, 두산, KIA)은 최대 2명의 추가 지명권을 부여했다. 라운드별 구단 양도금은 1라운드 4억 원, 2라운드 3억 원, 3라운드 2억 원이며 4라운드 이하 1억 원이다.
한화는 3장의 지명권을 모두 패스한 가운데 선수 4명을 잃었다. 가장 먼저 베테랑 내야수 안치홍(35)이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로 떠났고, 이태양이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IA 타이거즈로 향했다. 3라운드에서 우완 투수 배동현(27)이 키움, 4라운드에서 외야수 이상혁(24)이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아 떠나면서 한화는 총 11억 원을 벌었다.
이 중 이태양의 이적이 팬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이태양은 여수서초-여수중-효천고 졸업 후 2010 KBO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36순위로 한화에 지명됐었다. 암흑기 시절 한화의 든든한 선발 한 축으로 팬들과 함께했다. 2018년에는 불펜으로 변신해 63경기 4승 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84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주역이 됐다.
2020년 시즌 중 노수광과 일대일 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트레이드되며 한화와 첫 번째 이별을 했다. 그곳에서도 2022년 30경기 8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며 SSG의 재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이후 첫 FA 자격을 갖췄다. 당시 이태양은 베테랑 스윙맨이 필요했던 여러 팀의 제안을 뿌리치고 4년 총액 25억 원 FA 계약을 맺으며 친정팀 한화로 금의환향했다. 복귀 당시 이태양은 자신의 SNS에 직접 소감을 올리며 "다시 한번 한화 이글스가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실제로 한화는 이태양의 복귀 후 조금씩 강팀으로 성장했다. 2023년 9위, 2024년 8위에 이어 올해는 정규시즌 2위로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복귀 첫해부터 50경기 3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3.23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한 이태양의 공을 뺄 순 없었다.
하지만 차츰 비상하는 한화와 달리 이태양 개인은 조금씩 입지를 잃었다. 지난해부터 1군에서 자취를 감췄고 올해도 1군 14경기 1패 평균자책점 3.97, 11⅓이닝 8탈삼진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퓨처스리그에서 27경기 8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1.77, 40⅔이닝 26탈삼진으로 빼어난 성적을 올렸음에도 좀처럼 1군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다.
결국 이태양은 한화와 두 번째 이별을 맞이했다. 이에 이태양은 "한화 이글스에서 우승이 목표였고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올해 퓨처스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많이 고민했다"라며 "한화 이글스를 사랑하는데 이별을 준비해야만 했던 시간이 힘들었다. 한화 이글스와 두 번째 이별하니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프로 선수로서 첫발을 디딘 팀이고 오랜 시간 함께했던 팀이었습니다. 잠깐의 헤어짐이 있었고 어렵게 다시 만났는데, 이렇게 또 한 번 이별하게 됐습니다. 많이 속상하고 아쉽지만, 야구 선수로서 야구장에서 플레이해야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해 이런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에 아직 한화 팬들도 차마 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라는 한 팬의 반응은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아쉬워하는 한화와 별개로 KIA로서는 알찬 보강을 했다는 평이다. 올해 황동하의 교통사고, 어린 선수들의 잦은 부상 등으로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KIA는 선발과 불펜 모두로 활용할 수 있는 이태양의 합류로 숨통이 트였다.
KIA 구단은 "이태양은 다양한 구종을 보유하고 있고,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베테랑 우완 투수이다. 선발, 중간 모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영입 대상 1순위로 생각하고 있었다. 전천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이태양도 기회를 주겠다는 새로운 팀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제는 KIA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KIA 팬분들께는 앞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고 팀에 꼭 보탬이 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한화 팬분들께는 아쉬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KIA 팬분들께는 설렘과 기대를 안고 인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한화와 KIA 양 팀 모두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화 팬분들 감사했습니다. KIA 팬분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진심이 담긴 소감에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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