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가 대통령의 압박 속에 휘둘릴 가능성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여파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20일(한국시간) "월드컵 본선에 오른 아이티 축구 대표팀의 팬들이 내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자국 경기를 직접 관람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며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여행 금지 조치로 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월드컵 개최 도시의 안전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도시는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월드컵 진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는 역사상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서명한 행정명령으로 12개국을 미국 입국 금지 대상에 올렸다. 이 목록에는 아이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는 아이티 출신 이민자와 비이민자를 막론하고 미국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행정명령이 유지되면 아이티 국민은 이번 월드컵 현장에서 자국 대표팀을 응원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인해 아이티 국민은 방문·관광 목적은 물론 각종 비자로도 미국에 들어오기 어렵다.
다만 행정명령에는 예외 조항도 포함돼 있다. 코치, 필수 지원 스태프, 직계 가족 등 선수 또는 운동팀 구성원이 월드컵, 올림픽 또는 국무장관이 지정하는 주요 스포츠 행사 참가를 위해 여행하는 경우에는 입국 금지를 적용하지 않는다. 장리크네르 벨가르드(울버햄튼 원더러스), 하네스 델크루아(번리) 등이 포함된 아이티 대표팀 선수단은 미국 입국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반면 일반 팬들을 위한 별도 예외 조치가 마련될지는 불투명하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 공동 개최가 결정되기 전인 2017년 "어느 팀의 서포터라도 개최국에 갈 수 없다면 월드컵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초에도 "미국은 전 세계를 환영할 것"이라며 "이곳에 와서 즐기고 축구를 기념하고자 하는 누구나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행 여행 금지 조치와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미월드컵 운영 전반에 직접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월드컵 개최와 관련해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도시를 교체하겠다고 강하게 발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도시에서는 경기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개최지 변경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BBC'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발언에서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를 직접 거론했다. 두 도시는 "급진 좌파 세력이 운영하는 곳으로 불안정하다"며 "필요하다면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D.C.까지 포함해 연방군 투입도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시애틀 루멘필드와 산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이번 월드컵에서 각각 6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에서 위험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되는 도시가 있다면 허용하지 않겠다. 경기 장소를 옮기는 것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026년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공동 개최로 치러지며, 전체 104경기 가운데 78경기를 미국이 주관한다. 현재 미국 내 개최 도시는 애틀랜타, 보스턴, 댈러스, 휴스턴, 캔자스시티,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뉴저지,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11곳으로 확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일부 도시에서는 개최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FIFA와 각 도시의 준비 과정에도 긴장감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조치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FIFA와 개최 도시를 동시에 압박하는 수단으로 해석되면서 오는 12월 6일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본선 조 추첨을 앞두고 논란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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