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몬스터월 세워놓고' 좌타 강백호에 100억 투자, 한화는 그만큼 우승이 간절하다
한화 이글스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주인공이 됐다. 강백호(26)를 영입하며 거금 100억원을 투자했다. 잠시 주춤했던 '천재 타자'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지만 우려 또한 존재한다.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의 상징과 같은 몬스터월 때문이다.
한화 구단은 20일 자유계약선수(FA) 강백호와 4년간 계약금 50억 원, 연봉 30억 원, 옵션 20억 원 등 최대 10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한화는 중심 타선에 확실한 힘을 보탤 수 있게 됐다. 우타 홈런왕 출신 노시환과 함께 좌타로서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손혁 단장은 구단을 통해 "강백호는 리그에 최근 희소성을 가진 좌타 거포다. 우타 거포인 노시환과 타점 생산 능력이 뛰어난 채은성 그리고 타격 능력이 성장중인 문현빈까지 함께 타선을 꾸린다고 하면 위압감 있는 타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입 과정도 속전속결이었다. 강백호와 제대로 만난 건 19일이 처음이었으나 100억원이라는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함으로써 강백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국 진출까지도 가능성을 열어두려던 강백호 또한 "국내에 남는다면 원소속 구단(KT)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한화라는 좋은 팀에서 나를 원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실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타자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데뷔 시즌부터 29홈런을 터뜨리며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 3시즌 연속 타율 0.330 이상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국제대회에서 태도 논란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더불어 부상 등에 시달리며 이후엔 내리막길을 걷기도 했다. 포지션 고민까지 더해 타격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지난해 26홈런을 날리며 4년 만에 20홈런 이상을 기록했지만 올해 95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0.265 15홈런에 그쳤다.
그럼에도 기량에 대한 의구심은 없다. 강백호 또한 자신감이 넘친다. "몸 상태도 좋고, 경기력에는 자신감 있다. 경기에 나갈 수만 있다면 잘 해낼 자신감은 항상 갖고 있다. 팀에 좋은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고, 훌륭한 동료들이 많기 때문에 나도 거기에 힘을 보태서 팀이 더 높은 곳에 설 수 있도록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물론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특히나 몬스터월로 인한 파괴력 감소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올 시즌 개장한 한화생명볼파크 우측담장엔 몬스터월이 설치돼 있다. 8m 높이에 폭도 30m 이상으로 우측 담장을 차지하는 몬스터월은 좌타자들에겐 악몽 같은 구조다. 강백호가 전성기 시절 장타력을 되찾는다고 하더라도 홈런에선 분명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 시즌 강백호의 홈런 15개 중 7개는 몬스터월 방향에서 나왔다. 만약 한화생명볼파크를 홈구장으로 활용했다면 이 중 상당수가 2루타 혹은 단타로 둔갑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한화로서도 이를 고려치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강백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손혁 단장은 "강백호의 136개 홈런 중 56개가 좌월, 중월 홈런이다. 여기에 우중월 홈런까지 더하면 82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강백호가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유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측 담장으로 향한 홈런의 비율 39.7%가 결코 낮은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 시즌 50홈런을 날린 르윈 디아즈(삼성)와 비교하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디아즈는 올 시즌 좌월 홈런은 6개에 불과했고 중앙 담장을 넘긴 것도 4개에 그쳤다. 우측으로 향한 게 무려 80%에 달했다는 뜻이다. 우중간으로 향한 것도 10개 남짓이다. 만약 한화 선수였다면 40홈런도 쉽지 않았을 수 있다. 강백호는 디아즈와 비교하면 스프레이 히터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손 단장은 또 "반드시 홈런이 아니더라도 강한 타구로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중요한 만큼 타선이 강해진다는 것에 더욱 의의를 뒀다"고 강조했다.
문현빈(12홈런)이 올 시즌 반등했으나 올 시즌 홈런의 상당수가 우타자에게서 나왔다. 좌타자의 홈런은 35%(41/116)였다. 몬스터월에 대한 우려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우타에만 무게감이 쏠려 있다면 오히려 상대 입장에선 공략이 더 쉬워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화는 강백호의 영입으로 인해 맞춰질 균형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다.
수비 활용도에 대한 고민도 존재한다. 최근 포수로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던 강백호지만 한화엔 최재훈과 유망주 포수들도 있고 외야나 1루 등에 대해서도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은 사서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손 단장은 "수비 포지션은 일단 감독님의 구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정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일단 구단에서 강백호의 자료를 통해 포지션별 기록을 정리한다. 그 뒤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감독님과 코치진의 구상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강백호는 타선의 파괴력을 확실하게 높여줄 카드로 봤다. 올 시즌 7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섰고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나섰으나 아쉬운 준우승으로 마무리를 했던 한화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욕심이 크기에 강백호가 더해줄 시너지 효과만을 내다봤다. 한화의 과감한 투자가 어떠한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